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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里眼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11-26 12: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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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의 북위(北魏 : 386~534년) 말 양일(楊逸)이라는 청년이 광주(光州) 지방장관으로 부임했습니다. 명문가의 후손으로 19세의 젊은 나이인 데다 순진하고 의욕적으로 주 정치에 전념하여, 사람들은 “양 장관은 낮에는 식사도 잊고 밤에는 잠도 자지 않고 일만 한다”고 칭송했습니다.

법령을 틀림없이 행하되 엄하게만 하지 않고, 전란에 기근이 겹쳐 굶어 죽는 사람이 각처에서 생겼을 때는 비축 양곡을 풀어 나누어 주도록 했습니다. 관계관이 중앙정부의 의향을 걱정하자 양일은 “나라의 근본은 사람이다. 사람의 명을 잇는 것은 양식이다. 굶주린 사람을 살리는 것이 죄라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창고를 열게 했습니다.

그가 부임해 온 후부터 중앙정부에서 내려온 관리나 군인이 손을 벌리는 일이 뚝 끊어졌습니다. 전 같으면 연회를 벌이고 코앞에서 진상을 요구하던 자들이 도시락을 싸들고 오거나 내밀하게 대접을 하려 해도 거절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주민들이 그 이유를 묻자 관리들은 “양 장관은 천리를 내다보는 눈을 가져 속일 수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천리안(千里眼)이라는 말은 양일의 깨끗한 정사(政事)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는 서민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부하들이 관리 티를 내고 힘 있는 체 하는 작태를 뿌리 뽑으려고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지역 곳곳에 부하들을 배치하여 관리나 군인의 움직임을 낱낱이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기세등등한 실력자들이 꼼짝도 못한 것은 장목(張目:정탐꾼)을 이용하여 먼 곳의 일까지 탐지한 양일의 암행 정치 때문이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는 군벌들의 싸움에 휘말려 32세에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비록 군벌의 미움을 샀겠지만 수하 관리나 평민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여 오래 동안 공물(供物) 헌화(獻花)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탐이니 염탐이니 하는 말은 오늘날에는 으스스하고 비열한 행동으로 비치지만, 선정을 베풀려는 옛날 왕들은 직접 미행 야행 잠행으로 누항의 민심을 파악했습니다. 손이 미치지 못할 때는 수하를 암행시켜 비리를 척결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민심을 파악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하려는 목적이었으므로 지탄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반대로 전쟁을 목적으로 삼는 자는 세작 간첩 밀정 첩보원 닌자[忍子]를 이용한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 왔고, 피비린내 나는 암살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첩보위성 투시경 잠망경 감시카메라 탐지견에다 해킹 전문가까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감시를 당하고 있다면 어느 누구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프라이버시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현대사회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으로 국정쇄신과 민생안정을 위한 민심 파악조차 방기해서는 곤란합니다. 정부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장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올 들어 가계 빚은 갈수록 늘어나고 기업은 자금난에 쪼들리고 있습니다. 주력 수출산업도 위기를 맞고 있는 데다 중산층이 무너져 내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ㆍ여당은 정책부재ㆍ포용부재ㆍ소통부재의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행여 권력핵심이 측근과 파당이나 목소리 큰 이해집단의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 자초한 일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민주사회에서는 ‘힘의 논리’보다 ‘논리의 힘’이 더 강합니다. 백성의 소리를 토대로 한 논리 정립을 위해서는 백 리라도 내다 볼 수 있는 효율적인 민심수렴 장치가 절실한 때입니다.







필자소개



김홍묵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에 몸담았다. 이후 (주)청구 상무이사,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주)화진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언론사 정부기관 기업체 등을 거치는 동안 사회병리 현상과 복지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기사와 기고문을 써왔으며 저서로는 한국인의 악습과 사회구조적 문제를 다룬 '한국인 진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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