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도록 글을 잃다 옛 스승들의 가르침 속 큰 울림으로 다가서는 시구 하나 발견하면 못내 환희에 겨워 밤을 지새운다,
. 바람이 옮겨와 머뭇거리는 한 삶을 끝내고 다시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떠나는 우리네 인생살이 ,, 덧없고 부질없다 하면서도 어찌살까를 끝없이 헤아려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전긍긍 여임심연 여리박빙/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 두려워하고 조심하기를 마치 연못가를 거닐 듯 하고 살얼음판을 걷듯하라는 시경의 큰 가르침을 강경 임이정 유래비를 통해 익혔을때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서가를 두릿거리다 발견한 송익필 선생의 족부족 [足不足] 이 짧지 않은 시 한수에서 그 못지않은 감흥을 느낀다.
조선의 8대 문장가로 알려진 구봉[龜峯] 송익필[宋翼弼] 선생[1534-1599] 의 시 "족부족[足不足] 足자 한 글자만으로 운자를 쓴 중국에서도 달리 유례를 찾기 힘든 특이한 작품이다. 형식 뿐 아니라 내용이 더 귀하다 .송익필 선생의 일생 학문이 이 시한 수에 녹아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익필 선생은 익히 알려진대로 조선조 예학의 종장인 사계 김장생 선생의 스승으로서도 더 유명하다
君子如何長自足 [군자여하장자족] 군자는 어찌하여 늘 스스로 만족하며
小人如何長不足 [소인여하장부족] 소인은 어찌하여 언제나 부족한가.
不足之足每有餘 [부족지족매유여] 부족해도 만족하면 늘 남음이 있고
足而不足常不足 [족이부족상부족] 족한데도 부족타 하면 언제나 부족하네.
樂在有餘無不足 [락재유여무불족] 여유로움 즐긴다면 족하지 않음 없지만
憂在不足何時足 [우재부족하시족] 부족함을 근심하니 언제나 만족할까.
安時處順更何憂 [안시처순경하우] 때에 맞게 순리 따르면 또 무엇을 근심하리
怨天尤人悲不足 [원천우인비부족] 하늘 원망하고 남 탓해도 슬픔은 끝이 없네.
求在我者無不足 [구재아자무부족] 내게 있는 것을 구하면 족하지 않음이 없지만
求在外者何能足 [구재외자하능족] 밖에 있는 것을 구하면 어찌 능히 만족하리.
一瓢之水樂有餘 [일표지수락유여] 한 표주박의 물로도 즐거움은 남아돌고
萬錢之羞憂不足 [만전지수우부족] 값비싼 진수성찬으로도 근심은 끝이 없네.
古今至樂在知足 [고금지락재지족] 고금의 지극한 즐거움은 족함을 앎에 있고
天下大患在不足 [천하대환재부족] 천하의 큰 근심은 족함을 모름에 있도다.
二世高枕望夷宮 [이세고침망이궁] 진(秦) 이세(二世)가 망이궁서 베개 높이 했을 젠
擬盡吾年猶不足 [의진오년유부족] 죽도록 즐겨도 부족할 줄 알았었지.
唐宗路窮馬嵬坡 [당종로궁마외파] 당 현종이 마외파에서 길이 막혔을 때엔
謂卜他生曾未足 [위복타생증미족] 다시 태어난다 해도 부족하다 했었네.
匹夫一抱知足樂 [필부일포지족락] 필부의 한 아름도 족함 알면 즐겁고
王公富貴還不足 [왕공부귀환부족] 왕공의 부귀도 외려 부족하다오.
天子一坐知不足 [천자일좌지부족] 천자의 한 자리도 족한 것은 아닐진대
匹夫之貧羨其足 [필부지빈선기족] 필부의 가난은 그 족함 부러워라.
不足與足皆在己 [부족여족개재기] 부족함과 족함은 모두 내게 달렸으니
外物焉爲足不足 [외물언위족부족] 바깥 물건 어찌하여 족함과 부족함이 되리오.
吾年七十臥窮谷 [오년칠십와궁곡] 내 나이 일흔에 궁곡(窮谷)에 누웠자니
人謂不足吾則足 [인위부족오칙족] 남들이야 부족타 해도 나는야 족해.
朝看萬峯生白雲 [조간만봉생백운] 아침에 만 봉우리에서 흰 구름 피어남 보노라면
自去自來高致足 [자거자래고치족] 절로 갔다 절로 오는 높은 운치가 족하고,
暮看滄海吐明月 [모간창해토명월] 저물 녁엔 푸른 바다 밝은 달 토함을 보면
浩浩金波眼界足 [호호금파안계족] 가없는 금 물결에 안계(眼界)가 족하도다.
春有梅花秋有菊 [춘유매화추유국] 봄에는 매화 있고 가을엔 국화 있어
代謝無窮幽興足 [대사무궁유흥족] 피고 짐이 끝 없으니 그윽한 흥취가 족하네
一床經書道味深 [일상경서도미심] 책상 가득 경서엔 도의 맛이 깊어 있어
尙友千古師友足 [상우천고사우족] 천고를 벗 삼으니 스승과 벗이 족하네.
德比先賢雖不足 [덕비선현수부족] 덕은 선현에 비해 비록 부족하지만
白髮滿頭年紀足 [백발만두년기족] 머리 가득 흰 머리털, 나이는 족하네.
同吾所樂信有時 [동오소락신유시] 내 즐길 바 함께 함에 진실로 때가 있어
卷藏于身樂已足 [권장우신락이족] 몸에 책을 간직하니 즐거움이 족하도다.
俯仰天地能自在 [부앙천지능자재] 하늘 우러보고 땅 굽어보아 능히 자재로우니
天之待我亦云足 [천지대아역운족] 하늘도 나를 보고 족하다고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