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무속인 이야기 “ 너는 대운[大運!] 너는 당선운[當選!運] 너는 좋은일 있을 것 ,
전북 정읍의 한 산 숲에 내 오랜 벗이 산아지랑이 벗삼아 둥지를 튼지 이십 수년이다.
한때 유력한 대권 후보의 곁을 지키던 그가 어느 날 세상사 무상하다며 세속사 훌훌털고 종적을 감췄다.
평소 가끔은 무교동 낙지골목을 찾아 소주잔을 주고 받던 사이였고 누군가에게 토로하기 어려운 비밀스런 젊은 사내들만의 은밀한 스토리를 공유한 만큼 가끔씩 그립던 그가 바로 엊그제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왔다.
우연스레 굿모닝논산 인터넷기사를 보다 필자의 연락처를 알게 됐다고 했다.
뛸 듯이 기뻐 한번 만나자 했더니 득달같이 달려왔다, 번쩍 번쩍하는 벤츠에서 그가 내렸다.
탑정지의 호젓한 식당에서 만난 그는 귀티가 절로 풍기는
영락없는 사업가의 풍모에 범접하기 어려운 형형한 눈빚 ,, 정말이지 예전의 모습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궁금했다,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려 주변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던 그가 무얼 먹고 살았는지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 ...
그가 입을 열었다.
이십여년전 그 지긋한 정치권의 험악한 굴레를 집어던지고 무작정 떠돌다 우연히 만난 지인의 도움을 얻어 정읍시 역[域의] 한 산높은 봉우리의 정자 하나를 세내어 나홀로의 삶을 시작 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달 두달 시간이 흐르면서 주머니는 가벼워 지고 뭔가 궁핍의 탈출구를 모색하던 그는 어느날 남은 돈을 모두 털어 세낸 정자를 그럴듯한 사찰형 암자로 꾸미고 두어달을 목탁을 두드리며 반야심경을 암송 하게 됐고 남달리 구성진 목소리로 읇어대는 독경소리가 온산에 을러 퍼지도록 음향시설 까지 갖추었다고 했다.
그러자 산자락 마을 동네 주민들 입에서 입으로 “ 고승이 수도한다 ”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는 암자 근처 주민들에게도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가 시시 때때로 거금을 마을 들의 각종 행사 때 마다 쾌척하자 주민들은 그를 한 가족 같은 정으로 반기는 대상이 됐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서암[瑞庵]이라 이름 지은 두평 남짓한 암자에는 서울이며 부산 심지어 제주에서 까지 당대 발복을 희원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순식간에 모여진 상당액의 시주 돈으로 아예 세든 정자를 구입 했고 그렇게 이십년 이제는 두 명의 동자승까지 두고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계종은 물론이고 그 어느 종파에도 적을 둔일은 없고 머리를 깍고 절집 중의 복색으로 지내지만 크게 문제될 일은 없다고도 했다.
그런 그가 산중 행세를 하면서 가끔씩 사업운을 묻는 여인네며 선거에 나서 당선운을 묻는 정치인들과의 일화 한 토막을 소개했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 얼굴에 화색이 돌면 운세가 좋은 것이고 얼굴에 그늘이 느껴지면 운세가 박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자신의 관상법[?]을 바탕으로 자신의 미래운을 묻는 이들에게 “ 좋은일이 있겠다던가 ” “ 덕을 베풀라 ” 그러면 천신이 보답할 것이다 “ 는 등의 긍정적인 답변만 던져 줬다고 했다.
지방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는 인사들이 적잖이 찾아오는데 “ 6월에 대운이 있을 사주로다 ” 또는 “ 남쪽에서 귀인이 나타나 도울 것이니 ” 등등의 애매하지만 희망섞인 예언 [?]을 해줄 뿐인데도 그들이 놓고 가는 사례금은 상상이상으로 많았다고 털어놨다.
오랜만에 만나 맛진 술을 주고받던 그가 정색을 하더니 갑자기 머리에 쓴 가발을 벗었다.
빛나는 민대머리 ,,영락없는 고승 대덕의 풍모다 ,, 하루에 서너시간 암자에서 이리뒹굴 저리뒹굴 하다 하루에 너 댓 명의 고객 [?]을 응대한 뒤에는 가발 뒤집어 쓰고 세속인으로 생활하는데 하등 지장이라고는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 지은 “ ? 海” 라는 승명으로 불리운다는 이 친구는 느닷없이 반야심경을 아느냐고 물었다.
필자가 학인을 자처하는 이로써 반야심경을 외우는 것은 상식 아닌가 라고 말하자 한번 외워 보라고 청했다.
술 한잔 거나한 김에 “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 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 개공 도일체 고액 ....” 나름 구성진 목소리로 반야심경을 읇조리자 이 땡초 하시는 말씀 ,, 필자의 목소리로 반야심경 독경소리를 녹음해 보내달라고 했다.
또 살다 살다 영 마뜩찮으면 한 달에 서 너번 자신의 암자로 출근해서 아예 초빙승 노릇을 해도 좋다고 제안했다. 물론 상당한 보수를 제안 하기도 했다.
가가 대소 했다,, 누구 눈치볼 것 없이 껄껄 깔깔 웃어제치는 사이 벌써 해는 서녂을 향했다. 오는 설날 쯤 다시 한번 오겠다며 번쩍 번쩍한 벤츠에 오르는 그를 손짓해 보내는 마음이 무척이나 복잡해진다
그의 땡중 노릇이 혹세무민[惑世誣民]으로 폄훼 할 수도 없지 싶다.
시장 군수출마를 앞두고 당선운을 묻는 후보자들에게 “ 그대에게 천운이 오는 운이로다 ” 거나 6월에 좋은 운이 있겠다“ 고 말하는 그에게 고개를 조아려 ” 감사합니다 “를 연발했을 이들의 얼굴이 어떤 모습이었을까가 왜 궁금해 지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