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작성일 : 06-10-16 23:49
중년에 일기를 쓰며.
글쓴이 : 冬木
조회수 조회 : 4,295






중년에 일기를 쓰며/冬木       [게시물 소스보기] 



























    



      중년에 일기를 쓰며/冬木


      노랗다 못해
      떡갈잎으로 얌전히 누운
      널 펼친다

      수십년 눌려있던 매케한 종이 냄새가
      빛바랜 그리움으로 
      밀물되는 시간
      오랫만에 걸음한 책방에서 집어든 굵은 펜촉

      오늘은 색깔없는 먹빛으로 너의 모습을 
      스케치 해 본다

      연필끝보다 진했던 너의 꿈빛한 눈동자가
      만발한 노란 배추밭을 거닐며
      머뭇거림으로 내게로 다가도 왔었지

      전설한  평화의 들녘에서
      다 자라지 못한 너의 손바닥에
      비꽃을 내리면
      물결처럼 떨던 너의 단정한 눈썹

      중년의 모습으로 너그러움 하는 일기장엔
      아직도 도리질되는 
      그 시절의 낙서 그리고 동요

      행복이라 이름할 줄 몰랐어도
      그림자 되지 않는 건 
      진실의 바다였기 때문일까

      긴장과 두려움으로 반복되는
      하얀 머리 까만 숲은
      중년의 타래로 섞어진다

      회오리 바람 맴돌다 지나고
      낡은 책상 가장자리엔
      못다쓰고 묻힌 그날의 노래가
      새로울 그리움으로 
      눈물로 맺히는 건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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