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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장수가 짐이 되지 않는 나라
  • 김경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장
  • 등록 2009-09-07 21: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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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는 서남아시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우리 인류가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범세계적인 현상이다. 특히 지난 20여 년간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개도국에서 비약적인 생활수준의 향상은 자녀의 양육을 양(量)에서 질(質)로 대체하는 계기가 되어 출산율이 현저히 감소하는 추세가 일어났다.

출산율의 하락이 일어나는 초기에는 인구에서 차지하는 생산가능연령인구의 비율을 높이게 되어 그 결과 저축률이 증가하고 높은 경제성장이 가능하게 되어 이른바 인구통계학적 배당(demographic dividend)의 수혜를 향유할 수 있게 된다. 70~80년대 경이적인 고성장을 이룬 아시아 네 마리 용과 피임을 합법화한 이후 셀틱 타이거(Celtic tiger)로 불린 90년대 아일랜드가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출산율의 저하와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른 장수(長壽)로 점차 피라밋 인구분포가 종형으로 바뀌게 되면서 저축과 성장의 반전이 일어난다. 특히 서유럽과 달리 급격한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비록 장수가 축복받을 일임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고령화의 부작용에 직면하고 있다.

2050년이면 청장년층 100명이 노인 67명 부양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과 더불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50년경에는 일본과 더불어 고령화정도가 세계최고수준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면 65세 이상 인구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노인인구부양율은 지난 2000년 11.4%에서 2050년 67.5%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9년 전 100명이 11명 남짓한 노년세대를 부양하던 것을 현 고령화추세가 변함이 없다면 41년 후 무려 6배 가까운 67명을 부양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고, 더 내고 덜 받도록 연금제도를 개혁하는 등 국민경제의 입장에서 고령화대책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한편 노년세대에 대한 배려도 절실한 시점이다. 2009년 현재 50세 이상 인구가 이미 1,360만 명이 넘어 총인구의 28%를 차지하고 있으며, 더욱이 조만간 노년세대로 편입될 45세 이상은 1,780만 명을 넘어서 무려 36.7%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007년 처음으로 공표한 고령화연구패널은 한국 노년세대 삶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우선 취업중인 노동인구의 희망퇴직연령은 국민연금수급개시연령인 60세보다 높은 65세 이상이 76%를 넘고 있으나 실제 은퇴연령은 평균 57.2세에 불과하다.

더 일하고 싶어도 평균 57세면 은퇴

이 차이는 물론 경제적 동기에 있다. 동 패널에 따르면 55~64세에 해당하는 은퇴자의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평균 순자산액은 1억 1,550만원 정도이며 은퇴 후 평균 소득은 40만원 남짓하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비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실제 통계치와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한국노동연구원이 해마다 발표하는 한국노동패널의 추산치와 별 차이가 없어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60세 이상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67%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령층이 장수시대에 여유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그대로 반영한다. 한편 30~59세 연령대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2004년 37%를 정점으로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임금

또 다른 예로서 생산가능인구 대비 고용되었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인구비율로 정의되는 경제활동참가율에서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현상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활동참가율에서 차지하는 청년세대의 비율은 반대로 줄어드는데 고학력으로 최저 의중임금이 높아져 고용수급의 불일치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역설적이나 한 집안에서 젊은 자식은 백수로, 늙은 부모는 일을 찾아 나서는 모양새다.

베이비 붐세대가 노년세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될 때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노년세대를 위한 체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복지정책의 수행에 필요한 DB를 구축, 향후 정책수행에 따르는 비용을 추정하고 나라살림에 무리가 없도록 재원조달방안 등을 준비하고 설계해야 한다.

직업훈련 등 통해 평생 고용 토대 마련해야

무엇보다도 장수가 삶의 축복이 아니라 버거운 짐이 되지 않으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주위 눈치를 보기 보다는 자신의 능력껏 일을 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평생고용을 위한 직업훈련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다.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사회인프라가 구축되어 평생고용에 대한 자신감이 있을 때 평생직장은 더 이상 필요 없고 따라서 그만큼 노동의 유연성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직업훈련이 중요한 고령화대책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노사가 합심하여 이를 제도화할 동기가 크지 않은 만큼 먼저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덧붙여 이미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것과 같이 은퇴시기를 늦출수록 연금을 더 받게 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고령화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물론 출산율을 높여 국가재정부담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최선의 대책이다. 출산은 양과 질의 상충관계와 같이 자녀양육에 따르는 경제적 요인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자녀교육에 들어가는 막대한 경제적, 시간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그 자녀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고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면 예전처럼 젊은이들이 일찍 가정을 이루고 딸, 아들을 낳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초중등 교육제도의 질적 개선을 통해 한국경제가 경쟁력을 가지는데 필요한 미래의 인적자원을 양성하고 고용의 탈공업화에 따라 사라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의 발전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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