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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듣는 뚜아에무아
  • 뉴스관리자
  • 등록 2009-03-22 09: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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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아에무아(toi et moi. 너와 나)가 활동했던 1970년대 초는 청바지,생맥주, 통기타로 대표되던 청년문화가 특히 어려움을 겪던 시대였습니다.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무릎 위 17cm면 대상)을 피하기 위해 젊은이들은 거리를 나다닐 때면 전전긍긍, 항상 사주경계를 해야 했지요. 뚜아에무아는 그 시절 청춘백서의 겉 표지에 나오는 그리운 액자 그림입니다.

혼성 듀오인 이 그룹은 3대에 걸쳐 활동했는데, 사람들은 1기 멤버인 박인희와 이필원만을 기억합니다. 그들의 화음이 절묘하여, 미국의 '마마스 앤드 파파스' 또는 '피터, 폴 앤드 메리'(이들은 3인조이긴 하지만)와도 능히 견줄 만합니다. 박인희가 메인 보컬을, 이필원이 뒤에서 받쳐주었는데, 이들의 역할분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인희는 청아하면서 따뜻한 음색이었고, 이필원의 음색은 우울하며 사색적인 멋이 있었습니다.

박인희와 이필원의 앙상블을 생각하면, 비약이 심한 비교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세기적 듀오인 마리아 칼라스와 주세페 디 스테파노가 떠오릅니다. 그들의 음색과 표현기교는 확실한 다름이 있었습니다(칼라스는 드라마티꼬, 스테파노는 리릭테너). 언뜻 이들은 어울리지 않아 보였지만, 스테파노는 불같은 카리스마의 칼라스를 잘 다독이고 뒷받침하여 품격 높은 조화를 이루었지요. 그는 칼라스의 평생 친구가 되었답니다.

뚜아에무아가 발표한 곡을 살펴 보면 1970년의 '약속'을 비롯하여 줄줄이 구슬을 엮어놓은 듯합니다. '스카보로의 추억', '썸머와인',' 에델바이스', '도나도나', '제네파 주네파', '그리운 사람끼리' 등 제목만 열거하여도 벌써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 같습니다. 자작곡도 있었고 번안곡도 있었지만 하나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박인희는 통기타 가수의 전형이었습니다. 온유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그리운 사람끼리' 작곡), 소박한 외모 또한 그러하였습니다. 깨끗한 얼굴에 긴 생머리와 판탈롱 바지를 입은 모습(미니스커트는 입지 않았던 듯)이 눈에 선합니다. 음유시인처럼 조곤조곤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았으며, 그 자체로서 문화현상이었던 듯합니다. 그녀의 노래는 따뜻한 데다 삶에 대한 관조와 철학적 정취가 있어 '멍 뚫린' 그 시절 젊은이들의 마음을 달래주었지요.

박인희는 1년여의 활동 끝에 솔로로 데뷔한 후에도 많은 히트곡들을 만들어 내었는데, '방랑자', '모닥불', '섬집 아기', '님이 오는 소리'. '그리운 사람끼리', '목마와 숙녀' 등 모든 곡들이 걸작 소품들이었습니다.

이필원은 빛나는 조연이었습니다. 그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면이 있지만, 박인희를 두드러져 보이게 한 배경이었어요. 무릇 대상과 배경이 잘 어우러져야만 완성도 있는 그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의 자작 노래로는 '하늘'과 '바람'이 기억에 남는데, 이 노래들은 곡도 정갈하고 노랫말도 아름다워 기회가 되면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강렬하지는 않지만 우울한 톤으로 시린 가슴을 파고들었지요.

이 혼성 듀오에 대하여 생각하면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라나에로스포(lana et rospo. 두꺼비와 개구리)도 떠오릅니다. '사랑해'를 부른 그룹이지요. 두꺼비(남자 가수. 한민)는 붙박이였고, 개구리(여자가수)는 1기 은희를 비롯, '산까치'를 부른 2기 최안순 등 여러 여가수들로 바뀌었지만, 뚜아에무아보다 훨씬 오랫동안 그룹을 유지하며 활동한 점은 평가되어야 할 것입니다.

뚜아에무아의 박인희와 함께 활동했던 그 무렵의 같은 또래 포크 가수로는 위에서 언급한 은희 외에 양희은, 이연실이 있습니다. 모두 한 시대를 획한 가수들이지요. 양희은은 지금도 방송가의 맏언니로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군요.

외국가수이지만 나나 무스쿠리도 생각납니다. 박인희와 무스쿠리는 목소리의 질감과 가슴에 전해오는 느낌이 사뭇 닮았습니다. 제 마음 속에는 언제부터인지 두 여인이 자리하게 되었는데, 나나 무스쿠리와 박인희입니다. 아내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물론 그녀가 허락했거든요.

김창식

nixland@naver.com | blog.naver.com/nixland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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