기사 메일전송
우리 동네 음악회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3-10 09:43:55

기사수정
 
우리 동네 음악회



금요일 이야기입니다. 매주 우리 마을 ‘동네 음악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음악회를 준비하는 구청 측이나 무대에 오르는 연주자들에겐 섭섭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음악회를 찾는 마을 사람들 행색으로 보아선 영락없는 ‘동네 음악회’입니다.

식구들과 막 저녁식사를 끝냈을 시각, 사람들은 어린 아이들 손목을 잡고 구민회관을 찾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눈에 띱니다. 가벼운 점퍼나 스웨터 등 거실에서 TV 볼 때 입음직한 가장 편안한 옷차림들입니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는 한 악장의 연주가 끝날 때마다 으레 객석에서 합창하듯 헛기침이 터져 나옵니다. 독창회 때도 무대 위 가수는 조용히 숨을 고르는데 청중들은 앞 다투어 목청을 가다듬습니다. 신기하고도 의아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기십만 원짜리 티켓을 사서 휘황한 연주장에 들어가면서부터 그 수준에 걸맞은 복장과 마음가짐으로 자신을 짓누르다 보니 긴장이 지나쳐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동네 음악회’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우선 입장료가 없습니다. 넥타이로 목을 조를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에서 늘 못마땅해 하던 헛기침도, 목청 가다듬는 소리도 들릴 리가 없습니다. 이래저래 마을 사람들에겐 정말 편안한 음악회입니다.

연주자들도 대충 여기 분위기에 감을 잡고 임하리라 짐작됩니다. 라데츠키행진곡이 연주되는 중이었습니다. 신바람 난 청중들이 음악에 맞춰 박수를 칩니다. 지휘자도 객석을 향해 박수의 사인을 보냅니다.

그러다 절제 없이 마구 두들기는 박수소리에 깜짝 놀란 지휘자가 허겁지겁 객석을 향해 손을 휘젓습니다. 지휘봉을 잡은 다른 손으론 오케스트라를 지휘합니다. 재미난 광경에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청중들도 미소를 짓습니다. 다소 산만하지만 모두가 흥겨운 표정들이니 다행한 일입니다.

눈살 찌푸릴 일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연주회장으로 쓰이는 대강당 뒷문은 연주 중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아무 때나 열리곤 합니다. 제 볼일 다 보고 늦게 와도 입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어떤 때는 줄지어 들어오는 지각 청중들로 한참 동안이나 문이 열린 채여서 바깥 로비의 조명이 무대에까지 비치기도 합니다.

간혹 느닷없이 아이들의 달리기도 벌어집니다. 객석 사이 통로를 마치 백 미터 경주라도 하듯 맨 앞줄에서 뒷문까지 달려갑니다. 잠시 후엔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뒷문이 다시 여닫기고 앞줄 제자리까지 달리기가 이어집니다. 그 부모도 이웃도 말리는 이가 없습니다. 대중식당에서 흔히 보는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어느 음악회에서건 한 곡의 연주가 끝나면 박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우리 ‘동네 음악회’에선 지휘자가 지휘대에서 내려와 인사하고 미처 무대를 빠져나가기도 전에 박수소리는 잦아들고 맙니다. 지휘자의 뒷머리를 보면서 민망해 하지 않을까 조바심이 납니다.

그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인지 때로 큰 환호와 긴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있습니다. 지휘자는 마이크를 집어 들고 “금요일 저녁인데 어디 놀러도 안 가시고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이곳 문화수준은 대단합니다” 하며 인사치례를 합니다. ‘동네 음악회’다운 정경입니다.

30년 전쯤 일본에 출장 갔다가 그곳 마을회관에서 마을 사람들을 위한 문화공연이 열리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무척 부러웠습니다. 우리네 형편으론 꿈같은 시절이었으니까요.

지금 우리 마을에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금요문화마당’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음악회가 열립니다. 1천석 가까운 자리가 거의 찰 정도로 호응도 좋습니다. 기왕이면 즐거운 음악으로 한 주일의 피로도 풀고, 아이들에게 남들과 함께 하는 문화공연의 예절도 가르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자소개



방석순


스포츠서울 편집국 체육부장, 부국장, 경영기획실장과 2002월드컵조직위원회 홍보실장을 역임했다. 여러 차례의 올림픽과 월드컵축구 등 세계적인 스포츠대회의 현장을 취재했고, 국제스포츠이벤트의 조직과 운영에도 참여하며 스포츠경기는 물론 스포츠마케팅과 미디어의 관계, 체육과 청소년 문제 등에 깊은 관심을 두고 이와 관련된 글들을 집필해 왔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더민주당 논산 시의회 9대 의회 후반기 의장 후보 조배식 의원 내정 더불어민주당  논,계,금  당협은 15일  저녁  7인의  당 소속  시의회 의원[ 서원, 서승필 ,조용훈.윤금숙 ,민병춘 ,김종욱 조배식 ]을 긴급 소집  오는 28일로 예정된  논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내천자로  재선의원인  조배식 [광석]  의원을  결정  한것으로  알려졌다.  더...
  2. 논산시의회 9대 후반기 의장 놓고 민주당 민병춘 .조배식 ,조용훈 3파전 ,, 국힘 이상구 표 계산 중 " 오는  6월 28일 실시하는  논산시의회  9대  후반기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다수당인  민주당  내 후보단일화를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9대 의회  후반기  의장 출마를  선언한  민병춘  조배식 조용훈  세의원이    15일로 예정된    단일 후보  ...
  3. 기자수첩 ]논산시 추락하는덴 날개가 있었다. 시장[市長]과 선량[選良]의 불화 끝내야 한다 .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원구성도  끝났다, 각 지역에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소속한 정당의  같고 다름과는 상관없이  지역구 안의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출신지역구의 내년도  사업예산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로비전에  들어간지  오래다. 여늬  지역구  국...
  4. 전철수 전 취암동장 논산농협 사외이사 당선 , 대의원 선거인 85% 지지 얻어 눈길 지난  6월  10일 실시한 논산농업협동조합  임원 선거에서  윤판수 현 조합장이  추천한  전철수[63] 전 취암동장이  대의원 105명이  참여한 신임 투표에서  선거인의  85%에  달하는 87표 를 얻어 논산농협 사외이사로 당선 되는  영광을 안았다. 논산시 내동  [먹골]  출신으로  청빈한&nbs...
  5. 임연만 사무국장 올해 충남 장애인 체전 중위권 진입에 전력투구 [全力投球]! 지난  6월 1일자로 논산시  장애인체육회 [회장  백성현 논산시장 ]  사무국장으로  전격 발탁된  임연만  [66]사무국장 ,  더  젊었던  시절부터  활발한  체육분야  활동을 통해  체육행정 및  현장 분위기를  익혀온  터여서  두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충남도&nbs...
  6. 반야산 산책로 폐가 정비 필요성 제기 . 녹지 무상개방 달성배씨 문중에 기림비 세우자 여론도 논산시민이  즐겨찾는  반야산  뒷편  산책로  한켠에  수십년째  방치되고  있는 달성배씨  문중 소유의    폐가를  철거  하고  임성규  전  전 시장 재임 중  논산시비를 들여  지은  장승조각장  용도의  가설 건축물도  정비해야한다는  여론이 ...
  7. “논산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6.25 전쟁 기념 및 선양행사 눈길 “논산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6.25 전쟁 기념 및 선양행사 -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미래세대와 참전유공자 교감의 장 마련 - 논산시(시장 백성현)는 25일 오후 논산대건고등학교 대강당(마리아홀)에서 6.25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제74주년 6.25 전쟁 기념식과 선양행사...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