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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08-10 18: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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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가 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페르시아 왕자는 약속한대로 죽음의 형장으로 끌려갑니다. 그러나 투란도트 공주의 모습을 처음 본 순간 칼라프도 그만 넋을 빼앗겨 자신을 사랑하는 하녀 리우와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왕궁 앞에 매달린 청혼의 징을 울립니다.

먼 옛날 이 왕궁을 유린했던 외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복수의 화신이 된 공주는 칼라프에게도 세 개의 수수께끼를 냅니다. 칼라프는 용케도 ‘희망’, ‘피’, ‘투란도트’라고 정답을 모두 알아맞혔지만 공주의 마음을 얻는 데는 실패합니다.

칼라프가 공주에게 역으로 제안합니다. “내일 아침까지 내 이름을 알아내면 기꺼이 목숨을 내놓겠지만, 그때까지 내 이름을 알아내지 못하면 공주는 내 신부가 되어야 한다”고. 목숨을 건 마지막 승부에서의 승리를 확신하며 칼라프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극적인 아리아 ‘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열창합니다.

그날 밤 공주는 정말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의 내기를 걸어온 젊은이의 이름을 알아내려고 애를 씁니다. 때마침 칼라프의 정체를 알고 있는 리우가 병사들에게 붙들려왔으나 리우는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가슴 속에 묻은 채 자결하고 맙니다.

1926년 4월 25일 밀라노의 스칼라극장에서 ‘투란도트’ 초연의 지휘봉을 든 토스카니니는 이 대목에서 “마에스트로가 작곡한 것은 여기까지입니다”라고 소개하고는 그날 연주를 마쳤다고 합니다. 푸치니가 완성하지 못한 나머지 부분은 제자인 프랑코 알파노가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2회째부터 이어진 공연에서는 리우의 시체가 들려 나간 후 공주와 단 둘이 남게된 칼라프가 공주의 얼굴을 가린 베일을 찢어버리고 정열적인 키스를 합니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을 일깨운 리우의 희생과 칼라프의 열정에 마침내 차가웠던 공주의 마음도 열리게 됩니다. 칼라프는 스스로 공주에게 자신이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라고 이름을 밝힙니다.

다음 날 아침 황제와 관리, 수많은 군중 앞에 나타난 공주는 “젊은이의 이름을 알아냈다”고 말합니다. 모두가 경악하는 순간 공주는 “그의 이름은 ‘사랑’”이라고 외칩니다. 군중 속에서는 “사랑이야말로 영원히 빛나는 것”이라며 환희의 합창이 울려 퍼집니다.

베이징을 극중 무대로 한 ‘투란도트’는 푸치니의 다른 오페라처럼 줄거리가 뻔한 사랑타령이지만 이색적인 무대 설정과 ‘Nessun Dorma'라는 걸작 아리아로 인해 큰 인기를 누리는 작품입니다.

‘Nessun Dorma' 만큼은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따를 가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맑고 투명한 음색, 깔끔한 고음처리는 단연 발군입니다. 1991년 파바로티가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 15만 관중의 환호 속에 우중 공연을 가진 이후 매일 밤 런던 시내 발코니에서는 ’Nessun Dorma'를 부르는 청년들의 열창이 끊이지 않았다던 토픽 뉴스가 생각납니다.


아마도 그런 청년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을까요. 최근 영국의 ITV가 발굴해낸 아마추어 가수 ‘폴 포츠(Paul Potts) 스토리’가 전 세계에 짜릿한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올려진 그의 동영상은 채 열흘도 되기 전에 1천만명 이상이 클릭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전 세계 네티즌들을 감염시키고 있습니다.

허름한 의복, 불룩 나온 배, 고르지 못한 치열, 어눌한 말씨, 자신감을 잃은 듯 갸우뚱한 고개, 그래서 더욱 어수룩해 보이는 얼굴… 그런 그가 숨은 재주꾼들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 출연해 오페라를 부르겠다고 했을 때 심사위원들의 표정엔 빈정거림이 확연했습니다.

그러나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울려나와 고조되어가던 그의 청아한 목소리가 마침내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폭발하는 순간 청중들은 열광의 환호성을 내질렀고 심사위원들도 감동을 억제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아무 포털 사이트에서나 검색창에 ‘폴 포츠’를 두들기면 바로 그 동영상이 튀어나옵니다. 이젠 그의 오피셜 사이트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미 18억원이 넘는 거액을 받고 음반을 낸 스타가 되었으니까요. 그를 탄생시킨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이던 음반제작자 사이먼 코웰이 만들어낸 첫 앨범 'One Chance'가 유럽과 미국을 휩쓸고 벌써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있습니다.

폴 포츠가 주는 감동이 단순히 노래 솜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웬만한 테너라면 누구나 부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오히려 서른여섯 살의 휴대전화 외판원이 겪어온 고난, 가수의 꿈을 향한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이 듣는 이들에게 더 큰 느낌을 주었을 것입니다. 또 하나, 푸치니 특유의 아름답고도 정감 넘치는 아리아가 폴 포츠의 간절한 염원에 호소력을 더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부터 그는 외모로 인해 따돌림 당했고 그로 인해 늘 자신감을 갖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가 믿는 유일한 친구는 자신의 목소리였습니다. 한때 오페라 가수를 꿈꾸며 영국내 노래경연에서 상금을 받기도 했고, 이탈리아로 유학 가 우상이던 파바로티의 찬사를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몇 차례 두들긴 오페라의 문 앞에서 그는 참담하게 거절당했습니다. 설상가상 질병과 교통사고까지 겹치며 노래를 부르기조차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런 시련 속에서도 폴 포츠는 자신의 꿈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생계를 잇기 위해 외판원으로 일하면서도 합창단원으로 열심히 노래를 불렀고, 마침내 숨은 인재를 찾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그 꿈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사실 폴 포츠에 관한 이야기들은 벌써 낡은 구문입니다. 이미 인터넷이, 신문이 수도 없이 그에 관한 얘기를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폴 포츠가 우리 모두에게 들려준 메시지는 몇 번이나 되새겨도 좋을 만큼 소중한 것들입니다.

스스로 이룬 일에 가장 놀랐다고 말하는 이 순박한 청년은 늘 자신에 대해 완전한 믿음을 갖는 것이 어려웠다고 고백합니다. 좀 더 자신에 대해 믿음을 가졌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과 전혀 상관없는 허황된 것이 아니라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폴 포츠는 우리에게 실증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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