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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고양이는 주인을 위해 생선가게를 잘 지킬까요? 우리 사회에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엇비슷한 일이 보입니다.
불합리한 제도는 대개 법 개정을 통하여 개선됩니다. 제도 개선에 관련 되는 법은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발의하여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고, 각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모든 법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로 넘겨져 '법령의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국회법 86조). 법사위를 경유해야 하는 규정은, 법 체계와 자구에 대해 잘못이 생기지 않도록 법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는 곳에서 검토하는 장치라는 것에는 수긍합니다. 아마 대부분의 법령은 이에 해당이 되어 별다른 의견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18대 국회 법사위원은 모두 16명이고 대부분 변호사 출신이어서 법에 관한 전문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심사할 법안이 변호사 직역과 관련된 법률안의 경우에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들 법안들을 법사위에서 심사할 경우 과연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는 체계인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국회법에는 법사위는 법 체계와 자구에 관한 것을 심사토록 되어 있으므로, 법사위에서 법령의 실체적 내용을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이해합니다.
몇 년 전 세무사법 개정안에는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법안은 재경위를 통과하였고, 법사위에서 심사하는 과정에서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내용을 삭제 수정하여 국회 본회의에 넘겨 세무사들을 참담하게 만들었습니다. 법사위가 변호사 밥그릇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하여 세간의 비난을 많이 받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변호사에게 불리한 내용이 들어 있는 법은 절대 법사위를 통과할 수 없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떠돕니다.
싸움이 붙어 있을 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사람은 싸우는 본인들과 관련 있는 사람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을 아는 사람들의 기초상식입니다. 민사소송법 등에서는 법관의 제척이나 기피제도를 두어 제도적으로 이를 막고 있고, 설령 명시 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이를 지켜야 하는 것은 기본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법사위는 법에 대해 전문가라고 하면서 가장 기초 상식에 해당하는 것을 지키지 않고 있고, 지킬 생각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법안이 공정하게 심사되려면 변호사 관련 법안이 오면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법안의 이해에 관련된 국회의원은 심사에서 빠져야 합니다. 그런 분들이 버젓이 법안 심사에 참여하여 ‘이 법이 통과되면 변호사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라는 말을 해 가면서까지 법안을 변질시켜서야 되겠습니까?
변호사에게 변리사와 세무사 자동자격을 폐지하는 법안,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대리권에 관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법무사에게 소액소송대리권 부여 등 변호사의 직역에 관련되는 법들은 곧 법사위로 넘어 가겠지요. 변호사의 직역과 관련 있는 법안들을 변호사 출신이 절대 다수인 법사위에서 심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회의록에 보면 발언마다 ‘존경하는 ...의원님’으로 시작하는 회의 성격상 단 한 분이라도 이유가 무엇이든 막무가내로 반대할 경우 그 법은 통과되기 어려운 상황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법안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그곳에서 심의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하긴 이런 법안도 법사위에서 심사할 테니 통과되기 어렵겠군요. 이래 저래 갑갑합니다.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의원은 자기 직역에 관련된 법안의 심사에서 스스로 빠져야 합니다. 배 밭에서 갓끈을 매지 말고 오이 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라는 것이 조상들의 가르침입니다. 설령 자기에게 힘이 주어져 있더라도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면 그 힘을 쓰지 않는 것이 품격이 아닐까요. 그런 품격을 법사위에서 기대해도 될지요.
필자소개
고영회(高永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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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진주 출생. 진주고, 서울대 건축학과 졸. 건축시공기술사, 건축기계설비기술사, 변리사 자격 보유. 대한기술사회 회장과 대한변리사회 공보이사 역임. 현재 행정개혁시민연합(행개련) 과학기술위원장,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 국민실천위원장,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