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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두렵다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10-25 0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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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두렵다



사회학에서 분류하는 소위 고령자층에 속하게 된 뒤 가장 큰 건강상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역시 암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치매(癡)에 대한 두려움이 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통계에서도 평균수명까지 살아 온 한국 남성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암에 걸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암은 여전 무서운 존재이지요. 다만 집사람이 암에 걸린 후 10 년동안 투병해 오는 사이 암에 관한 지식을 많이 얻은 데다 무엇보다 암에 대한 저의 마음 자세가 바뀌어 옛날의 공포증을 불식해 버렸습니다.

그 대신 이번에는 치매에 대한 극히 현실적인 걱정 때문에 가끔은 깊은 잠에 쉽게 들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이 병의 특징인 환자 자신의 병에 대한 자각이나 가족 내지 타인에게 주는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한 이해를 못한다는 점이 더욱 두렵습니다.

저의 선친의 5남매 중 막내인 고모는 독실한 불교도로, 전국 사찰을 빠짐없이 누비는 건강을 자랑하셨고 하나뿐인 아들은 그 지방의 부유층에 속하는 유지로 행복한 가정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단 한 가지 흠은 손자를 낳지 못한 며느리와의 사이가 약간 원만하지 못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 고모가 갑자기 치매증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치매증세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힘들다는 방황성(彷徨性) 치매였습니다. 몇 번 행방불명되는 소동이 벌어진 다음 효심이 지독한 아들도 하는 수 없이 방문을 쇠문으로 바꾸고 자물쇠까지 달아 놓게 되었습니다. 가끔 시골에 내려가 이 광경을 보고 나면 저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흥분했습니다. 그렇게 곱게 늙으신 고모도 결국 이 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떴습니다.

제 동생 장인 어르신의 90대 노모가 이와 비슷한 증상으로 고생하시다 끝내 행방불명이 되고 며칠 뒤 야산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이 남부끄러운 사건을 고민하던 어르신은 얼마 뒤 결국 자결해 노모 뒤를 따랐습니다.

치매환자의 가장 큰 특징이 기억을 잘 못한다는 것이지요. 노모의 치매증세가 점점 진행되는 과정을 오래 관찰해 온 친구의 말에 의하면 어느 날 소파에 마주 앉아있는 자기를 보고 “댁은 누구시지요?” 하고 어머니가 물을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옛날 신체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이 지금보다 심했을 때 이들에 대한 통계 잡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치매환자에 대한 통계 잡기가 이와 비슷해 현재 국내 환자 수는 약 41만 명 정도라고 추산할 뿐입니다.

세계적으로 통계의 신뢰성이 높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일본의 치매환자 수는 170만~200만 명 정도 될 거라는 개산(槪算)만 공표하고 있는데, 해마다 증가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으니 30년 후에는 38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통계당국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약 2.5대 1이라는 두 나라의 인구비례에 비추어 봐도 일본이 우리나라보다는 더 심각하다고 생각되나 노인인구가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감안하면 수긍이 가는 숫자인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전후 경제부흥이 절정에 달한 1972년에 여성작가 아리요시 사와코(有吉佐和子)가 <황홀의 인생(恍惚の人)>이라는 소설에서 치매에 시달리는 시아버지를 간호하는 며느리 이야기를 써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치매를 사회문제로 부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일본에서는 얼마 전까지 치매를 치호쇼(痴症)라 부르다가 이 말이 너무 인격을 무시하는 차별적 단어라 해서 최근에는 인지증(認知症)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쓰고 있습니다. 환자나 그 가족들에 대한 정부나 사회의 따뜻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말입니다.

치매 간호 대책으로 지금 일본에서 곽광을 받고 있는 것 중 하나로 ‘그룹 홈’이라는 공동생활 제도가 있습니다. 2000년에 이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엔 전국에 266군데밖에 없던 것이 지금은 붐을 타고 486군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룹 홈’에서는 증세가 비슷한 5~9명의 남녀 환자를 각자 자기 방이 있는 건물에 수용하여 공동생활을 하게 하며, 수명의 간호 전문가가 상주하며 환자들의 취사 치료 오락 등을 돌보고 있습니다. 경영은 민간인이 하고 국가의 보조금과 입주자의 분담금으로 운영하는 획기적인 시도입니다.

과거에는 노인 요양소에 다른 성인병 환자와 함께 수용하던 치매환자를 분리하여 각종 최신 시설을 갖춘 한 건물에서 비슷한 증세의 환자끼리 공동생활을 시키면서 가정적 분위기도 많이 도입하여 환자의 병세를 조금씩 호전시키거나 병의 진행속도를 늦추는 실험도 한다는 것입니다. 가족들의 방문도 허용하여 면회시간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인 9월 21일을 ‘치매 극복의 날’로 정하고 41만 명으로 추산되는 치매환자에 대하여 한층 더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발표하였습니다. 전국에 253개의 치매관리센터를 세우고 현재 1,000명 정도인 전문의를 6,000명으로 늘리고, 지원봉사자를 10만 명 양성하는 데 필요한 2,6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비율을 현재의 35%에서 70%로 올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 전문의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구미 각국과는 달리 알츠하이머병보다 뇌경색에 의한 치매증이 더 많아 치매를 예방할 수는 없더라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암 치료와 예방과 치료에 많은 성과를 올린 현대의학이 또 하나의 불치병인 치매를 극복하는 데도 큰 성과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필자소개



황경춘


-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 주한 미국 대사관 신문과 번역사, 과장
-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 TIME 서울지국 기자
- Fortune 등 미국 잡지 프리 랜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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