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캐나다에서 병이 나면
  • 뉴스관리자
  • 등록 2008-04-05 12:17:30

기사수정
 
캐나다에서 병이 나면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제가 가까이 지냈던 캐나다 비이민자 가족이 있었습니다. 방문 기간이 끝나고 체류 허가가 없이 그냥 눌러 앉은 케이스로, 전 가족이 모두 불법체류자였습니다. 그들은 캐나다에 오면 마치 그들의 소망이 다 이루어질 것처럼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리라는 기대를 안고 왔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던 어느 날, 건축 공사장에서 일하던 가장이 눈에 못을 찔려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습니다. 하지만 응급환자들이 많이 밀려 있는 데다 수술할 의사가 없었습니다. 거의 이틀 만에 겨우 수술을 받았으나 그는 오른 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습니다. 또한 정부 의료카드가 없어서 거의 5만 달러(물론 캐나다 달러 이하 같음)나 되는 수술비를 내야 했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살아온 얘기를 하는데, 남편이 갑자기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정의가 소개해 준 닥터스 클리닉에서 대장검사를 받다가 부주의로 대장에 구멍이 나서 응급실로 실려갔답니다. 오물과 피가 복강으로 흘러 생명이 위험한데도 응급실에는 의사가 단 한 명 뿐이어서 차례를 기다리다가 6시간 30분이 지난 다음에야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는 다행히도 16일 간 입원 후에 퇴원했지만 이것은 아주 심각한 캐나다의 의료상황입니다.

이곳은 개인 병원이 없는 일종의 사회주의 국가의 형태로, 의사와 병원은 모두 정부에서 진료비를 지불 받습니다. 문제는 의료 종사자들이 더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미국으로 떠나가기 때문에 의사와 간호사가 태부족인 점입니다. 개인이 돈을 내고 빨리 치료를 받기 위해 개인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습니다. 개인병원 설립이 법적으로 용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CT(컴퓨터 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검사를 받으려면 6개월~1년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자비를 들여 진료를 받으러 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내가 세 차례 한국행을 했던 이유도 그 때마다 병원에 입원하거나 촬영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차라리 자비로 병원 행을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이곳에서 병원 촬영이나 의사를 기다리다가는 죽기 십상입니다. 특히 응급으로 병원 가는 일은 목숨을 내맡기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캐나다는 핀란드 스웨덴과 같은 북구 국가와 함께 사회보장 제도가 잘 이루어진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실정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간단한 진료는 모두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니 가벼운 환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약값과 치과 치료는 개인 의료보험이 없는 환자의 경우 전액을 자기가 지불해야만 합니다. 어떤 한국인 환자는 이가 아픈데도 돈이 없어 2년 동안 치료를 미루며 참다가 통증이 눈으로 전이되는 바람에 결국 실명을 하고 말았습니다.

세금은 소비세가 14%(식품은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음)이며, 개인 봉급자의 세금도 한국 미국보다 높습니다. 월급 5,000 달러를 받는 사람이 내는 세금은 약 2,000달러나 됩니다. 월급이 1만 달러라면 세금이 4,000 달러 정도입니다. 또 미국은 세금 환불정책이 있지만 캐나다에는 없습니다.

이런 세금들이 복지를 위해 쓰인다고 말하고 있지만, 병원과 의료진 부족에 대해 정부는 손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개인병원을 세우려 하는 단체의 인가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돈 있는 사람은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가서 치료 받고 없는 사람은 이곳에서 기다리다 죽든지 운이 좋으면 산다는 식입니다.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의료시설도 캐나다보다 한국이 월등합니다. 캐나다 정부는 흑자를 내고 있지만 의료에 대한 보조가 많지 않은지 병원들은 무슨 무슨 의료장비를 사야 한다며 자주 헌금요청 편지를 보내옵니다. 이런 경우를 보면 결코 한국이 G7 국가들에 포함된 캐나다보다 후진국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캐나다 이민을 꿈꾸시는 분들은 캐나다나 미국이 한국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의식을 바꾸어야 하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는 것을 깊이 참작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필자소개



오마리


글쓴이 오마리님은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불어, F.I.D.M (Fashion Institute of Design & Merchandising)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한 후 미국에서 The Fashion Works Inc, 국내에서 디자인 스투디오를 경영하는 등 오랫동안 관련업계에 종사해 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 그림그리기를 즐겼으며, 현재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많은 곳을 여행하며 특히 구름 찍기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 27일, 부산 23일째 '역대 최장 열대야'…곳곳 밤더위 기승 서울 27일, 부산 23일째 '역대 최장 열대야'…곳곳 밤더위 기승제주는 33일 연속 열대야, 인천도 최장기록 경신 앞둬(전국종합=연합뉴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밤이 돼도 더위가 가시지 않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역대 가장 긴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 사이 지점별 최저기온은 서울 ...
  2. 尹 "삐약이 신유빈 팬 됐다…민생·안보 대통령 금메달 따고파" 尹 "삐약이 신유빈 팬 됐다…민생·안보 대통령 금메달 따고파"파리올림픽 기념행사 깜짝 참석…"국민에 용기와 자신감" 선수단 격려"밤잠 못 자고 경기 챙겨봐…여름날 시원한 선물 준 선수들에 감사"(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2024 파리 올림픽 기념 행사에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했다고 대통령실 정...
  3. 논산소방서, 을지연습·민방위 훈련 연계한 '전국 동시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 실시 논산소방서, 을지연습·민방위 훈련 연계한 '전국 동시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 실시 논산소방서(서장 김경철)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을지연습·민방위 훈련과 연계해 전국 동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이번 훈련은 민방위 날과 연계해 전국 소방서에서 동시에 진행하며, 긴급차량의 신속한 ..
  4. 물놀이장 찾은 북한 수해지역 어린이들 물놀이장 찾은 북한 수해지역 어린이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수해지역 어린이들이 지난 16일 평양 문수물놀이장과 릉라물놀이장에서 즐거운 휴식의 한때를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2024.8.17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끝)
  5. 해상생환훈련 시범 보이는 공군 교관 해상생환훈련 시범 보이는 공군 교관 (서울=연합뉴스) 공군이 지난 14일 경남 해상생환훈련장에서 조종사 해상생환훈련을 실시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공군 교관이 취재진에게 낙하산 견인 훈련 시범을 보이는 모습. 2024.8.17 [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
  6. '지방소멸 대응' 공주시 임신부 건강관리비 지원·주 4일 출근 '지방소멸 대응' 공주시 임신부 건강관리비 지원·주 4일 출근(공주=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남 공주시와 공주시의회가 저출생과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해 임신부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조성에 나섰다.17일 시의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권경운 의원은 최근 '공주시 출산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
  7. [전국 주요 신문 톱뉴스](19일 조간) [전국 주요 신문 톱뉴스](19일 조간) ▲ 경향신문 = 경찰은 막고, 법원은 조건 달고 윤 정부서 '집회 제한' 늘었다 ▲ 국민일보 = 李 85% 압승… "영수회담 하자" ▲ 매일일보 = 고금리에 빚더미 산업계 줄도산 '비상' ▲ 서울신문 = 두 손 번쩍 ▲ 세계일보 = '일극' 굳힌 이재명 "국정소통 영수회담 하자" ▲ 아시아투데이 = 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