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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위기에 대한 단상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7-05 07: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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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51%의 승리라고 합니다. 어제 뉴스를 보니 민주당의 어떤 당직자가 이명박 대통령이 총유권자 30%의 지지를 얻었을 뿐이니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겸손해야 할 것은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죠. 공직자들의 그러한 당선은 민주주의를 완벽하게 설계하지 못한 국회의 태만이 수 십년 간 지속된 결과입니다. 서유럽은 물론이고 공산주의 출신의 동유럽 국가에서조차 과반수 득표 미달일 때에 실시하는 2차 결선투표 제도가 이 나라에 없기 때문입니다. 1표만 더 얻어도 당선되는 선거법을 누가 만드나요?

투표에서 중요한 것은 판단의 잣대가 되는 여론이고 여론을 존중하기 위해 민주주의는 언론자유를 보장합니다. 그러나 최근 이 나라에서 여론 몰이가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되돌아 보면 씁쓸합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 결의되었을 때에 한국방송공사는 탄핵반대 중계방송에 48시간을 할애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언론학회는 공영방송의 탄핵보도가 편파적이었다는 학술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시 한국방송공사는 이에 대해 ‘기계적인 중립은 중립이 아니다’라고 강변했지요. 민주주의란 출발선의 공정이라는 진실을 파괴한 셈이죠. 2006년 당시 KBS 감사는 “탄핵 반대 여론이 7대 3으로 우세했다 하더라도 공영방송은 5대 5로 방송해야 하는데 9.9대 0.1로 편파 방송을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탄핵 방송에 세뇌된 것인지, 뒤이은 17대 총선은 108명의 속칭 열린우리당 초선 ‘탄돌이’들을 양산했지만 이후 계속된 각급 재보궐 선거에서 열우당은 참패했습니다. 그 대미는 10년 만에 여야 정권교체를 이룩한 작년 12월의 대선과 올 4월의 18대 총선입니다.

최근 한국방송공사는 언론재단이 수용자 5,000명을 조사한 결과, 자신들이 한국의 미디어 중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뉴스시간에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신문들이 여론조사결과를 보도할 때 그러는 것과는 달리 문항과 답변이 어떻게 설계되어 조사했는지는 전해주지 않았습니다. 1위라고 해도 신뢰도 30%선은 자랑할 게 못되니 KBS 역시 겸손해야 되죠.

‘공영방송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란 단체는 2005년 11월 창립선언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영방송의)일부 제작자들은 정파적, 이념적 이익을 위해 편파 방송하는 것을 마치 사회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인 양 강변하기도 합니다.… 정의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야 하며, 그것은 다양한 의견을 공정하게 보도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공영방송의 편파보도는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신념에 대한 공정한 취급과 관용이라는 정치문화의 형성을 방해하는 것으로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반민주 행위입니다….”

공발연은 공영방송이 편파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유재천 교수를 주축으로 창립한 순수 민간단체입니다. 유 교수는 최근 KBS 이사회 의장이 되었습니다. 방만한 경영의 필연적인 적자와 수신료 인상 타령, 공발연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해야 볼 수 있는 한국방송공사의 경영자료, 이러는 KBS가 ‘국민의 방송’이라고 노래부를 수 있을까요. 일본 NHK는 홈페이지에 이사회 의사록은 물론 각종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게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촛불시위에서 기억 나는 공영방송의 보도 화면은 주로 물을 뿌리는 시위진압 장면입니다. 반면에 민영 SBS는 쇠망치를 들고 날뛰는 폭력 시위대의 모습도 보여주었습니다. 언론학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보도되지 않는 것은 발생하지 않은 것과 같다.”

지금은 시청각 시대입니다. 영상을 전하는 텔레비전 방송은 글자로 심도 있는 이론을 전하는 신문보다 깊이는 얕지만 더 많은 감각적인 메시지를 수용자에게 전합니다. 영상을 신봉하며 활자를 기피하는 피상적인 젊은 세대에겐 더욱 영향력이 커지죠. 그만큼 대중들은 조작의 피해자가 되기도 쉽다는 반증입니다.

매스미디어의 대세가 시청각이라고 해서 공영방송이 정보를 독점 제공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서는 안됩니다. 메이저 방송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은 미디어의 균형발전을 위해 결코 좋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향력이 너무 커지면 공정한 여론 형성을 위해 쪼개야지요.

지금 신문도, 방송도 극심한 분열 시대에 있습니다. 이해가 다르니 분열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사실을 고의로 누락하여 왜곡하고 국민을 오도하려는 ‘나팔수’ 노릇은 하지말자는 것입니다. 10년 동안 누려온 기득권을 놓치기 싫어 발버둥친다는 말이 들립니다.

최근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KBS는 맛이 갔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실장이 자택을 예방한 자리에서 나온 말입니다. 군부독재시대에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도 불사하며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투쟁해온 YS입니다. 극단적이지만 특성대로 빙빙 돌리기 싫어하는 단도직입의 언사였습니다. 7월1일 MBN이 전한 YS의 발언 영상을 한국방송공사 사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보았을까요.

KBS엔 좋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그러나 힘들게 쌓아온 공적의 이미지를 보도의 편향성이 훼손한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굳이 편향적이고 싶다면 방법은 있죠.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를 받지 말게 민영화에 찬성하고 각자 제 돈들을 대서 지분을 매입하여 경영권과 편성권을 행사하라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허수아비처럼 돈만 내는 방송은 공영이 아닙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소통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소통의 위기는 언론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소통은 매스컴의 큰 몫이니까요. 하나의 미디어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세상은 미디어 편향의 너무 비싼 대가입니다.

선진국 건설은 방송의 민주화에도 달려있습니다. 이제 국민이 공영방송의 주인이 되고 사장을 직선하는 방안 하나부터라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합니다.







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기자로 입사, 각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의 개량을 지고의 가치로 삼아 보도기사와 칼럼을 써왔다. 그는 동구권의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을 역임했으며 신문사 웹사이트 구축과 운영에서 체득한 뉴미디어 분야에서 일가견이 있다. 저서로는 병인양요 시대를 그린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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