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만추(晩秋)의 단상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11-19 10:28:32

기사수정
 
만추(晩秋)의 단상

만추의 계절입니다. '만추'하면 이만희 감독과 문정숙 주연의 영화가 생각납니다. 큰 눈망울과 우수(憂愁), 바바리코트. 가석방된 여죄수가 낙엽이 딩구는 공원 벤치에서 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죠. 내용은 이제 가물가물한데 우리나라 영화사에 남을 대표작의 하나랍니다.

만추는 아파트 단지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보면 큰 플라타너스 낙엽이 문득 얼굴을 스치며 떨어졌습니다. 아파트 경비원들에겐 큰 일거리입니다. 새벽부터 낙엽을 쓸어모으느라 바쁜 비질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냥 놓아두면 하수구를 막기 때문에 쓸어 담아야 한다고 합니다.

성남시의 청계산이나 인천시 문학산의 등산로에도 낙엽이 수북히 쌓였습니다. 낙엽들은 인간의 거친 발길로 덧난 상처를 보듬듯이 품고 있습니다. 길이었던 곳일수록 낙엽은 더 많이 쌓여있습니다.

낙엽 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브 몽땅이 부른 샹송 '고엽(les feuilles mortes)', 차중광이 부른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입니다. 모두 별리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고엽'은 프랑스감독 마르셀 카르네가 1946년 만든 '밤의 문'이라는 흑백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입니다, 영화 속에서 몽땅이 직접 부르지요. “삭풍은 망각이라는 차디찬 밤 속으로 추억과 회한들을 가져가 버렸지.… 인생은 소리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갈라놓았고 바다는 모래 위에 헤어진 연인들의 발자국을 지워버렸어….” 그런 대목이 나옵니다. 자크 프레베르의 시입니다.

가을이면 으레 에프엠 방송에서 들을 수 있던 이 노래도 올드 팬들의 신청이 없는지 올해는 듣지 못하던 차 병원 물리치료실에서 피아노와 칼 연주로 들었습니다. 유튜브(youtube) 닷컴에서 고엽의 다운로드 수는 보첼리가 높지만 그의 노래는 팝송화되어 샹송보다 서정성이 많이 감쇄된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늦가을 타령은 사실 음풍농월(吟風弄月)입니다. 늦가을이 되면 서글퍼지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무엇보다 처량한 게 추운 겨울을 나야하는 서민들입니다. 정치인들이 선거철이 되자 입으로 아무리 행복을 외쳐도 추운 겨울이 쉽게 따뜻해지지는 않습니다.

며칠 전 싼타페 차에 경유를 넣는데 1리터에 1,399원이었습니다. 처음 차를 사서 탈 때는 600원 선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말 5년만에 살인적으로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고유가 대책이랍시고 세금은 등유와 LPG 등 난방연료를 고작 몇 십원 내리는 알량한 정부입니다. 세계에 유례없는 고유가 세금인데도 "유가 오른다고 세금 내려 대처하는 나라는 없다"고 강변하고 있지요. 그런 나라들은 우리나라같이 기름 값이 적정수준이니 내릴 필요가 없겠지요. 장관들이 자기 돈으로 기름 넣은 차를 타고 다니겠습니까. 차가 아무리 막혀도 다 국민들이 세금으로 내주니 기름 값 걱정 안 하는 검정색 대형차를 타고 거들먹거리니 민생고를 알 턱이 없지요. 대형차부터 소형화하여 기름 절약에 모범을 보이시죠.

국가가 주는 행복의 원천은 세금입니다. 얼마 전 부하에게 상납 받은 혐의로 현직 국세청장이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터졌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반부패연대라는 것도 생겼는데 옛 부패는 반부패연대가 파헤친다 치고 새 부패는 어떤 반부패연대가 고칠지 걱정입니다.

12월19일은 대통령선거일이고 내년 봄엔 총선거가 있습니다. 선거는 가장 일을 많이 해야할 심부름꾼, 공복(civil servant)을 뽑는 것입니다. 그러니 요즘 후보마다 점퍼를 입고 마치 바닥이라도 길 것 같은 저자세로 저자거리를 누비고 있고 대통령 아닌 '중통령'이 되겠다는 사람까지 등장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표를 구걸하기 위해 입으로 "민생, 민생"외치지만 고유가 세금인하는 왜 이렇게 힘든가요. 세금 매기는 것, 본질적으론 정부 일이 아닙니다. 세법은 국회가 만드니 국회가 고치면 됩니다. 입 따로, 행동 따로 노는 사람들을 국민들이 세금으로 월급 주면서 뽑아줄 이유가 없습니다. 주권자들이여, 입으로 정치하는 자들은 추풍낙엽으로 만듭시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계룡시, 국립국악원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성료 계룡시, 국립국악원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성료계룡시(시장 이응우)는 지난 18일 계룡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공연을 성료했다. 이번 공연은 궁중예술에서 민간예술까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작품 공연을 통해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냈다는 평을 받았다. ...
  2. 논산 수해복구에 '구슬땀'…피해 큰 곳부터 자원봉사자 투입 논산 수해복구에 '구슬땀'…피해 큰 곳부터 자원봉사자 투입(논산=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지난 10일 중부지방 폭우로 광범위한 피해를 본 충남 논산시가 복구작업에 전념하고 있다.논산시는 12일 각 읍면동 사무소를 중심으로 호우 피해 조사를 실시하면서, 자원봉사 인력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시는 이날 육...
  3. 2천㎞ 날아온 후티 드론…이스라엘, 6분간 추적하고도 격추 못해 2천㎞ 날아온 후티 드론…이스라엘, 6분간 추적하고도 격추 못해이집트 영공으로 우회해 지중해 방면서 저고도로 진입한 듯(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의 심장부 텔아비브를 공격한 예멘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가 2천㎞ 넘는 거리를 날아와 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
  4. 백성현 논산시장, “매년 반복되는 상습 침수 피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시급” 백성현 논산시장, 농림축산식품부에“상습침수구역 농업생산기반시설 개선 및 확충 지원”요청백성현 논산시장, “매년 반복되는 상습 침수 피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시급” 백성현 논산시장이 농림축산식품부 강형섭 기획조정실장에 “매년 반복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내 수리시설을 확충하고 개선하는 것이 최우.
  5. 논산시, 600억원 규모 충청남도 지역균형발전사업 선정 논산시, 600억원 규모 충청남도 지역균형발전사업 선정  논산시(시장 백성현)가 국방군수산업도시 조성 등 민선8기 핵심사업비를 확보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충청남도의 ‘제2단계 제2기 지역균형발전사업 공모’에서 3개 사업이 선정되어 총 사업비 600억원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3개 사업은 도 제안사업...
  6. 기고"]선거의 무게 참으로 무겁습니다." "선거의 무게 참으로 무겁습니다.  민주주의는 참으로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먼저 민주주의 하면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선거에 의한 정치 권력의 교체가 가능한 것을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그 말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사실 많이 왜곡하여 사용하여 있고 민주적이지 못한 .
  7. " 다산논어"다산 정약용 선생이 논어를 번역하다, 『다산 논어』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이 1813년 완성한 『논어고금주』에 바탕하여 『논어』를 번역, 해설한 것이다. 『논어고금주』는 『논어』에 대한 다산의 주석서로 『논어』를 공자의 원의에 맞게 읽는다는 기획으로 집필되었다. 그 이름이 『논어고금주』인 것은 다산이 이 주석서에서 『논어』의 고주와 금주를 망라하여 좋은 견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