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여 허물을 벗어라
권선옥 시집 『허물을 벗다』 발간
논산문화원장인 권선옥 시인이 새로운 시집 『허물을 벗다』을 발간했다. 권 시인은 2년 전에 수필집 『아름다운 식탁』을 냈고, 그 2년 전에는 시집을 발간했다. 매 2년마다 책을 한 권씩 내는 셈이다. 또 그 책들 모두가 충남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지원받아 발간된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랄 수 있겠다. 그만큼 그의 시와 수필이 탄탄하다는 방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집은 4부로 나뉘어 제1부 허물, 2부 모두가 그렇다, 3부 독은 무겁다, 4부 설렁줄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허물’들에 대한 생각들을, 2부는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바꾸어 말하자면 어떤 자세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시인의 고뇌가, 3부는 개인과 사회의 문화에 대하여, 4부는 절대자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의 아름다운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우리의 의식을 일깨워 준다. 시인은 머리말에서 ‘시는 생명이어야 한다. 시든 것이 싱싱해지고 마른땅에서 새싹이 움트는 시’여야 한다고 했다. 결국 시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이바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세영 시인(서울대 명예교수)은 권 시인의 시를 “사실을 말하는 시가 있고, 내면을 토로하는 시가 있고,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시란 삶이나 사물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그로부터 깨달은 어떤 인생론적 진실이 밑바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권선옥의 시는 요즘 우리 시단을 휩쓸고 있는 헛된 유행 풍조와는 사뭇 달리 시가 지녀야 할 정도와 깊이를 보여 주고 있다. 불필요한 요소들을 과감하게 지워버린 언어의 절제된 미학도 돋보인다. 훌륭한 시는 진솔하면서도 사색적이고 지적이면서도 서정적이다. 이 어두운 시절에 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일 것이다.‘라고 평했다.
마음 때문에 잠을 설친다.
이놈의 마음을 없애 버려야지
가지를 차례로 잘라내고
몸통도 싹뚝, 베어버리고
차근차근 뿌리를 도려낸다.
마음도 못을 뽑듯
그렇게 단번에 뽑아낼 수 있다면 ―「마음」
실한 과실 열린다고 심었더니
몇 해가 지나 열린 것이 시원찮다.
저걸 베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머리가 아프다.
뜻이 같아 오랫동안 사귄 사람
어쩌다 고개를 흔들게 하는 때가 있다.
이제는 그 사람 멀리해야 하나,
마음이 아프다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