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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내기
미국 땅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발을 디딘 것은 30년도 더 전입니다. 조촐한 김포공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스케일의 공항에 놀랐지만 더욱 숨막혔던 것은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로 나섰을 때였습니다.
자동차라고는 기껏 새나라를 타고 다닌 나로서는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차들이 씽씽거리며 달리는 넓은 고속도로(Freeway)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머리가 멍해진 상태에서도 한국의 가난이 확연히 보이던 그 때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첫 인상은 길에서 시작된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길을 통해 보여지는 형태는 그 나라의 특성과 민도를 가장 정확하게 알려 줍니다. 큰 길이든 작은 길이든 그 길에서 스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민족의 정서와 애환을 심도 있게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도로변에 서 있는 이정표의 표기가 합리적인지, 바른 자리에 놓였는지, 도로의 교차와 출입구의 흐름이 유연하고 안전한지, 집 찾기가 쉬운지에 따라 국가의 민도가 여실히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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