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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안희정 최고 인터뷰]대통령은 평생 거짓말을 몰랐다”
  • 뉴스관리자
  • 등록 2009-06-23 17: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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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남자' '좌희정'으로 불리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을 만났다. 그는 2002년 대선 직후 감옥에 가면서 노 전 대통령을 가장 많이 울린 사람이기도 했다. 봉하마을 빈소를 지키던 그에게 인간 노무현에 대해 물었다.

대통령이 떠났다. 심경은 어떤가?

슬퍼야 될 것 같은데 슬픔에 앞서서 분노가 인다. 슬픔과 분노를 국민도 느낄 것이다.

대통령이 희정씨라고 불렀나?

'희정씨' 이렇게 부르시다가 술 한잔 하셔서 기분 좋으시면 '희정이' 이랬다.

노 대통령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 왔을 것 같은데 첫인상이 어땠나?

그냥 시골 사람 같았다. 아주 촌스러웠다. 정말 촌스러웠다. 정말 시골 동네 가면 볼 수 있는. 정신적으로는 늘 스승 같고 아버님 같았다. 그런 분이기 때문에 표현하기 참 어렵다. 시골 아저씨였다. 딱 느낌이. 여느 정치인에게 볼 수 없었던 솔직한 인간다움을 보았다.

시골 아저씨와 인생에서 한 배를 타겠다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

그분이 가지고 있는 정치 노선과 개혁 이런 것들도 참 좋았다. 그것은 논리적 틀이었다. 1988년 12월 감옥에서 나와 통일민주당 의원의 아르바이트 비서관을 했다

. 잘나가는 의원이었다. 그 방에서 근무를 하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대학교·고등학교 동기들이 와서 밥 사고 용돈도 주었다.

그런데 그분이 1990년 3당 야합을 해버렸다. 그때 노 대통령은 안 따라간 국회의원, 나는 안 따라간 당직자로 '꼬마 민주당'을 만들었다.

1994년 노무현 대통령이랑 연구소를 하는데 1년이 다 가도록 밥 한 끼 사주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아! 한국 사회가 이런 거구나. 그것이 나를 굉장히 놀라게 했다.

전태일 형제를 잃으면서 한국 사회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있는 줄 알았는데, 힘없는 사람 편에 서면 후원자도 밥 사는 사람도 없었다. 거기에 서 있는 노무현 대통령 옆에 서 있어야 되겠다, 하는 마음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일했다.

어렵고 힘든 길이었다.

대통령 모시면서 명함을 참 많이 갖게 되었다. 지방자치연구소 사무국장, 선거 컨설팅 회사 사장, 선거 홍보기획사 사장…. 보험사 지점 명함도 있었다.

노 대통령이 선거에 계속 떨어지니까 그런 명함을 갖게 된 것인가?

당선되고도 계속 팠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 편들고 없는 사람 편드는, 그것도 적당히 편드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없는 사람 편에 서 있는 사람에게는 후원금 안 들어온다. 후원자도 안 생긴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팠다.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명함은 생수회사 '장수천' 사장이었다.

돈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그때만 해도 당의 부총재나 리더라면 지구당에 돈을 내려 보내줘야 한다. 우리는 그렇게 해줄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지구당 위원들이 "변호사님이 보증 좀 서주십시오"라고 하면 덜컥덜컥 서주셨다. 돈을 떼이다 못해 발목까지 잡혀버린 게 장수천이다.

노 대통령이 1996년 총선에서 떨어졌는데 달랑 남아 있는 아파트 한 채에 압류가 들어왔다. 1998년 보궐선거에서 6년 만에 국회의원이 되셨는데 대통령의 고민을 해결해드리는 것이 장수천을 맡는 일이라고 생각해, 내가 나서서 그 일을 해보겠다 해서 생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업인 모임에 가면 "나도 기업 좀 했어요" 이렇게 얘기한다.

궁핍한 생활, 가난한 정치였다. 돈 없이 정치하는 게 어떤 것인가?

사모님(권양숙 여사)이 늘 그런 것 때문에 어려워하셨다. 대통령이 대전에서 판사를 끝내고 1978년인가, 변호사 개업을 하셨다. 2~3년은 부산에서 굉장히 잘나가는 조세 전문 변호사였는데 갑자기 이호철 전 민정수석 등을 만나서 데모하고 다니면서 사모님한테는 그야말로 '고생 시작'이었다. 그런데 그나마 있던 집 한 채마저 생수 사업한다고 보증을 서서 다 떼먹혔으니 사모님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드셨을 것이다.


노 대통령과 정치를 하면서 언제 가장 기뻤나?

2002년 대선 후보 경선할 때 광주에서 노 후보가 이겼을 때. 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때와, 대통령 선거에서 이겨서 대통령 취임식에 갔을 때가 가장 기뻤던 날이다.


대선 승리를 함께 지켜보았다.

여의도에 있는 한 호텔방이었다. 그때 대통령은 "나는 잘란다. 너희가 봐라" 하고는 방에 들어가서 주무셨다. 우리만 응접실에 남아서 개표 방송을 봤다. 당선 직후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당선되자마자 대선자금 문제로 감옥에 갔다.

2003년 4월과 6월 두 번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그런데 2003년 12월에 공개 소환당했을 때에는 구속을 면하기 어렵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소환 전날에 전화를 드렸다. 걱정하실 것 같아서. "제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때 참 아무 말씀도 못하고 "알았네. 알았네"라는 소리만 하셨다….

감옥에 다녀와 만났을 때 대통령께서 뭐라 하던가? 많이 울었다고 들었다.

아니다. 제 앞에서는 잘 안 울었다. 경상도 사람이다. 자기 감정을 얘기 잘 못하신다. 국무회의 때나 청와대 보좌진 회의 때는 제 얘기를 하면서 "희정씨 문제는 내 문제인데" 이러면서 많이 우셨다고 한다. 나가서 기자회견 하겠다는 것을 청와대 보좌진이 말리느라고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참 솔직한 사람이었다.

2002년 대선 때 대선 후보 토론을 하는데 이회창 후보가 먼저 하고 그 다음 날이 노무현 후보 차례였다. 옥탑방을 물어봤는데 이회창 후보가 "옥탑방이 뭐죠"라고 되묻는 바람에 귀족 후보로 엄청나게 공격당했다.

다음 날 노무현 후보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때 노무현 후보가 자기도 모른다고 대답을 했다. 내가 놀라서 "아니 서민 후보라며 그걸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대통령께서 "내가 어제 몰랐다는 사실을 건호가 알고 있어서. 그런데 다음 날 내가 아는 척을 하면 그거 거짓말 아니냐. 그래서 나도 모른다고 대답했다"라고 하시더라. 그런 분이다.


대통령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최측근조차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이야기했다.

유시민 전 장관이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한 것은 역설적인 표현이다. 동일한 구조에서 실패했다는 뜻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그렇게 만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실패한 대통령, 실패한 정부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다. 여론이 안 좋다. 차기 정권을 창출하는 데 실패했다. 그렇다고 실패한 정부가 되는 건 아니다.

말을 좀 아끼셨으면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나?

그 얘기는 더 솔직해지지 말라는 충고와 똑같다. 남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불편한 진실 앞에 그걸 좀 적당히 가장하고 예의와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좀 더 적절하게 거짓말하면서 살 기회를 사람들은 원했을지도 모른다. 역대 대통령 어떤 분들의 어록과 녹화 테이프와 비교해보라. 노무현 대통령이 무슨 품격 없는 말을 하고 가벼운 분이신지. 그분을 공격했던 우리 사회의 핵심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편한 진실 앞에 그분이 솔직했기 때문에 그렇다.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하고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 내려오면서 슬픔을 떠나 정말로 화가 났다. 사람 하나 이렇게 잡는구나. 16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누가? 사람들은 다 검찰이라고 이야기한다. 검찰이 잘못한 거 맞다. 그렇지만 검찰은 행동대원에 불과하다. 핵심에는 청와대와 언론 권력이 있다.


영정을 들고 운구했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2008년 11월 24일 강경 젓갈 시장을 찾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접하는 안희정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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