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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3]
  • 뉴스관리자
  • 등록 2010-12-25 02: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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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년에 재학 중인 둘째 아들아이에게 물었다.

취직은 어떻게 돼가는 거냐?

" 아이..걱정 마세요.

"대답하는 녀석의 표정에 구김이 없다.

7년만에 대학 졸업장을 쥐게 되는 둘째는 자신만만한 투다.

"이미 결정됐어요..

" 이미 진로가 결정돼 있지만 졸업 후 정식 입사 한 뒤에 자랑하고픈 것처럼 들렸다.

몆해 전 일이다.

한남대를 다니다 1학년에 재학 중 군에 입대.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아들 녀석이 일주일 쯤 쉬고 나더니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마땅히 복학 문제인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아들 녀석은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아빠.. 저 한 1년쯤 세상 구경 좀 하고 올께요.." 한다.

복학은 안하구? " 해야죠 그러나 좀 있다 하고 싶어요.." 지금은 세상과 부딪쳐 보고 싶어서요...

변변한 수입이라곤 없는 아비의 등록금 마련할 걱정을 덜게 하려는 생각일까.. 쉽게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네 인생은 네가 진 지게에 지고 가는 것이니 네 뜻대로 해라.."허락했다.

아들 녀석은 그길로 집을 나섰다..한 달에 한두 번 "잘 있으니 걱정 마세요" 라는 녀석의 목소리 듣는 것으로 아들아이 향한 그리움을 달랬다.
 
집을 나선지 1년쯤 된 겨울 어느 날. 녀석은 집으로 돌아왔다.아비보다 한 뼘은 더 큰 녀석은 수척했지만 건강한 모습이었고 눈빛은 또렸 함을 잃지 않았다.

반가웠다.. 왈칵 안아보니 아들아이 체취가 아비의 눈가에 이슬로 맺혔다.

만원 짜리 지폐 몆 장 쥐고 서울로 떠났던 아들아이는 1년 동안 안 해본일이 없었다고 했다.

파주 근처 대형 공사장에서는 이틀을 꼬박 시멘트 비벼 넣는 일을 하기도 했고 경비서는 일을 하기도 했다며 1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1천만원을 아비 앞에 내놨다. 말인즉 집 나간지 1년 동안 벌었다는 거다.녀석이 복학 하려는가보다 생각했다.그런데 그게 아니다,

아들아이가 말했다.

"아버지 저 복학은 좀 더 미루고 카나다에 좀 다녀올까 해서요"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래도 아들 녀석이 엉터리 짓은 안 해온 터라 다시 말했다.

'니 맘대로 해" 그러나 세월은 빠르다 허송해선 안돼!" 아들녀석은 다시 아비의 곁을 떠났다.

생각 같아서는 복학을 권유하고 싶었지만 이미 제 나름의 계획을 세운 것 같은 아들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싶었다.

그렇게 카나다로 날아간 녀석.. 아비는 단돈 만원 한 장 을 보태주지 않았다.
 
다시 또 1년을 떨어져 있던 아들아이는 두 달에 한번 꼴로 "아직 살아 있습니다" 는 전화를 건네 오는 것으로 아비의 걱정을 달랬다.

아들아이 전화라도 걸려오는 날이면 아내는 하루 종일을 먼 하늘을 바라본다, 말수 적은 아내의 아들 그리워하는 방식이다.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 1년여가 훌쩍 지나고 아들 녀석이 아비 앞에 얼굴을 나타냈다.배낭하나 둘러매고 돌아와 길바닥에서 만난 아비에게 넙죽 절하는 아들 녀석. 문득 도깨비 같은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나다에 머물던 1년 동안 토론토에 내려서 밴쿠버 까지 .. 록키산맥에 이르도록 동경했던 낮선 나라 곳곳을 누비는 나그네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강도를 만나 지갑을 털리고 이틀을 물만 먹고 굶어보기도 했고 눈 덮인 록키산맥을 사흘간 걸어서 나다니기도 했다고 털어 놨다.

때로는 서툰 영어를 밑천삼아 수퍼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어학연수를 했던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도저히 믿기지 않았지만 1년 동안 카나다에서 머물던 흔적들은 아들 녀석이 지참했던 디지털 카메라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후 아들녀석은 그제서야 복학을 했다.그리고 3년 대학이 운영하는 무역사업단의 일원으로 라스베가스로 중국으로 베트남으로 홍콩으로 대만으로,,무역박람회 통역요원으로 나다니는 등 별난 학생 노릇을 한끝에 이제 졸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녀석이다.

.아들가진 부모 된 마음이 다 그러하겠지만 취직문제까지 제힘으로 해결했다니.. 속으로는 대견하기는 했지만 아직껏 곰살스런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제 형 장가가던 날. 형 위해 축가를 부른다던 아들에게 말했다.세상을 어떻게 살거냐?
좀 무뚝한 아비의 말에 아들아이가 대구했다.

"어릴적 아빠말씀 늘 기억하거든요 ""사인여천 [事人如天] 사람을 하늘처럼 생각하고 공경하고 존중해야 한다" 는 ....

또 말을 이었다." 겸손하되 비굴하지 말고 의젓하되 교만하지마라" 아빠 그럼 되죠?어릴 적 세살 무렵부터 귀에 젖도록 들려준 아비의 말을 되뇌이는 아들아이가 밉지 않다.
 
한마디 더 던졌다.

"한마디만 더해줄까? "

뭐지... 아하 김대중 대통령님 말씀 저 그거 아는데 .."무리도 하지 말고 쉬지도 마라" 그말씀 하시려는 거죠? 한다

아비는 빙긋한 웃음으로 한 뼘은 더 커버린 아들 녀석 품에 안겼다..문득 돌아가신 대통령님이 그립다..

그리고 곁에 모시고 있을 때 주셨던 한 말씀 "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결국 악의 편이다. 라는 그 한 구절이 뇌리에 맴돈다.

아들 녀석을 다음에 만나면 그 한마디 더 건네줘야지 싶다.
아들아 너를 믿는다. 메리크리스마스...
굿모닝논산 대표 김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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