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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영어! (1부)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10-22 12: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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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나라의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인터폴의 수배를 받던 크리스토퍼 폴 닐(32)이 드디어 태국에서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광주인가 어디 지방 도시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다가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한국을 떠난 지 8일만입니다. 그 전에도 자격 없는 원어민 영어 교사들이 종종 물의를 일으켰지만 며칠 시끄럽다 잊혀지곤 했습니다. 큰 불이 작은 불을 삼키듯 전 국토를 휩쓸고 있는 영어 열풍이 그런 문제점들을 덮어버린 것이지요.

이 사건을 보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일생 동안 영어로 밥 벌이를 하며 사는 저도 마음이 착잡합니다. 저 사람에게 영어를 배우다 성추행을 당한 아이들이 우리 나라엔 없을까, 꼭 이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영어를 배워야 할까, 걱정도 되고 화도 납니다. 이곳 저곳 영어 학원에서 영어 공부보다는 외국인 강사들의 이국적 매력에 취해 있는 젊은이들에게도 마음이 쓰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나라 영어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느라 애쓰는 자격 있는 원어민 강사들이 안쓰럽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물심양면의 고통과 불편을 겪을 테니까요.

저처럼 영어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제일 자주 받는 질문은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잘할 수 있냐?”는 것이지요. 예전에 이 질문을 받으면 성의껏 답변을 했지만 요즘엔 이 질문을 받아도 그냥 대충 넘어갑니다. 열심히 얘기해봤자 그때뿐이고 가지 말라는 회화 학원이나 토플 학원에 갈게 뻔하니까요. 게다가 이제는 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이 너무 많아 과연 저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영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을까, 조심스러운 마음도 듭니다. 저야 미국엔 겨우 5주 있어 보았고, 영국에선 하루 밤을 잤을 뿐이니까요.

그래도 주변에선 제 경력을 들먹이며 영어 열풍에 대해 한마디 하라고 부추깁니다. 그러고 보니 겉으로 드러난 것을 보면 영어 신문 기자 12년, 통신사 국제국에서 3년, 미국 대사관에서 4년 3개월, 번역한 책 12권, 영어 신문에 칼럼을 쓰는 지 4년이 되어 갑니다. 영어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오늘은 못이기는 척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잘 할 수 있는지.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고 싶지만, 우리 나라 영어 교육에 대해 쌓인 불만이 많다 보니 글이 주제를 벗어나지나 않을까, 저어 됩니다.
우선은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영어를 잘하는 관광객이 되고 싶다는 건지, 영어로 밥 벌이를 하거나 영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직업을 갖겠다고 하는 건지 말입니다.

영어를 잘하는 관광객이 되고 싶으면 회화 책을 사서 시간 나는 대로 소리 내어 읽으면 됩니다. 영어는 언어입니다. 국어를 처음 배우는 유치원생이 소리 내어 읽으며 국어를 익히듯 영어도 소리 내어 읽어야 자기 것이 됩니다. 돈을 아끼고 싶은 사람은 동생이나 아들, 딸이 사용했던 중,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를 이용해도 좋습니다. 요즘 영어 교과서에는 회화든 예문이든 필요한 건 다 있으니까요.

꼭 돈을 들여 영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회화 학원을 가도 좋습니다. 다만 한 시간짜리 수업을 들으려면 수업 전과 수업 후 적어도 한 시간 이상 그날의 수업을 예습하고 복습하는데 투자해야 합니다. 여기서 투자라는 건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말합니다. 그냥 한 시간 동안 수업에 출석하여 조용히 앉아 있다 오는 것은 학원 수입엔 도움이 되지만 수강생에겐 아무런 보탬도 되지 않습니다.

관광 영어 이상의 영어를 하고 싶거나 영어로 밥 벌이를 할 사람은 가방 속에 늘 영어 책을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각자의 수준에 맞는 것으로 영어 교과서도 좋고 “어린 왕자”의 영역본 “Little Prince”나 “Tuesdays with Mori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같이 쉬운 이야기책도 좋습니다. 인터넷으로 자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굳이 책을 사지 않고 관심 분야의 웹 페이지에서 자료를 다운 받아도 됩니다. 물론 프린트를 해서 가지고 다니며 틈이 날 때마다 보고 소리 내어 읽어야 합니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뉴욕 현대미술관 (www.moma.org) 웹사이트나 대영박물관 (www.britishmuseum.org) 홈페이지를 들락거려도 좋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미국에서 제일 큰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http://sportsillustrated.cnn.com)를 자주 들여다보며 재미있게 영어를 익힐 수도 있습니다. 지식욕이 많은 사람에겐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가 무엇보다 유익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같은 영화를 반복해 봄으로써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세상사에 두루 관심이 많은 사람은 케이블 뉴스 씨엔엔 (www.cnn.com)이나 미국의 뉴욕 타임스 (www.nytimes.com), 영국 신문 가디언 (www.guardian.co.uk)을 인터넷으로 보아도 좋을 겁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겁먹지 말고 의미를 유추해가며 읽다 보면 독해력과 어휘력이 향상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외국 자료를 보기가 겁난다면 한국에서 발행되는 영어 출판물들, 예를 들면 제가 칼럼을 쓰고 있는 코리아 타임스 (www.koreatimes.co.kr) 같은 신문을 보아도 좋습니다. 거기에 실리는 기사들은 대개 우리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낯익은 것들이라 이해하기가 쉽고, “아, 이런 내용을 영어로는 이렇게 표현하는구나” 하는 식으로 깨닫게 해줍니다.

중요한 건 책이든 자료든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고 적어도 한 시간은 소리 내어 읽는 다는 겁니다. 꼭 책상 앞에 붙어 앉아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방이나 뒷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버스 안에서든 공원에서든 시간 날 때마다 보고 읽으면 됩니다.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영어 회화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외국인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고, 청취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외국인이 하는 말이 점차 귀로 스며듭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아는 만큼 들린다”로 바꿔도 좋을 것입니다.

언어 구사 능력이나 사고思考 능력은 글 쓰기 연습으로 배가 됩니다. 일기 쓰기는 국어를 배우는 아이들에게만 효과적인 훈련이 아닙니다. 하루에 단 몇 줄씩이라도 영어로 일기를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어휘력이 향상되고 논리적이 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책이나 자료에서 만나는 좋은 표현을 적어 두었다가 자기 글에 활용해보아도 좋습니다.

막상 쓰기 시작하니 길어집니다. 다음 번 칼럼도 같은 제목으로 영어에 대해 쓰겠습니다.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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