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제[無題]
마음이 울울할 제면 홀로 숲을 찾는다,
부질없는 삶이거니.. 덧없는 삶이거니.. 더러는 몸 마음에 부딪는 만가지 세상사 무심하려 하지만 때로는 갈등하고 더러는 미워하고 문득은 그리워 하는 상념들 속 못내 견디기 어려워 지면 훌훌 훨훨 털어내는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관창의 부릅 뜬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듯 제법 세찬 기세로 숲을 적시는 관창골을 지나 황산성 오르는길.. 아무도 없다. 더러 마주치던 고라니 들도 깊은 동굴에 웅크렸듯 두리번 거리는 나그네 눈길에 들지 않는다.
날다람쥐 장끼 까투리 녀석들도 오랜만의 불청객이 그립지 않은듯 산하는 온통 빗줄기 맞아 토해내는 숲들의 비명이 귓가를 맴돌뿐이다,
질척거리는 숲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니 봄내 초여름내 말라있던 계곡,,사이사이로 빗물 머금은 숲들이 토해내는 물방울 들이 모여져 내리 쏟아져 작은 폭포를 이룬다.
그리곤 무리지어 어디론가 쏜 살같이 흘러 숲을 떠난다.
문득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 개공 도 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시고 공중무색 무수상행식 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 무안계 내지 무의식계무무명 ......"
270자 반야심경이 뇌리속에 쿵쿵 울려 퍼진다.
뜻도 제대로 섭렵하지못하면서 그저 중얼거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시도 때도 없이 입가에 올려 애창[?]하는 독경이 참 좋다. 산에 올때마다 지니는 목탁을 꺼내 두드리며 계속 소리내어 읊조려본다.
호흡을 조절하기가 쉽지않다.
스님들의 목탁두드리는 리듬에는 한참을 멀다 그래도 내귀로 듣는 내목소리중 가장 들을만 한 것으로 느껴진다.
태어남도 없고 멸함도 없고 더러운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으며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으며.. 대강의 뜻만으로도 반야심경을 입에 올리면 그리고 눈을 감으면 마음이 텅빔을 느낀다.
한참을 오르고 오르니 먹이를 찾아 나왔을까.. 날다람쥐 형제 두마리가 멈칫 인기척에 눈을 쫑긋 하더니 냅다 비젖은 나무위로 튀어오른다.
지난해 만난 녀석들의 자식들인지.. 그 자식의 자식들인지 알수 는 없지만 무척 반가운 생각이다.
땀이 송글 배여 빗물과 섞이니 김이 모락 피어오르는 몸 처음의 한기는 수그러 들었다.
왜 왔니? 숲들이 묻는것 같다.. 미움을 털고자 왔느니... 털었느냐 묻는다
얼만큼 버린것 같다고 답했다.
가라 말한다... 해지고 만물이 고요히 쉬는 저녘녁 머물 곳이 없으니 가야지 .. 돌아서는 걸음이 사뭇 가뿐함을 느낀다.
미움의 얼마쯤을 털어냈을까... 갈등의 얼마쯤을 풀어제쳤을까... 가늠키 어렵다.
다시 목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 개공 도 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역부여시 사리자 시제법공상 불생불멸 불구부정 부증불감 ..."
그래 덧없고 부질없는 한삶을 살면서 고해[苦海]라 부르고 화택[火宅]이라 불리우는 세상사 이만 번민쯤 털어내지 못할 이유가 없겠다..
빗줄기가 강해진다.
온몸에 한기가 스며든다.
차에 시동을 걸어 산길을 내려 서니 어느새 해는 꼴깍 서산을 넘어 거리엔 짗은 어둠이 깔렸다.
충남인뉴스 굿모닝논산 대표 김용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