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에 봉숭아 물 들이는 날 ..박알미
늦은 오후 시간에
붉은 봉숭아꽃과 푸릇한 잎을
호박잎에 가득 담아
그늘진 장독 위에 서늘히 놓아 이슬을
맞추었지..
해가 서늘히 진 후에
소금도
시형도
붉게 물 잘들라며
백반도 넣어 곱게 돌 위에 얹아 돌로 빻았어
뒷산에
칡 넝쿨 잎이나
밭 뚝에 있는 아주까리잎을
준비하고
늦은 밤 똘강에서 목욕 후
어둑한 호롱불 밑에서
준비 해 놓은 봉숭아를 작은 손톱 위에
얹고는 그날 밤은 잠을 설치곤
했지...
일어나 확인하면서
분명 정확한 손톱자리에 잘 했지만
엉뚱한 손톱이 아닌 손가락이
물들기도 했어..
여름이
다 가기전 손톱에 몇 번을 물들이면서
빨갛다 못해 검 붉은 빛이
물에 씻기듯
고운 빨간색으로
손톱이 자라 조금씩 짤려가기도 하지만
첫눈이 내릴 때까지 잘 남아있다면
좋은 사람 만나다며 아쉬어 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문방구에 가면 즉석에서 물들이는
그런게 있다는데
무엇이든
기다림도 ..
어려움도..
없는 쉽게 빨리 얻어지는 편리함에
울 아이들 추억은 어디서 얻을 수 있을지 몰라..
어른이랍시고
손톱에 메니큐어도 바르지 않은 채
살음 했는데
요번 여름엔 봉숭아 물을 들여봐..?
다른이들이 흉은 안볼라나 모르겠네..
우리집에
아이가 생기는 날
그 쪼메한 손톱에 물들여 줘야지
언제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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