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老 病 死 (1부)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11-03 12:24:55

기사수정
 
老 病 死 (1부)

오마리 2007년 11월 03일 (토) 09:43:26




언젠가부터 자주 거울을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바쁜 직업이어서 여성이면 누구나 즐기는 미용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보니, 간단한 헤어 컷이나 염색조차 혼자 해결합니다. 출근 화장은 10분, 아침에 잠깐 거울 보면 저녁 세수 때 되어서야 거울을 다시 봅니다. 매사 그 부분에서만은 후다닥 하며 수 십년 살았기에 이런 변화는 생각지 못한 일입니다.
.
이젠 옷차림도 예전 같은 맵시가 없습니다. 처져가는 몸의 근육은 나이를 여실히 증명해 주고, 생머리만 묶어도 싱싱했던 모습은 점점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갑니다. 키까지 줄어들어 예전의 옷들이 어울리지 않는 쇼크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몸의 화학구조가 변하고 균형의 틀이 깨져 신체의 실루엣이 무너지기 시작한 탓입니다.

얼굴은 주름살이 제멋대로 퍼져가고, 눈두덩은 퀭해지고, 볼 살이 늘어집니다. 치아의 질병과 변화는 나이와 비례하여 예전의 모습을 잃게 하고 그것은 턱 윤곽의 큰 변화를 초래합니다. 치아의 구조가 변하니 음성도 변하고 발음 발성도 변합니다. 낭랑했던 20대의 음성은 어디로 가고 “생선 사세요”하는 좌판 아주머니의 피곤에 찌든, 쉰 듯한 음성으로 바뀌어 갑니다.

여성이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아름다움, 즉 여성미를 포기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모두 늙어가는 거야라고 아무리 스스로 위안하고 태연하려 해도 쉽지 않은 일인 것을 절감합니다. 아니 내가 어떻게 이런 얼굴로 늙어갈 수가 있지? 가끔은 믿어지지 않아 거울을 들고 앞으로, 옆으로, 뒤로 미친 짓을 해 본 적도 있습니다.

거기에다 사진은 진실만 얘기한다는 무서운 현실에 부딪쳐, 사진 찍기가 무섭다 못하여 찍은 후 들여다볼까 말까 하는 공포까지 생깁니다. 그래서 과거 지향적인 병까지 생겨 집안에는 10년 전 사진만 진열합니다. 그럼에도 이율배반적인 것인지 빨리 늙어갔으면 하는 때도 있습니다. 아마 여성으로서의 일반적인 기대나 집착에서 해방되고 싶은 염원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10여년 전 타블로이드 신문에 파파라치가 찍은 1950년대의 대 스타,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았던 아름다운 그레타 가르보의 늙은 모습이 게재되었습니다. 마귀할멈같이 늙은 그녀의 모습에 경악한 적 있습니다. 그녀는 무대를 떠난 후 종적을 감추고, 그녀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신비롭고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고자 하였으나 그만 파파라치에게 찍히고 만 것입니다. “미인에게 원수진 여성은 미인이 늙을 때만 기다리라”는 속담이 있습니다만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늙는다는 것은 외양 뿐만이 아닙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물의 인식력이 느려지고 지각이 둔해져 많은 육신의 변화 이상으로 엄청난 정신적 기능적 변화를 보여줍니다. 취침 시간이 뒤바뀌거나 잠이 없어지고 무서움이 많아지니 의심을 자주 합니다. 눈이 나빠져 더러운 것에도 덤덤해집니다. 언어의 발음과 표현이 점점 어눌해져 갑니다. 잊어버리기 잘 하고 계획성이 떨어지며 관리능력도 점점 부실해집니다. 일의 추진력에 힘을 잃고 집중력이 산만해지며 분실을 잘 합니다. 방향감각도 둔해져 운전이 무서워집니다. 매사 자신감도 점점 상실해 갑니다. 잘 슬퍼지고 삐치기도 잘 하고 사소한 일에도 서운해 합니다.

物極則必反(물극즉필반), 달이 차면 기울어지듯이 모든 사물은 차오르면 반드시 기울어진다는 게 주역의 핵심 논리입니다. 이 논리는 우주가 존재하는 한 변함없는 영원한 진리로서, 어떤 생물체건 벗어날 수 없는 천지창조 때부터의 숙명일 것입니다. 이런 거대한 섭리에 반하여, 티끌과 같은 먼지에 불과한 인간이 늙어지지 않으려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 자체가 희극인 것입니다.

젊음은 주어지고 늙음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면 주어진 젊음은 다 써버렸으니, 앞으로 남은 늙음은 어떻게 수용하며 어떠한 형상으로 이루어갈 것인가. 이 생각에 몰두한 결론은, 우선은 심플한 삶으로 주변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필요 없는 것은 버리고 벌인 것들은 가지를 치는 일입니다. 사념을 없애기 위하여 젊은 날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

어려워서 포기했던 주역공부를 하며 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어렵지만 무욕을 실천하려 노력합니다. 그러기를 1년여, 작ㆍ금년 사고의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늙어감으로써 얻어지는 장점 또한 풍성한 것임을 발견하게 합니다

젊은 날의 외양은 아름다웠을지언정, 지금처럼 사물을 보는 시야가 넓지 못했고 관용의 폭도 좁았습니다. 뿐더러 예지의 빛도 흐렸음을 자각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젊음과 바꿀 수 없는 노령의 유일한 대작품, 마지막 잎새 같은 것입니다

이제, 너는 예전의 젊음과 그 상황으로 돌아가겠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젊은 날의 고뇌, 치열했던 삶과 갈등의 시간을 다시 헤쳐갈 자신도 없을 뿐더러, 지금 늙어가고 있음이 정신적으로 여유로우며, 곧 영원하고 완전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진들은 뉴욕 MOMA뮤지엄에서 찍은 것으로, 각 작품을 필자가 부분적으로 발췌하고 나름대로 해석한 것입니다)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이 사진들은 뉴욕 MOMA뮤지엄에서 찍은 것으로, 각 작품을 필자가 부분적으로 발췌하고 나름대로 해석한 것입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더민주당 논산 시의회 9대 의회 후반기 의장 후보 조배식 의원 내정 더불어민주당  논,계,금  당협은 15일  저녁  7인의  당 소속  시의회 의원[ 서원, 서승필 ,조용훈.윤금숙 ,민병춘 ,김종욱 조배식 ]을 긴급 소집  오는 28일로 예정된  논산시의회  후반기  의장  내천자로  재선의원인  조배식 [광석]  의원을  결정  한것으로  알려졌다.  더...
  2. 논산시의회 9대 후반기 의장 놓고 민주당 민병춘 .조배식 ,조용훈 3파전 ,, 국힘 이상구 표 계산 중 " 오는  6월 28일 실시하는  논산시의회  9대  후반기  의장 선출을  둘러싸고    다수당인  민주당  내 후보단일화를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하다. 9대 의회  후반기  의장 출마를  선언한  민병춘  조배식 조용훈  세의원이    15일로 예정된    단일 후보  ...
  3. 기자수첩 ]논산시 추락하는덴 날개가 있었다. 시장[市長]과 선량[選良]의 불화 끝내야 한다 .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원구성도  끝났다, 각 지역에서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소속한 정당의  같고 다름과는 상관없이  지역구 안의  지방자치단체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출신지역구의 내년도  사업예산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로비전에  들어간지  오래다. 여늬  지역구  국...
  4. 전철수 전 취암동장 논산농협 사외이사 당선 , 대의원 선거인 85% 지지 얻어 눈길 지난  6월  10일 실시한 논산농업협동조합  임원 선거에서  윤판수 현 조합장이  추천한  전철수[63] 전 취암동장이  대의원 105명이  참여한 신임 투표에서  선거인의  85%에  달하는 87표 를 얻어 논산농협 사외이사로 당선 되는  영광을 안았다. 논산시 내동  [먹골]  출신으로  청빈한&nbs...
  5. 임연만 사무국장 올해 충남 장애인 체전 중위권 진입에 전력투구 [全力投球]! 지난  6월 1일자로 논산시  장애인체육회 [회장  백성현 논산시장 ]  사무국장으로  전격 발탁된  임연만  [66]사무국장 ,  더  젊었던  시절부터  활발한  체육분야  활동을 통해  체육행정 및  현장 분위기를  익혀온  터여서  두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충남도&nbs...
  6. 반야산 산책로 폐가 정비 필요성 제기 . 녹지 무상개방 달성배씨 문중에 기림비 세우자 여론도 논산시민이  즐겨찾는  반야산  뒷편  산책로  한켠에  수십년째  방치되고  있는 달성배씨  문중 소유의    폐가를  철거  하고  임성규  전  전 시장 재임 중  논산시비를 들여  지은  장승조각장  용도의  가설 건축물도  정비해야한다는  여론이 ...
  7. “논산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6.25 전쟁 기념 및 선양행사 눈길 “논산시, 미래세대와 함께하는 6.25 전쟁 기념 및 선양행사 -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미래세대와 참전유공자 교감의 장 마련 - 논산시(시장 백성현)는 25일 오후 논산대건고등학교 대강당(마리아홀)에서 6.25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호국영령과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해 제74주년 6.25 전쟁 기념식과 선양행사...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