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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혁 산림과장 기고문] - 나무의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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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2-06-04 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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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은 말 그대로 자연이 준 거대한 선물
 
지난 주말 아내와 논산 8경인 노성산에 다녀왔다. 꽃향기와 봄햇살이 가득한 5월의 산의 정경은 아름다웠다. 아내는 콧노래를 부르며 마냥 신이 난 듯, 자연의 에너지를 예찬했다.

나무가 모여 숲이 되고 숲이 이룬 산은 말 그대로 자연이 준 거대한 선물이었다. 나무와 숲과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는데, 우리는 왜 그 가치를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왜 우리는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멀리한 채, 삶이 주는 고단함과 경제적 가치에 매몰되어 아등바등 살아왔던 것일까.
 
- 산 하나에 연간 73조원 가치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정상을 돌아 내려가는 길, 아내와 나는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았다. 못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마음을 달래고 삭막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자니 아내는 다시 살림 걱정, 돈 걱정을 했다.

나는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필요와 우리의 욕구의 강도에 따라 값이 매겨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렇다면 나무와 산의 값은 어느 정도일까? 모든 현대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경제적 가치, 그 가격을 나무에게도 책정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산의 소비자가격은 얼마가 돼야 마땅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산림은 지구육지면적의 3분의 1에 이르며, 우리나라 국토의 64%를 차지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 하나에 연간 약 73조원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한다.

수원함량, 대기정화, 토사유출방지 뿐만이 아니라, 휴식 휴양의 기능은 물론 산림정수와 야생조수 보호까지 그 가치의 중요성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더욱이 산이 중요한 이유는 지구촌 최대 화두인 지구온난화를 방지하는 데 산 만큼 그 영향이 큰 것은 없을 것이다.

결국 산은 지구의 생명을 지키는 허파요,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예부터 훌륭한 임금들은 산림행정을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했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6조 공전(工典)의 첫 번째 항목도 산림이었다. 산림은 농사의 근본이자 백성의 즐거움인 동시에 나라의 부공이 나오는 곳으로 여겼다.

해마다 4월5일을 전·후해 백성과 함께 친경과 친식을 거행해 온 국민에게 농사일과 나무심기가 시작되는 시기 임을 알렸으며, 치산치수를 국가 통치의 근간으로 삼고 지도자가 우선적으로 챙겨야할 중요한 정책으로 여겨왔다.

뿐만 아니라 산림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를 실시하며 봉산을 지정하고 엄격하게 관리했다. 그러나 우리는 한동안 '개발'과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자연'과 '환경'을 문명의 이기로 이용해 왔다. 무분별한 개발 속에서 우리의 삶은 편리하고 효율적이 됐지만, 자연의 가치를 잃어버린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돌아왔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태풍, 홍수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남극의 빙하는 녹아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봄인가 싶으면 어느새 여름이고, 가을인가 싶으면 벌써 겨울이다. 반면 여름과 겨울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 산림 가꾸기에 동참해야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세대는 물론이고 다음 세대도 결코 지구온난화의 재앙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하나뿐인 지구를 가꾸고 보존하는 데 관심과 노력을 쏟아 나가야 할 것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이 어렵다. 나는 우리의 실천이 산에서 출발하기를 바란다. 풀 하나, 나무 하나를 보듬고 가꾸는 작은 노력은 무엇보다 그 의미가 클 것이다. 동·식물의 조화로운 공생, 수원함량, 대기정화, 산사태 방지, 산림정수, 온실가스 흡수 등 모든 것이 나무와 산을 가꾸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후손의 행복한 삶을 바란다면 산림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우리 모두 산림 가꾸기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 황인혁(논산시청 산림과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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