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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 제도의 제1덕목이다.
이론이 아무리 정치하고 간명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면 배척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듯이,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선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명분으로도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더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
다수가 누릴 더 큰 이득을 위해서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것을 정의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평등한 시민적 자유란 이미 보장된 것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정의에 의해 보장된 권리들은 어떠한 정치적 거래나 사회적 이득의 계산에도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36쪽)
정의에 대해서 생각한다고 해서 사회가 정의로워지는 건 아니다. 정의를 꿈꾼다고 해서 국가가 정의로워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와 국가가 조금씩 정의롭게 되는 건, 누군가가 끊임없이 정의에 대해서 생각하고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존 롤즈(1921~2002)에 의하면 최선의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이고, 정의로운 사회는 공정한 사회이며, 공정한 사회는 불공정을, 그것이 더 큰 공정에 이바지하지 않는 한 용인하지 않는 사회이다. 사회에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정의가 무엇인지 밝히는 일은 이보다 더욱 어렵다. 이 책이 여전히 읽혀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