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협괘 열차 |
|
| |||||||
![]() 내 마음의 협괘열차
그 곳엔 협궤열차가 있다
나는 그 열차로 갈 수 있는 작은 마을을 알고 있다 그 마을에는 안개가 살고 있고 안개가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안개가 뿜어내는 조화로운 말의 향기와 안개가 들려주는 실명의 시간들 노래 속에는 작은 이슬이 모여 산다 고개를 숙이고 떨어질 듯 반짝이며 산다
나는 그 이슬을 받아먹는 들꽃을 안다 새벽녘 가녀린 목을 곧추세워 이슬로 제 말문을 여는 달맞이 꽃잎이 자기 몸을 부스스 흔들며 일어서는 움직임을 지켜보노라면 내 오래 숙이고 살았던 어떤 막막함이 제 몸을 흔들며 일어서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때는 이 막막함이 나를 눕히더니 이제는 도리어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꽃대를 힘차게 말아 올리는 꽃들을 보며 간다 또르락거리며 굴러가는 작은 협궤열차의 침목과 그 침목 아래 수없이 피고 지는 작은 꽃들 어딘지 모르게 흐르는 강물과 그 강물이 일궈 놓은 대지의 어미의 살진 젖을 빨아먹고 사는 애벌레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다 나는 당신을 초대한다 작은 역사(驛舍)를 하나 짓고 구부정한 어깨를 가진 당신을 세운다 수신호로 열차를 세우고 보내고 호루라기 대신 풀피리를 불리라 나는 협궤열차로 가는 작은 마을을 알고 있다 낡은 테의 모자를 손으로 매만지는 당신이 허, 덤덤한 웃음으로 당신의 붉어진 귓볼을 숨겨놓았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