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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프트파워’ 전쟁…홍보외교의 지평을 넓히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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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8-01-22 1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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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소프트파워’ 전쟁…홍보외교의 지평을 넓히려면

유재웅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장



‘스마트파워’(Smart Power) 전쟁이 한창이다. 냉전 이후 유일 초강국인 미국이 앞서가고 여기에 일본이 가세하고 있다. 최근 영국이나 독일, 중국도 이미지외교를 강화하며 스마트파워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파워’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집중적으로 키워 전통적인 군사·경제력의 하드 파워(hard power)와 조화 있게 접목한 파워. 결국 소프트파워가 스마트파워의 핵심이다. 각국이 앞 다퉈 소프트파워에 관심을 갖는 것은 현대의 국력은 소프트파워 구사능력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소프트파워는 홍보외교(Public Diplomacy)와 상호작용을 통해 커지기도 한다. 한 나라의 소프트파워가 크다면 홍보외교가 강화되고, 역으로 홍보외교를 잘 구사하면 소프트파워가 더욱 힘을 발휘한다. 상대국의 마음을 움직이는 홍보외교는 21세기 파워라는 얘기다. 미래의 강대국은 국가이미지를 높이는 소프트파워 구사 전략과 비전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소프트파워 키워 스마트파워 강화’ 중요성 간파

소프트파워를 키워 스마트파워를 강화해야 한다는 중요성은 미국의 지식인들이 먼저 간파했다. 국제문제전략연구소(CSIS) 주관 하에 하바드 대학의 조셉 나이 교수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는 미국 국가이미지 위기를 간파하고 지난 1년여 동안 머리를 맞대고 향후 미국 대외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른바 ‘스마트 파워 보고서’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차기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해 스마트 권력행사를 위한 행정부 조직개편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경제통합·테러·기후변화 등 지구차원의 여러 도전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행정부의 개편이 필요하며, 조직개편 5대 전략의 핵심중 하나로 홍보외교 강화를 꼽았다.

이들은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는 미 국무부의 홍보가 극소수 알카에다의 반미(反美)홍보를 따라잡지 못함을 지적하면서, 미 해외홍보처(USIA)의 축소 및 국무부 통합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 전문가들은 홍보 유관기관들을 효율적으로 통합, 운영할 수 있는 기관의 설립을 포함해 미 정부가 홍보외교 예산을 대폭 늘릴 것을 촉구했다.

홍보외교 강화와 함께 보고서는 동맹 강화, 저개발국에 대한 지원 확대, 세계경제에 기여하는 경제통합,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문제를 풀 수 있는 기술 혁신 등을 동시에 추구할 것을 차기 행정부에 촉구했다.


게이츠 국방장관 “미 해외홍보처 조직 축소는 잘못” 지적

미국의 정치인들도 초당적으로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은 최근 정당을 초월, 미국 차기 행정부가 먼저 ‘스마트권력’ 체제로의 개편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하드파워’ 책임자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소프트파워’의 강화를 역설해 눈길을 끌었다. 게이츠 장관은 지난달 26일 캔자스 주립대학 강연회에서 해외홍보 조직의 확대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강연에서 그는 “전쟁·테러 등 21세기 도전들에 대한 대처는 단일한 어느 정부기관이 담당하기에는 이미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면서 “도전들에 대해 군사력 보다는 홍보·교류·민간협력 등 ‘소프트파워’가 효율적 수단이며 이를 위한 조직과 예산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아프간 사태는 군사적 승리가 승리의 충분조건이 되지 않으며 군대도 소프트파워를 활용하는 조직과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게이츠 장관은 90년대 미 대외정책의 실패와 관련, “이는 세계의 다른 지역 사람들과 교류, 지원,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능력인 소프트파워를 축소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 해외홍보처(USIA)조직을 축소해 국무부 조직으로 통합한 것도 잘못됐으며, 해외국과 국제개발처(USAID)의 인력과 예산을 감축한 것도 실수였음을 지적했다.

그가 강조한 핵심은 국가안보를 위한 해외홍보 수단 즉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대외 지원, 민간 활동 연계지원, 경제재건 및 개발을 지원하는 예산의 증액. 라이스 국무장관도 최근 해외국의 확대 요청과 함께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해줄 것을 의회에 요구했다. 라이스 장관과 게이츠 장관은 모두 “해외파트의 풍부한 경험은 아웃소싱으로 대체될 수 없는 중요 인력”이라며 해외파트의 조직과 인력활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일본 후쿠다 총리 내각 ‘소프트파워 전쟁’에 가세

일본의 경우도 새 내각이 들어서면서 소프트파워 전쟁에 가세하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지난달 24시간 워싱턴에 머물면서 짧은 일정에도 미 수도 한복판에서의 일본 국가이미지 영향력에 관심을 보였다. 예컨대 26명의 일본어 교육에 종사하는 단체 대표들과 만나 미국 내 일본연구의 상황, 일본어 인기도, 민간 교류, 미일 문화교류 활성화를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을 짚었다고 한다.

국가이미지 강화전략에 대한 후쿠다 총리의 관심은 지난 10월 한 미국 전문가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미 컬럼비아대학의 제럴드 커티스 교수는 이달 초 한 일본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후쿠다 총리를 만났을 때 그는 일본 위상에 걸 맞는 국가이미지에 관심을 표시하며 미국과 일본 지식인이나 풀뿌리 교류 프로그램의 저조함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다 총리와의 만남을 회고하면서 “미국과의 교류를 강화하는 것 뿐 아니라 후쿠다 총리는 일본의 소프트파워의 전체적인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나는 이를 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소프트파워에 대해 확연히 움직이는 낌새를 차렸다는 것이다. 커티스 교수는 “일본 사회나 가치관을 세계에 적극 알린다면 일본의 영향력은 극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쿠다 내각에 대해 커디스교수는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일본의 가치관과 정보를 세계로 내보내는 것에 대해 관심을 집중해야 할 것을 충고했다.

일본 해외홍보 예산과 관련, 커티스 교수는 각국 국제교류기금 예산을 인구 1인당으로 환산, 일본의 기금은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의 3분의 1,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실의 17분의 1이며, 일본 국제교류기금의 직원 수 348명이라고 밝혔다. 커티스 교수는 우리보다 훨씬 규모가 큰 일본의 해외홍보 인력과 예산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액수”라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다이내믹한’ 한국의 매력 그 자체가 소프트파워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등 공중(public)의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시대를 맞아 한 나라 이미지와 영향력은 “상대국가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에 좌우되고 있다. 하드파워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지식인과 해외언론을 대상으로 한 홍보, 한류라는 한국문화의 확산 등을 통해 국가이미지 상승의 덕을 보고 있다. ‘작지만 강한’ ‘다이내믹한’ 한국의 매력 그 자체가 소프트파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북핵 해결에 있어서의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 여수 엑스포 등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능력도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파워를 이용한 소득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국제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이제 전통적 방식으로는 한계점에 와 있다. 소프트파워의 역량을 키우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것이 ‘홍보외교(public diplomacy)’이며, 이러한 홍보외교는 해외홍보원 등이 그동안 축적해 놓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국가발전의 노하우가 아닐 수 없다.


‘홍보외교’에 과감한 인적, 물적 투자 해야 할 시점

‘홍보외교’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 안타까운 것이 있다. 국회나 언론을 비롯해 학계· 경제계 등 각계 인사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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