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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졌다,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11-30 1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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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티아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강을 건너면 인간세계가 비참해지고,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한다.” 기원전 49년, 갈리아 (현 프랑스) 총독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쿠테타 군을 이끌고 국경인 루비콘 강을 건너기 직전 부하들에게 외친 절규 입니다. 로마 원로원의 총독직 파면에 이은 귀국 명령에 반기를 든 것입니다,

이후 카이사르의 진군과 전투는 한마디로 ‘전광석화’였습니다. 한때 삼두정치의 동지에서 정적이 된 폼페이우스의 대군을 두 달여 만에 이탈리아 반도에서 몰아낸 후 바로 마르세이유, 에스파냐, 북아프리카 전선을 평정 했습니다. 바다 건너 그리스에 진을 친 폼페이우스 군을 파르살로스 회전에서 격파하기 까지는 1년 반 남짓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폼페이우스는 25세 이전에 개선식을 거행하고 대왕 (The Great) 칭호를 받은 군사의 천재였습니다. 잇단 내전 반대파 진압과 지중해의 해적을 석 달 만에 완전 소탕한 영웅으로 원로원까지 장악한 그였지만 끝내 카이사르의 진격에 쫓기다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말았습니다. 그의 두 아들까지도….

2,000 여 년이나 지난 카이사르의 혁혁한 전공을 칭송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피로 얼룩진 내전에서 전사자를 제외한 모든 적과 반대파를 문책, 처벌하지 않고 너그럽게 받아들인 그의 관용정신과, 탁월한 경륜으로 단시일 안에 제도를 일신시킨 개혁정책을 되돌아 보고자 함입니다.

카이사르가 루비콘 도강 며칠 만에 점령한 코르피니오에는 자신의 후임으로 갈리아 총독에 임명된 에노발부스가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폼페이우스측의 원군도 거절 당한 채 카이사르 군의 위세에 겁먹은 병사들의 반란으로 포로가 된 에노발부스를 카이사르는 바로 석방해 버렸습니다. 적을 용서하는 카이사르와 자기편을 버리는 폼페이우스와의 차이를 강렬하게 심어 준 결단이었습니다.

폼페이우스가 그리스로 퇴각한 사이 서쪽으로 진군한 카이사르는 불과 한달 일주일 만에 에스파냐의 적진을 제압했습니다. 2만 5천명의 병력으로 9만명에 이르는 적군을 궁지로 몰아 항복을 받아낸 그는 이번에도 적장 세 명을 그들의 뜻대로 폼페이우스가 있는 그리스로 가도록 허락했습니다. 피를 흘리지 않고 승리를 이끈 카이사르는 남은 병사들을 조건 없이 해산 시키는 아량을 보였습니다.

파르살로스 회전에서 폼페이우스 군을 완전 패퇴시킨 카이사르는 적전사 6,000명, 도망자 2만 4,000명 외에 포로 2만 4,000명에게 거취 선택의 자유를 주었습니다. 아군 병사들에게는 패잔병을 해치거나 약탈을 해서는 안 된다고 엄명했습니다. 뒷날 자신을 암살한 마르쿠스 브루투스가 포로 신세에서 카이사르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도 이 전투에서였습니다.

이 회전에서 줄행랑을 친 키케로. 로마사에서 손꼽히는 변호사 저술가인 그는 원로원의원에다 집정관까지 지냈지만, 폼페이우스 편에 선 죄로 그리스 전선에서 돌아오는 카이사르에게 목숨을 빌었습니다. 카이사르는 일체의 전과를 묻지 않고 그를 사면해 주었습니다. 나중의 일이지만 에스파냐 전쟁에서 석방 된 후, 파르살로스에서 겨우 살아 도망친 장군 바로를 카이사르는 로마 최초의 국립도서 관장에 임명 했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 외에는 보지 못한다’고 간파했던 카이사르는 분노나 복수가 윤리 도덕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도 했겠지만, 자신의 우월성에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전기간 거의 모든 전투에서 사상자 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포로를 잡은 것도 동족상잔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 그의 관용정신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폼페이우스의 죽음과 클레오파트라와의 밀월로 이집트를 제압하고, 중동의 폰토스 왕국을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단 세 마디의 전과보고로 진압하고, 북아프리카의 누미디아 왕국까지 평정한 카이사르는 54세가 되어 처음으로 나흘간의 화려한 개선식을 가졌습니다. 그러고는 바로 국가 개혁에 착수 했습니다.

카이사르는 그가 수립하고자 하는 새 질서의 슬로건으로 ‘관용(클레멘티아)’을 내 걸었습니다. 개선식 때 나누어 준 기념 은화에도 클레멘티아를 새겨 넣었습니다. 반대파를 처단하기 위한 ‘살생부’작성을 거부하고, 이웃 나라로 망명한 사람들의 귀국은 물론, 자신을 반역자로 규정한 전직 집정관 마르켈루스까지 귀국을 허용 했습니다.

카이사르의 팍스 로마나 방식은 반대파를 배제하고 자기 편끼리만 개혁을 단행한 과거의 방식보다 훨씬 어려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카이사르의 이런 개혁 정책은 로마인 모두에게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동족끼리 피를 흘리는데 지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안도감과 신뢰는 당연히 정책 수행에도 시너지효과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카이사르의 첫 개혁 사업은 달력개정 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사용한 달력은 기원전 7세기 2대왕 누마가 정비한 태음력이었습니다. 전쟁 와중에 데려온 이집트인 천문학자와 그리스인 수학자들을 시켜 달력상의 계절과 실제 계절과의 차이를 없앤 태양력이 바로 ‘율리우스력’ 입니다. 이 율리우스력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다시 개량 할 때까지 1, 627년 동안 유럽과 중동에서 표준력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다음의 사업은 통화 개혁 이었습니다. 기축통화를 만들어 로마세계 전체의 경제를 활성화 시키려는 목적입니다. 지금까지 원로원이 차지하고 있던 조폐권을 신설 국립조폐소로 넘겨 금 은 동화를 주조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속주와 아테네 같은 자치도시에는 조폐권을 인정해 로마 화폐와 병용 시켰습니다. 카이사르는 통치체제, 법률, 군사 그리고 도로 상하수도 항만 같은 사회간접자본 분야는 로마식을 관철 했지만, 언어 통화 같은 많은 분야는 지방 분권주의를 인정했습니다.

카이사르의 개혁은 항상 생활의 실용성과 제국의 통치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진행 되었습니다. 그는 이어 북이탈리아 속주민에게 로마 시민권을, 시칠리아와 남프랑스 속주민에게는 라틴 시민권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속주민중 유력자에게는 원로원의석도 배정 했습니다. 나아가 의사와 교사들에게도 로마 시민권을 부여하고, 해방노예를 공직에 등용시켜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 다언어의 사람들을 포용 통합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사회개혁으로는 밀의 무상배급 대상자를 32만명에서 15만명으로 줄이는 한편 제대 군인을 속주에 분산시켜 거주하게 하고, 로마가 멸망시킨 후 소금까지 뿌렸던 카르타고와 코린트를 100년 만에 재 개발하는 등 실업대책과 식민정책을 추진하였습니다. 또한 인구 100만명에 이른 로마의 수도경찰 창설, 낮 시간의 마차통행금지, 주민의 집주변 청소 의무화, 사치금지, 사채이자 상한선 (연리12%이하) 제정 등 시민생활의 질서와 편익에도 힘썼습니다.

이 밖에도 카이사르는 정치 행정 법률 건설 등 수 많은 분야를 개혁하였습니다. 루비콘 강을 건넌 후 브루투스 일당에게 암살 당하기까지 5년, 실제로는 개선식을 가진 뒤 1년 만에 단행한 혁신이었습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독재관으로서 만이 가능한 혁파인데다 온 국민이 어리둥절할 정도의 혁신은 당연히 기득권 세력의 반발과 반대파의 암살기도를 움트게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카이사르의 관용과 개혁 기틀은 그의 사후에도 오랫동안 유지 되었고, 로마제국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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