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일곱 초롱 -시 박해옥 (낭송 허무항이)
베란다 벤자민 나뭇가지에 짚으로 엮은 새집이 걸렸다
신방을 구하는 예비신랑이
제 색시 들다보듯 눈 맞추다 출근하고
초옥에 박 넝쿨 올리는 것이 소원인 남자가
햐! 하다 벌이 나갔다
기억 하나가 새장에서 풀썩 뛰어 내린다
나락 걷은 무논에 물이 살짝 얼고
홍시 맛보러 뒤꼍에 때까치 꼬이는 늦가을
샛노란 햇 짚 추려 찹찹 엮은 이엉으로
외아재랑 아부지가 지붕을 새로 잇곤 빙싯 웃으며 가셨다
푸르누런 끝물 호박 득득 긁어
탁배기 안주로 새참 내던 젊은 엄니가
고장 난 인형처럼 한참을 웃다 가셨다
하나 업고 하나 걸리고
새장만한 단칸방을 보러 다니던 아낙이
풀잎 문 한 마리 새로 날아드는 베란다 새집
들사람 여럿이면
자잘한 방 몇 칸 더 질러 오글오글 사세여!
새 똥고 벌듯 쌕 웃으며 새장을 건네던 지인이
오늘도 서너 번은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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