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는 법안강행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대치가 한창이던 26일, 국회 밖에서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잇달아 열렸다. 이들은 사이버모욕죄, 집시법 개정안, 신문법·방송법 개정안 등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밝힌 법안을 ‘MB악법’이라고 규정하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가면들이 등장했다.
참여연대는 ‘한나라당은 MB악법 강행처리 시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인형탈을 등장시켜 곤장을 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청년단체들이 모인 민생민주청년회의(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을 상징하는 가면을 쓰고 삽질을 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언론자유’‘국민주권’ 등은 뒷전으로 한 채 반민주, 반민생, 반통일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기자회견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경찰병력이 이들을 에워쌌고 “불법집회이니 해산하라”는 경고방송이 흘러나왔다. 참여연대 기자회견에서는 현수막과 인형탈을 빼앗으려다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민생민주청년회의 기자회견에서는 몇 차례 ‘가면을 벗으라’는 경고 끝에 가면을 낚아채갔다.
이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셌다.
참여연대 측은 “지난 세월동안 어떤 독재정권도 기자회견을 막은 적은 없다”면서 “퍼포먼스도 기자회견의 일환이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시민단체와 취재진의 약속이지 경찰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민생민주청년회의는 “권력을 빙자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국민은 자기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가 집회 아닌가”라며 “거리에서 구호제창하며 피켓을 들고 발언하는 것은 기자회견이 아닌 집회”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실내에서는 얼마든지 괜찮다”며 “집회를 하려면 집회신고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가면을 빼앗은 것에 대해서도 “불법집회의 불법시위용품이라 못 하게 한 것”이라고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의 기자회견은 왜 저지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옛날 이야기”라고 말했으며,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는 어떻게 되나’는 질문에는 “그것은 나한테 물어보지 말라”고 답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신발투척 테러’를 패러디한 게임이 봇물을 이루고, 프랑스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몸을 바늘로 찌르는 ‘저주 인형’도 만들어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