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의 눈발 / 김춘경 (낭송:김춘경) 저녁이 달아나자 유리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창 밖에는 현란하게 몸부림 치듯 하얀 눈발들이 휘날린다 어둠 섞인 커피 한잔 모락모락 김 오르며 흩어지듯 줄곧 좌우로 흩어지며 방황하는 눈발들, 울음을 토해 가슴을 쓸어 내리는 피아노 선율도 함께 작정없이 흩어져 날리고 있다 꽂히고 싶은 곳을 향한 낯선 그리움의 현주소, 흩날리는 것들은 어디에 쌓이려고 그리도 몸서리를 치는가 하얀 세상을 달리며 사라지는 눈발 속에 녹아 내리는 구차한 삶의 허상들, 그대 그리고 나.. 눈 내리는 밤 바람에 날리는 눈발 끝에 매달린 상념들이 쓸쓸히 웃는다 - 사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