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흐르다가 / 박 소향
물처럼 흐르다가 만나자
지나간 세월 뒤에 나는 남고
기억은 또 남아
우리 떠나도 마음 지켜주네
서쪽 하늘 노을이 다 할 때
그 때 헤어짐도
붉은 해 따라 어제로 넘기 우리니
지나간 것은 생각지 말자
없어지고 사라지는 날들 속에
우리 또 남으리니
비 젖어 크는 나무처럼
가지도 주고
열매도 주고
더 이상 줄 것이 없을 때
마음 편한 행복을
서로 나눠 줄 수 있을 것이니
아직
줄 것이 남아 있는 동안은
행복해 하자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물이 되어 흐르자
..시집 [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