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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하다고 홀대한 인간의 어리석음은
크나큰 고통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농촌에 살거나, 살지 않거나, 혹은 살아봤거나, 아니거나, 많은 사람들은 '농촌‘이라는 말에서 주저함이 없이 흙냄새를 맡습니다. 또,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사람들에게 그 곳은 아름다운 추억이 농축된 풍경이고, 들녘은 어머니의 품, 바로 그 자체입니다.
한결같은 평화로움, 풍성한 자연, 후한 인심, 그리고 편안함과 고요함, 그 아늑함은 어머니의 품을 닮았습니다. 실제로 농촌은 우리나라 국민의 어머니라고 볼 수 있는 농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84%가 농산어촌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토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크기 뿐 아니라, 실제로 우리 국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농촌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그 존재의 중요성에 대해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현대를 사는 도시인들에게 농촌은 그저 자신의 삶과는 무관한 어떤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농업은 생명산업이요, 농민은 국민의 어머니이고, 농촌은 생명산업의 기지입니다. 국민의 어머니가 사는 생명산업의 현장, 농촌은 그러므로 생명창고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이는 우리 농업이 가지는 다원적 기능만 잘 살펴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자료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관한 가치평가 연구』에 따르면, 우리 농산업이 갖는 다원적 가치는 경제적으로 환산하였을 때 연간 50조원에 이릅니다.
홍수조절기능, 수자원 함양, 기후순화, 대기정화, 토양유실저감, 가축분뇨소화, 수질정화, 휴양처 제공, 사회 안정 및 일자리 제공 등 매우 다양하고, 유익한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농업이고, 농촌인 것입니다.
이들 다양한 기능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국민의 생명을 지태할 수 있게 해주는 식량에만 국한시켜 보더라도, 농업·농촌·농민은 매우 소중합니다.
세상에 그 무엇을 얻는다 해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먹거리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사실도, 옛날 보릿고개 시절과 같은 식량 부족 시대를 겪어 보신 분들은 절감하시지만, 대부분은 그 중요함과 귀중함에 대하여 무심하기가 십상입니다.
아주 풍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배를 불릴 수 잇기에 예사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쉽게 접하며 살아가는 태양이나 공기, 물과 같은 자원도, 없으면 당장 생존이 불가능한 것이지만, 우리는 당장 부족하지 않기에 그 고마움이나 귀중함은 못 느끼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는 식량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곡물가격이 폭등하여 생명을 건 시위를 하는 나라들이 곳곳에 있고, 우리나라 역시 고유가 및 곡물가격 인상으로 물가가 줄줄이 인상되면서 국민들의 부담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커질지 모르는 실정입니다. 각 선진국들이 그간 자국의 자급률을 높이기에 노력하고, 농촌을 지키기 위해 힘을 쏟았던 것은 다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생명산업인 농업이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고, 농업, 농촌, 농민의 문제가 비단 농민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의 문제가 되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수출을 잘해서 아무리 외화를 획득해 놓아도, 농촌이 붕괴되고, 식량산업이 붕괴된 채, 식량위기 사태를 맞게 되면 우리 사회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 자명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농업, 농촌, 농민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말로 표현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가 식량자급률은 26.5% 밖에 안 되는데, 농지는 계속 줄고, 농사를 지을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 농촌에 살고 있는 분들의 70%가 70대 이상입니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것입니다. 지금 전국의 농촌에서 40대 미만의 농업경영인수는 3만명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도농 소득격차 교육격차는 젊은이들의 이농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06년 우리나라 농가 1가구당 소득은 269만원으로, 도시 근로자 가구당 평균 임금은 390만8천원에 크게 못미쳤습니다. 게다가 농촌가구 집집마다 평균 2,800만원의 부채에 시달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90년도에만 해도 660만에 이르던 농민수가 05년 현재는 절반인 330만으로 줄었습니다. (그 사이 국가전체 인구는 4,200만명에서, 4,800만으로 늘었는데도 말입니다.) 농지 역시, 92년도엔 200만ha에서 ‘06년 현재에는 180ha로 줄었습니다.
지금 전국의 농민들은 시름에 겨워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농촌 황폐화가 계속 가속화 된다면, 우리 국민의 생명창고는 더 이상의 조절역할을 상실하게 될 것이 뻔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의 본질을 읽지 못하고, “경쟁만이 살길”이라며, 전업농 육성, 경작면적 확대, 첨단 농업 집중지원 등 ‘첨단화’, ‘전업화’, ‘규모화’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히려 전업화, 규모화가 농가들의 경영을 더욱 악화, 심화 시키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지금 남아있는 젊은 인력마저도 경영난, 농가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한국 농촌은 풍전등화와 같은 신세인데, 한미FTA, 한미쇠고기 협상, 한EU FTA 등이 줄줄이 발목을 잡으니, 미래의 심각성은 더욱 깊어 질 것입니다.
창조주는 우리 인간의 생존에 없어서는 아니 될 절대자원을 풍부히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런데 풍부하다는 이유 때문에 그 소중한 것을 인간인 우리는 홀대하고, 업신여겨 훼손하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는 재앙의 수준으로 전 지구를 덮쳐오고 있습니다. 인간의 어리석음이 고통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것입니다.
식량 자급률이 25.6%에 불과한 우리나라 역시 지금처럼 농업과 농촌, 농민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지금처럼 오직 경제적 잣대로만 평가하여, 외면한다면, 식량위기라는 커다란 고통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조물주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고, 자연과 상생해야 합니다. 그 길은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을 살리는 길이 될 것이며, 나아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길이 될 것입니다.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하지 말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까지 고민하는 혜안으로 현재 농촌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더 늦기 전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