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血[피] 의 花 [꽃]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10-24 11: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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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가장 참담하고 절망적인 상황은 어떤 것일까요? 실직, 가난, 무학, 무지, 질병, 기아, 소외, 협박, 테러, 전쟁들 일까요? 아마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현실일 것입니다. 나아가 개나 돼지보다 못한 생을 운명으로 받아 들여야 하는 삶일 것입니다.

최근 세계적 경제·군사대국으로 발돋움 하려는 인도의 그늘 불가촉천민 (Untouchables)과 북한 정권의 영광 뒤 안에 가려진 인민의 참상에 대한 책과 기사를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추락 할 수 없는 나락, 생계와 생존을 위해 피눈물을 흘리고 죽음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 이야기 입니다.

사람의 반열에서 제외된 ‘오염원’. 그들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오염이 된다고 접촉 할 수 없는 천민. 그들의 침이 땅을 더럽히지 않도록 타구를 목에 걸고, 자신의 더러운 발자국을 지우도록 빗자루를 엉덩이에 매달아야 했던 비인간. 개와 당나귀 이외의 재산을 갖지 못하고, 교육조차 받을 수 없는 소외자. 개도 목을 축이는 상수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성전 앞에 그림자를 드리워도 안되는 금기 인간.

세계인구의 16%를 차지하는 10억 인도인, 그 인구의 16%나 되는 1억 6500만 명이 바로 불가촉천민으로 불리는 달리트(억압받는 사람들) 입니다. 3500여년전 힌두교 신 푸루샤가 자신을 희생하여 인류를 창조하면서 입은 브라만 (사제), 팔은 크샤트리아 (무사), 허벅지는 바이샤 (상인), 두 발은 수드라 (노예)를 탄생 시켰다고 합니다. 이 네 계급의 카스트에 끼지 못하는 아웃카스트인 최하층민이 바로 달리트 입니다.

달리트들은 힌두경전과 카르마 (업, 운명)의 논리에 세뇌되어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비천한 마을의 하인’으로 화장에 필요한 장작을 나르고, 마을 담장을 손보고, 나라의 재물을 나르는 사람들을 호위하고, 관리들의 심부름을 하고, 도둑을 쫓고, 가축의 시체와 인분을 치우는 천박한 일을 하는 것을 전생의 악업 때문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힌두교도는 해탈을 인간이 성취 항 수 있는 최고의 경지로 여깁니다. 달리트들에겐 스스로 자신들의 사회적 신분을 바꿀 능력도, 카스트를 거부하고 싸울 근거도 없습니다. 다만 이승에서 다르마 (의무)에 최선을 다해 윤리의 사슬에서 벗어나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종교적 믿음 뿐입니다. 카르마와 다르마의 논리만을 따르며 사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핍박과 천대 속에 살아 온 그들에게도 선각자가 있어 달리트들의 권익을 얻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구걸할 권리, 죽은 자의 옷을 가질 권리, 죽은 가축의 가죽을 얻을 수 있는 권리 같은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도로서는 악몽인 영국의 통치가 달리트들의 권리 신장에 힘이 되었습니다.

영국은 인도 통치를 강화하면서 달리트들을 군대에 들어 갈 수 있게 했습니다. 영국군은 인도인 군인과 자녀에게 의무교육을 실시하여, 불가촉천민은 비로소 자아에 눈을 뜨고 여태 모르고 살아 온 자존심을 찾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을 옭아 맨 것은 운명이 아니라 브라만이 덧씌운 오욕임을 깨닫고 그 멍에를 벗어 던지려는 자각이 생겼습니다.

1950년 공화국을 선포한 인도 헌법은 불가촉천민의 폐지를 선언했습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카스트와 종교를 근거로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문화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인도인들은 상대의 이름만으로 그 사람의 카스트를 알 수 있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카스트를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신도 버린 사람들인 ‘불가촉천민’을 쓴 나렌드라 자다브 (1953년생)도 바로 달리트입니다. 그는 뭄바이대학 경제학 석사, 미국 인디애나대학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후, 인도중앙은행 수석보좌관 국제통화 기금 자문관을 거쳐 인도의 명문 푸네대학 총장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나를 ‘성공한 천민’이 아닌 ‘남과 똑 같은 개인’으로 봐 주는 세상을 꿈 꾼다”고 염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노무현 대통령과 남북정상회담 참석자들이 평양에서 관람한 대집단체조 ‘아리랑’. 그 공연은 5만 명의 북한 청소년들이 바지에 대소변을 봐 가며 3~6개월간 연습한 피와 땀의 결실이라고 합니다.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제작·연출한 정성산씨는 자신도 1984~85년 집단체조에 참가했다면서 이렇게 털어 놓았습니다.

어린이장에 나오는 열 살, 열 한 살짜리 인민학교 학생들에게 집단체조 연습은 한마디로 지옥훈련. 다리가 찢어지지 않는다고 서너 명의 남자 선생이 어린이의 정강이를 잡고 다리를 찢을 때 어린이 눈에는 눈물이 아닌 핏물이 흐르는 듯했고, 햇볕이 살가죽을 태워도 연습에 연습을 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공연이 진행되는 3시간 동안 수 천 명의 배경대 (카드섹션) 학생들은 겉으로는 웃으면서 대소변을 그 자리에서 해결해야 한답니다. 맹장염이 발병하여 장이 곪아 터져도 자리를 떠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단 한번의 1호 행사 (김정일 참석 공연)에서 단 한 번의 실수로도 본인은 물론 담당교사까지 반동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일행에게 선물한 ‘칠보산 송이’는 북한 주민의 피멍이 묻은 수확물이라고 합니다. 2001년 탈북한 동아일보 주성하기자는 탈북 한해 전 여름 함경북도의 칠보산 송이 채취에 동원된 경험을 털어 놓았습니다. 8, 9월 직장에서 차출된 ‘충성의 외화벌이 조’는 새벽 6시부터 하루 10시간이상 산을 타야 했습니다.

산 아랫마을에서 알아주는 한 ‘송이꾼’은 아슬아슬한 벼랑에서 밧줄을 타고 대롱대롱 매달려 버섯을 따는 사람들을 가리켜며, “해마다 칠보산에 버섯 따러 왔다가 죽는 사람이 부지기 수”라고 했다는 주 기자의 회상입니다. 1주일간 계곡에서 새우잠을 자고도 할당량을 못 채우면 돈으로 사서라도 메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유다 평등이다, 보수다 진보다, 성장이다 분배다, 포용정책이다 상호주의다”. 힘 있고 돈 있고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끊임없이 ‘친애하는 국민’’위대한 인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신도 버리고, 정권도 도외시하는 ‘어둠의 자식’들은 외면한 채 말입니다. 진정한 자유와 평등은 아직도 요원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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