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국회의원인 무소속 이인제 의원이 세종시 수정안 논란에 대해 1. 15일 자신의 홈페이지 ‘IJ 세상이야기’에 올린 글을 통해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대다수 충청권 의원과 야권의 ‘원안 고수입장’에 대해 반박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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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이글에서 세종시가 갖는 의미에 대해 “그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와도 상관이 없는 국책사업일 뿐”이라며, “‘국가장래’와 ‘지역발전’,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동력’등이 이를 판단할 중요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9부 2처 2청의 세종시 이전여부와 관련, “지금 단계에서 세종시 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그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다짜고짜 무조건 이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세종시의 본질을 벗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그러면서 “역사란 끊임없이 낡은 결정을 경정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발전한다”고 전제한 뒤 “한번 결정한 것이니 절대로 손을 댈 수 없다는 태도는 정당하지 않다“며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작년 연말에 제기되었던 ‘이인제 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설’을 언급하며 “민감한 시기에 무슨 의도로 사실상 수정안 찬성론을 펼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고
또 일부 시민들은 “어떻게 하면 국가장래에 도움이 되고 지역발전에 이로울 것인가를 잘 따져보자”는 말로 당연한 주장이라고 이의원의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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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세종시 논쟁, 그 본질은 무엇일까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뜨거운 논쟁이 지축을 흔들고 있다. 나의 의견을 묻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지만 딱 한마디로 대답하기가 어려워 침묵하고 있다. 가까운 친구들이 궁금해서 물을 때면 ‘세종시 문제니까 세종대왕의 지혜로 풀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해주곤 한다.
사실 세종시 문제에 관하여는 이미 나의 의견을 지난 글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논쟁 과정에서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는 정치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정치권에서는 정치투쟁으로 몰고 가려 한다. 특히 눈앞에 지방선거가 있고 보니 야당들은 결사항전태세이고, 여당 안의 반대진영은 ‘신뢰론’을 앞세우며 미래권력을 강고히 하려 한다.
그래서 오늘 나는 세종시 논쟁의 본질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성계는 요동정벌을 위해 진군하던 군대를 되돌려 고려왕조를 타도하고 조선왕조를 열었다. 수단은 쿠데타였지만 전혀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혁명이었다. 그는 구왕조의 근거지인 개성을 떠나 한양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한다.
볼셰비키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린 레닌도 구체제의 아성인 상페테르부르크를 버리고 모스크바로 수도를 옮겼다. 리비아의 풍운아 카다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쿠데타를 성공시킨 후 구 귀족세력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수도를 뱅가지에서 트리폴리로 이전하게 된다.
이렇게 쿠데타나 혁명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새로운 지배계층은 구세력의 위협을 벗어나고 또 구세력을 일거에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나라의 수도를 옮기는 경우가 있다.
한편으로 나라 안의 세력균형을 위해 불가피하게 수도를 옮기는 경우를 본다. 뉴질랜드는 남섬과 북섬의 세력균형에 대한 정치적 압력 때문에 북섬의 북쪽에 치우쳐 있던 오클랜드에서 남섬과 인접한 지역 웰링턴으로 수도를 옮겼다.
호주 또한 멜버른으로부터의 끈질긴 압력 때문에 수도를 시드니로부터 두 도시의 중간 지점인 캔버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광대한 대륙국가 브라질은 내륙개발을 위해 브라질리아를 건설하고 그곳으로 수도를 이전하였다. 말레이시아는 지식클러스터인 MSC 중심부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이곳으로 정부 수뇌부를 이전하였다. 이렇게 국가비전을 위해 수도를 이전하는 경우도 있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이 수도이전을 들고 나왔을 때, 그 심중의 진정한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충청의 표를 얻어 보겠다는 표면적인 동기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리 득표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한 나라의 수도를 옮기겠다는 결단을 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내면의 동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박정희는 미국이 월남을 버리는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을 바라보며 북한 장사정포의 사정권 밖으로 수도를 옮기려 은밀히 계획을 추진하다 폐기시킨 일이 있다. 전두환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계룡산 밑으로 수도를 옮기는 작업을 추진하였지만, 예상 외로 정권이 안정을 찾자 생각을 바꿔 3군 본부만 그곳으로 옮기고 말았다. 이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2002년 당시 수도를 충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압력은커녕 그러한 말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를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논의도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균형발전이란 그 후 추진과정에서 만들어진 논리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노무현이 수도이전을 들고 나왔을 때 그 심중에 자리 잡고 있던 동기는 명백해 보인다. 즉, 그는 혁명을 꿈꾸고 있었고, 혁명이 성공하면 마땅히 구세력의 근거지인 서울에서 아예 수도를 옮겨버리겠다는 것이었다. 선거에서 승리한 후 보인 그의 행보가 이를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도이전이라는 노무현의 야심에 손을 잡아준 한나라당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 통일을 앞둔 시점에서 수도를 옮긴다는 발상 자체가 상식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라의 운이 있어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어주었다. 수도이전은 헌법사항이니 법률제정 형식으로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만일 노무현이 단순하게 충청의 표가 아쉬워 수도이전을 공약한 것이라면, 이 시점에서 그는 아무 정치적 부담 없이 그 공약을 폐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그는 헌법개정까지는 자신이 없었던지 변칙적인 방법으로 그 야심을 실천하려 하였다. 그것이 현재의 세종시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또다시 그 야심에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에게 있어서 세종시는 이렇게 너무나 정치적인 사건이며, 그가 열고자 했던 새로운 세상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의 대통령 당선은 혁명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이었고, 그가 꿈꾸던 혁명은 결코 현실의 명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 냉정한 현실 속에서 상식으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에게 세종시는 어떤 문제일 것인가!
먼저 세종시는 그 어떤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와도 상관이 없다.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정책가치이지 정부부처 일부를 특정 지역에 이전하는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 물론 노무현의 혁명적 가치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는 세종시 문제가 물러설 수 없는 정치이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세종시 문제를 놓고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를 위한 투쟁을 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도 가질 수 없다.
세종시는 현 단계에서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여 추진하는 국책개발사업일 뿐이다. 어떻게 하면 국가장래에 도움이 되고, 지역발전에 이로울 것인가. 국민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할 국가계획이 곧 세종시이다.
정부부처 일부를 옮기는 문제를 놓고 말해보자. 꼭 그렇게 해야만 세종시계획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면, 그리고 지금 단계에서 세종시계획을 백지화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그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다짜고짜 무조건 이전해야한다고 주장하는 태도는 세종시의 본질을 벗어난 일이다.
역사란 끊임없이 낡은 결정을 경정하고 오류를 수정하며 발전한다. 한번 결정한 것이니 절대로 손을 댈 수 없다는 태도는 정당하지 않다.
세종시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정파나 사람들은 이 전제 위에서 진정으로 나라의 장래를 여는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지금 발표된 정부의 안은 그저 안에 불과할 뿐이다. 더 또렷한 비전, 전략 그리고 구체적 수단을 제시하고 치열한 논쟁을 거쳐 우리 모두가 승리하는 결론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조만간 나의 구체적 생각을 밝히려 한다.
2010. 1. 14
이 인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