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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 하나로 11억 대륙의 예술세계를 개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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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8-01-04 16: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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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끝 하나로 11억 대륙의 예술세계를 개척하다
[2008 희망 코리아·코리안] 인도에 한국의 미 심는 문장희 화가


“화선지에 붓을 휘두를 때면 마치 갈증에 시달린 목을 냉수로 축이는 듯한 시원함을 느끼곤합니다.”

인도에서 8년째 살아오고 있는 30대 중반의 여인 문장희 화가의 얼굴에서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저토록 유약해 보이는 여인의 어디에 외국인을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한 용기와 미지의 땅에서 억척스럽게 자신의 작품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열정이 숨어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수묵담채로 인도에서의 삶 담는 작품 선보여

“한국의 전통화법을 익힌 문장희 화가의 붓끝에서는 자유분방함과 자신감이 넘쳐난다. 그녀는 인도에서의 경험을 비구상으로 표출하는 탁월한 기법을 가지고 있으며, 작품에 더해지는 색감 또한 독특하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비평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녀의 작품에서 한국적인 독특함을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인도 생활 초기에 문장희 화가는 화선지에 수묵담채 형식으로 인도의 일상들을 그려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들이 추상적인 형태로 바뀌기는 했지만 수묵을 자주 활용하는 과감한 표현기법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인도에 오고 나서 한동안은 화선지 등 재료를 구할 수 없어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럴 때는 화선지 대신 캔버스에 수묵을 칠하면서 작품을 만들기도 했지요.”

서울이 고향인 문장희 화가는 경기도의 계원예고에서 자신의 미술적 자질을 키우고 홍익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청 화랑과 알파(Alfa) 문화센터의 단체 전시회, 인사동 화랑의 6인 전시회 등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 유학 중 인도인 남편 만나

이후 1997년 문장희 화가는 중국의 명문 중앙미술학원(Central Academy of Fine Arts)에 유학하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게 된다. 당시 같은 학원에서 연수 중이던 인도인 데벤드라 슈크라(Devendra Shukla)씨를 지방연수를 떠나는 기차 안에서 처음으로 조우하게 된 것이다.

“그때 중앙미술학원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 달간 지방연수를 했는데 북경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시간이 유난히 길었어요. 거의 50시간 정도를 갔는데, 혼자 쓸쓸히 창가에 앉아있던 데벤드라씨를 보면서 여자 특유의 모성 보호 본능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국경을 초월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극복하기 힘든 장벽이다. 중국 유학 후 두 사람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각자의 조국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데벤드라씨가 핀란드에서 열린 국제전시회에 문장희 화가를 초청하면서 관계가 급진전하게 된다.


문장희 화가가 가장 아끼는 비구상 작품 ‘오래된 염원’. 흑백의 단순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대비에서 한국 전통화법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결혼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지요. 그러나 제가 어렸을 때부터 한번 마음먹은 일은 기필코 해내는 결단력이 있었기 때문에 집안의 반대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어요.” 문장희 화가의 얘기다. 그렇다면 데벤드라씨의 가족은 어떠했을까.


남편과 합동전시회 등 활발한 활동

“시댁은 전통과 가문을 중시하는 브라만 계급입니다. 그럼에도 외국 며느리인 저를 처음 보는 순간 시어머니가 아주 뜨겁게 껴안아 주셨어요.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이분들이 나와 전생의 연 같은 것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혼 직후부터 7년간을 시부모님, 시동생 가족들과 같이 살다가 작년에 분가해 나왔어요.”

비록 미술을 본업으로 하는 사람들끼리의 결합이라고는 하나 문화, 언어, 생활습관 등이 판이한 타국에서 시댁식구들과 7년을 함께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문장희 화가가 가지고 있는 한국 여인 특유의 희생정신과 인내심, 인도의 신분제도를 뛰어넘어 외국 며느리를 차별하지 않은 시댁식구들의 놀라운 포용력이 숨어 있다.

결혼 이후 인도는 물론 국제적으로 그 명성을 인정받고 있는 유망한 화가 남편의 도움을 받으면서 문장희 화가의 작품 활동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시작한다. 2001년 ‘한국의 붓끝으로 그려낸 인도(India! In Korean Strokes)’를 필두로 4차례에 걸친 개인전과 10회가 넘는 단체전을 성공리에 개최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인도 국립예술원(National Academy of Art)에서는 문장희 화가 부부의 합동 전시회가 열려 내외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전시회를 참관했던 한 전문가는 문장희 화가 작품에 대한 인상을 다음과 같이 평했다.

“인도에 살고 있는 한국 출신 화가로서 그녀는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했다. 일견 수수해 보이는 그녀의 작품은 정교하면서도 강렬한 감성을 표출하고 있다.”


두 부부는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면서 뉴델리의 영국학교(British School)에서 미술교사로도 일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모범적인 잉꼬부부로 소문이 나 있다. 집에는 두 사람의 사랑의 결실인 7살 난 아들이 하나 있다.
 
한국의 예술혼 인도 땅에서 뿌리내려


문장희 화가 개인 전시회 초청장에 인쇄된 대표작 ‘극적인 분열들’. 여전히 수묵담채의 기법이 살아있다.
문장희 화가의 남편 데벤드라씨에게 문 화가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점에 끌렸는지를 물어 보았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현대 여성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상함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 반했습니다.”

문 화가는 남편과 함께 했던 과거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몸은 비록 먼 이국 땅 있지만 내 예술의 본향은 나를 낳고 키워준 한국입니다. 내 예술의 모태는 한국적인 선과 소박함이고 그 기조는 내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 여인 특유의 연약해 보이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통해 우리의 아름다운 예술혼이 머나먼 이곳 인도 땅에서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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