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요(秎擾)했던 한낮의 들뜸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노을을 보며설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내일은 분명,그저 그랬던 어제나 오늘을 뛰어넘을 뭔가가 있을 거란,가슴 뛰는 희망으로 말입니다.
오늘도 정해진 분량 만큼의 빛을 안겨주고 지평선 너머로 기우는 태양!그 잔광이 바다위에 황금 빛 띠를 드리우는 정경이 그윽 하지만~가슴 한켠은 깊은 회한으로 물결칩니다!
노을빛으로 변하는인생의 석양....그 또래들을 만나게 되면 "아직 마음은 청춘 인데..."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하고,구부정한 어깨를 늘어뜨리며 휘적 휘적 걸어가는 뒷모습 에선 애잔함의 그림자마저 느끼게 됩니다.
세파의 거센 비바람과 서리에 맞서용케도 버텨온 육신들 이건만....이젠 시렁에 걸쳐있는 시래기 마냥 쇠잔해지면서, 이곳 저곳의 기관들이 경고음을 울리기 시작 했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희미한 눈빛으로 책장을 넘기다가 "오형오락(五刑五樂)"이란 글에 멈췄 습니다.(정민 저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조선 후기,승지(承旨)를 지냈던 여선덕(呂善德).그는 늙어진 육신을 다섯가지의 형벌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사물 분간마저 어렵게 눈이 흐려져, 간간이 들쳐보던 책마저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는목형(目刑)이라는 형벌!좋아하던 음식마저 먹지 못하게 망가진 이빨에게 내린 치형(齒刑)!부실한 다리 때문에 걸을수 없는 각형(角刑)입니다!
이형(耳刑)은 귀가 어두어져 ,들어도 분명치 않고보청기 신세를 져도딴소리만 해대는 형벌!아름다운 여인을 보아도 전혀 일렁임이 없는, 식어버린 정열을 한탄하는궁형(呂刑)!" 까지~ 다섯가지 형벌 입니다
.모든 세상사는 생각하기 나름이지요! 동시대 의 문인 심노숭(沈魯崇1762-1873)은"자저실기(自著實記)” 란 책에서 오형(五刑)을 오락(五樂)으로바꿔서 말합니다.
"눈 감고 정신수양 할수 있으니 즐겁고, 연한 음식 삼켜 위를 편안케 하니 좋으며,편안히 앉아 힘을 아낄 수 있어 기쁘다!좋지 않은 얘기 듣지 않으니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 좋고,늙을 말년에 색을 밝혀 폐가망신 할일 없고,정욕을 거두어 장수의 기틀을 마련케 하니 더욱 좋지 않은가!"라고~억지스런 자기 위안 같지만,"생각을 달리하니 노쇠한 몸을 에워 쌓던 고통과 좌절이 또 다른기쁨과 열락으로 변환"됩니다!
아! 그래서 원효 큰 스님의 깨달음에서 비롯돼 세상에 나온 일체유심조 [一切惟心造] " 세상 모든일 마음갖기 달렸다 '는 가르침 한 구절은 오늘도 곤고한 이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를 한층 가볍게 해주는 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