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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는 날을 고대하며
  • 뉴스관리자
  • 등록 2012-06-15 09: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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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여전한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

마트에 가던 길에 초등학교 4, 5학년쯤 돼 보이는 아이들 서너 명이 재잘거리며 가는 것을 목격했다.

무심코 지나치려는데 녀석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말중에 유독 한 아이가 툭 던진 말이 귀에 꽂혔다.

“걔는 다문화잖아 다문화! 잼 없어. 걔 빼고 우리끼리 하자. 이따 PC방으로 모여”

헉! 아이들이 하는 “걔는 다문화잖아”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순간 나는 그 아이들 뒤를 따라가서 방금 그 말을 한 아이를 붙잡고 한번 진지하게 따져보고 싶었다. “다문화인게 뭐가 문제인데?” 라고

그나마 아이들이 ‘튀기’라던가 하는 말을 쓰지 않는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이 '다문화'라는 말로 많이 순화된 것도 사실. 그동안 우리의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하는 ‘걔는 다문화잖아’라는 말속에는 우리와 다른 아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그게 어때서? 그냥 너네반 아이잖아. 걔도 너희와 똑같은 한국인이잖아!”라는 말을 백번도 더 곱씹으며 길을 걷노라니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휘저었다.

이유는 청양군 정산면 시골에서 마늘농사 짓는 둘째 오빠가 다문화가정을 이루었고 내 조카가 바로 다문화 가정의 아이이기 때문이다. 내 올케언니가 베트남 출신 다문화 올케이다.

이런 편견과 따돌림과 편가르기가 언제쯤에나 끝나려나….

다문화 가정이 많이 늘어난건 근래의 일이다. 우리 충청남도에도 필자같이 가족이 다문화 가정인 경우를 포함해 각 농촌에 다문화 가정이 많이들 잘 살고 있다. 자치단체에서도 이런 저런 노력을 기울여 그분들이 우리 나라에 빨리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걸로 안다.

참고로 경기도 수원역에는 이분들이 직접 자국의 음식을 만들어 팔수 있는 식당까지 있어서 인기를 얻고 있을 정도이다.

30~40대 농촌 총각들이 신붓감을 찾지 못해 외국으로 눈을 돌린 지도 근 20년 가까이 된다. 그후 농촌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까지 외국 여성이 국내 남자들과 결혼했다. 여성들은 대부분 베트남, 중국, 필리핀, 우크라이나, 태국 등 동남아시아 출신들이다.

국제결혼 부부가 늘어나면서 다문화 자녀들의 교육 여건이나 사회안전망은 제도적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편견이 많은듯 하다.

혼혈에 대한 인식 부족과 무관심에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 속에서 적잖은 따돌림을 받으며 그 들은 살아간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혼혈인 문제를 다룬 김재영의 소설 '코끼리'에서 주인공 소년인 아까스는 저녁마다 탈색제를 탄 물에 세수를 한다. 그는 말한다 "내가 바라는 건 미국 사람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그냥 한국 사람만큼만 하얗고, 아니 노랗게 되기를 바랬다. 여름 숲의 뱀처럼, 가을 낙엽 밑의 나방처럼 나에게도 보호색이 필요했다. 남의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살아갈 수 있도록. 비비 총을 새로 산 남자 애들의 첫 번째 표적이 되지 않고, 적이 필요한 아이들의 왕따가 되지 않고, 달리기를 할 때 뒤에서 밀치고 싶은 까만 방해물로 비치지 않도록."

이 글을 읽어 보면 우리 사회가 다문화 혼혈인에게 갖는 뿌리 깊은 편견에 대한 절규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 분들도 엄연한 한국인이다. 우리가 그 분들에 대한 편가름 없이 진정으로 한국인으로 대하며, 다문화가정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이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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