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4월 9일 실시되는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공천 시기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석연찮은 이유로 당에서 가장 중요한 공천을 그렇게 뒤로 미룬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등 정면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대구매일신문 주최 대구, 경북 신년하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9일 회동에서) 당선인이 분명히 늦추지 않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보도가 달리 나오는 것에 대해서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우회적으로 불쾌감까지 나타냈다.
그는 "선거운동 시작을 보름 정도 남겨 놓고 공천자를 발표한다는 것은 굉장히 의도가 있는 일"이라며 "행여 정치보복이라든가 하는 것이 있다면 완전히 우리 정치문화를 후퇴시키는 일"이라며 이명박 당선자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10년 동안 야당생활을 하며 고생한 사람들 때문에 정권교체까지 이뤄진 것인데 그들을 향해 물갈이 이야기가 나오는 자체가 전직 대표를 한 나로서는 안타깝고 뵐 면목이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런 식으로 된다면 앞으로 경선이라는 건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규정이나 당헌당규 모두 소용없고 승자 측에서 마음대로 하는 것이 법이 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와함께 그동안 총선시기 관련 발언을 자제해 왔던 박 전 대표가 갑자기 강경자세로 돌변한 데에는 계속되는 3월 공천 움직임과 이 당선자의 측근인 이방호 사무총장이 총선실무를 도맡는 총선기획단장에 임명되는 등 이어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의 강경발언으로 그동안 불만이 고조됐던 박근혜측 인사들의 반발이 표면화된다면 한나라당은 대선후보 경선 때 이어 또다시 극심한 내부갈등에 시달릴 전망이다
이에 앞서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1일 KBS와 가진 신년대담에서 총선 공천 시기에 대해 "이번 국회에서는 정부조직법도 바꿔야 하고 모든 각료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해야 하는데 그 기간에 공천하는 문제와 겹치면 국회가 안된다"며 총선 공천이 본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인 3월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재오 전 최고위원도 "공천 시기에 대한 생각은 당선인 뜻과 같다"며 "이번 공천의 핵심 전략은 계파 유불리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안정의석 확보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취임 후 공천에 착수한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이명박 정부의 색깔에 맞게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또한 강재섭 대표최고위원도 2일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총선 공천은 정치일정에 따라 빨라지거나 늦춰질 수 있는 것"이라며 "한달 정도는 공천자가 선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3월 9일 정도까지는 공천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3월에 총선 공천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파문이 확산되자 한나라당은 긴급 진화에 나섰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강재섭 대표최고위원의 전체적인 취지는 정치상황에 특별한 것이 없다면 가급적 빨리 공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전 대표를 달랬다. 그는 "(강대표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는 정치상황에 특별한 것이 없다면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당이 공천의 중심을 잡고 가기 위해서 당이 조정자의 입장에서 총선 준비기획단을 발족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