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다산 가르침 전한 20년 여정…박석무 이사장 "이제는 실천할 때"
  • 편집국
  • 등록 2024-05-31 09:13:47

기사수정

다산 가르침 전한 20년 여정…박석무 이사장 "이제는 실천할 때"


다산연구소 20주년 맞아…"매 순간 정성 다한 다산의 삶 기억해야"


"공정과 상식, 말로만 외치니 나라가 시끌…행동으로 옮겨야"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수원=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28일 경기 수원 다산연구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31

yes@yna.co.kr


(수원=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청렴하고 깨끗한 공직자들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고,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백성이 큰소리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산의 생각을 이야기로 풀어 쓰려합니다."


2004년 6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편지 한 통을 썼다.


제13대·14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전남대 교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던 그가 다산연구소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의 삶과 사상을 다루는 칼럼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연구소와 함께 걸어온 20년 한 길이다.


지난 28일 경기 수원에서 만난 박석무 이사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0여년 전 다산이 남긴 사상과 가르침을 되새기며 많은 사람과 나눠온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수원=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28일 경기 수원 다산연구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5.31

yes@yna.co.kr


박 이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다산학자', '다산 전도사'다.


1942년 전남 무안의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웠고 전남대 대학원에서 '다산 정약용의 법사상'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다산을 평생의 연구 과제로 삼았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보낸 서신을 엮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1979)를 비롯해 '다산기행'(1988), '다산 정약용 평전'(2014) 등 여러 저서도 펴냈다.


연구소의 첫 사업으로 시작한 칼럼은 어느새 그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됐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5번 썼다가 이후에는 주 1∼2회, 월 1회 연재하고 있으나 한 번도 빼놓은 적이 없다. 여행을 가더라도 정해진 날짜에는 꼭 글을 쓴다고 한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수원=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28일 경기 수원 다산연구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다산의 주요 사상을 설명하고 있다. 2024.5.31

yes@yna.co.kr


차곡차곡 쌓인 칼럼이 어느새 1천220회. 지금도 약 30만명이 칼럼을 구독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보통 월요일에 글을 쓰는데 지난 20년간 '결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일정이 있거나 공휴일이 겹치더라도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다운 사람, 나라다운 나라를 꿈꿔왔던 다산의 생각과 학문적 성과, 목표 등을 널리 알려왔다"면서 "박석무가 없으면 다산이 없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며 웃었다.


박 이사장은 '공렴'(公廉)의 가치를 널리 알린 게 연구소의 큰 성과라고 힘줘 말했다. 공정과 청렴을 뜻하는 '공렴'은 박 이사장이 평소 숱하게 외치는 단어다.


다산을 연구한 여러 저서 다산을 연구한 여러 저서 (수원=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지난 28일 찾은 경기 수원 다산연구소 모습.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이 저술한 다양한 책이 책장에 정리돼 있다. 2024.5.31

yes@yna.co.kr


그는 "다산이 28세에 문과에 급제한 뒤 쓴 시에서 찾아낸 부분이 '공렴'"이라며 "다산의 모든 논리는 공렴으로 귀결되며 자신도 공렴을 실천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주자(朱子·1130∼1200) 성리학의 관념 세계를 경험 세계로 바꾼 것도 다산"이라면서 "이런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밝힌 것도 연구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연구소 사정이 늘 좋았던 것은 아니다.


박 이사장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못 챙길 정도로 어려운 적도 있었다. 도와달라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해 고민도 많았는데 20년간 이렇게 활동을 이어온 게 기적"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연구소를 출범한 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단언했다.


칼럼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칼럼 '풀어쓰는 다산 이야기' [다산연구소 누리집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당시 60대 초반이었으니 어떤 활동을 하기에도 좋은 때였죠. 정치를 다시 하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저 스스로는 '패자'의 길이 아니라 '승자'의 길로 간 것이라 생각합니다." (웃음)


오늘날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다산의 가르침은 무엇일까.


박 이사장은 잠시 고민한 뒤 한자 '정성 성'(誠) 한 글자라고 단언했다.


"정성 안에는 거짓이 배제되고 속이는 일이 없습니다. 다산의 일생을 돌아보면 매 순간 정성을 다해 살았습니다. 진실을 추구하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일, 그것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는 다산 학문의 두 축으로 경학(經學)과 경세학(經世學)을 꼽으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했다.


보물 '정약용 필적 하피첩'보물 '정약용 필적 하피첩'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박 이사장은 "경학은 인격을 수양하고 일깨워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고, 경세학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며 "이제는 실천에 옮겨서 그 뜻을 실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근 사회·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지만, 말로만 하니 나라가 시끄럽지 않느냐"며 "말에서 그칠 게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그동안 다산의 철학과 사상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며 "연구소 또한 이런 점을 목표로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다음 달 창립 2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를 열 예정이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학술대회에서는 그간 연구소가 간행한 책 등 주요 성과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운영 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산 묘제에서 발언하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오른쪽) 다산 묘제에서 발언하는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오른쪽) [다산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es@yna.co.kr


(끝)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계룡시, 국립국악원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성료 계룡시, 국립국악원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성료계룡시(시장 이응우)는 지난 18일 계룡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공연을 성료했다. 이번 공연은 궁중예술에서 민간예술까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작품 공연을 통해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냈다는 평을 받았다. ...
  2. 논산 수해복구에 '구슬땀'…피해 큰 곳부터 자원봉사자 투입 논산 수해복구에 '구슬땀'…피해 큰 곳부터 자원봉사자 투입(논산=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지난 10일 중부지방 폭우로 광범위한 피해를 본 충남 논산시가 복구작업에 전념하고 있다.논산시는 12일 각 읍면동 사무소를 중심으로 호우 피해 조사를 실시하면서, 자원봉사 인력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시는 이날 육...
  3. 2천㎞ 날아온 후티 드론…이스라엘, 6분간 추적하고도 격추 못해 2천㎞ 날아온 후티 드론…이스라엘, 6분간 추적하고도 격추 못해이집트 영공으로 우회해 지중해 방면서 저고도로 진입한 듯(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의 심장부 텔아비브를 공격한 예멘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가 2천㎞ 넘는 거리를 날아와 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
  4. 백성현 논산시장, “매년 반복되는 상습 침수 피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시급” 백성현 논산시장, 농림축산식품부에“상습침수구역 농업생산기반시설 개선 및 확충 지원”요청백성현 논산시장, “매년 반복되는 상습 침수 피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시급” 백성현 논산시장이 농림축산식품부 강형섭 기획조정실장에 “매년 반복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내 수리시설을 확충하고 개선하는 것이 최우.
  5. 논산시, 600억원 규모 충청남도 지역균형발전사업 선정 논산시, 600억원 규모 충청남도 지역균형발전사업 선정  논산시(시장 백성현)가 국방군수산업도시 조성 등 민선8기 핵심사업비를 확보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충청남도의 ‘제2단계 제2기 지역균형발전사업 공모’에서 3개 사업이 선정되어 총 사업비 600억원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3개 사업은 도 제안사업...
  6. 기고"]선거의 무게 참으로 무겁습니다." "선거의 무게 참으로 무겁습니다.  민주주의는 참으로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먼저 민주주의 하면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선거에 의한 정치 권력의 교체가 가능한 것을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그 말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사실 많이 왜곡하여 사용하여 있고 민주적이지 못한 .
  7. " 다산논어"다산 정약용 선생이 논어를 번역하다, 『다산 논어』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이 1813년 완성한 『논어고금주』에 바탕하여 『논어』를 번역, 해설한 것이다. 『논어고금주』는 『논어』에 대한 다산의 주석서로 『논어』를 공자의 원의에 맞게 읽는다는 기획으로 집필되었다. 그 이름이 『논어고금주』인 것은 다산이 이 주석서에서 『논어』의 고주와 금주를 망라하여 좋은 견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