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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참여 재판이 성공하려면
  • 뉴스관리자
  • 등록 2007-11-03 13:3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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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30일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1월 1일부터는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형사재판 유·무죄와 양형 판단 과정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이 실시된다.

이 제도는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다시 말하면 그 동안 직업 법관이 전유(專有)해 왔던 형사재판에 일반 국민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국민에 의한 사법’ 또는 ‘국민에 의한 직접적 사법 통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 제도의 도입취지다.

오늘날 직업 법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재판에 참여하는 것은 보편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방안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형사사법참여 형태는 크게 ‘배심제’와 ‘참심제’로 나뉜다.


일반 국민의 사법참여, 국제적·보편적 추세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배심제는 직업법관과 배심원이 철저하게 분리돼 배심원은 유·무죄 여부를, 직업법관은 양형을 결정한다. 반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참심제는 일반 시민이 직업법관과 함께 재판부의 일원으로 참가해 직업법관과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사실문제 및 법률문제 판단 모두에 관여한다.

일본이 2009년부터 시행 예정인 재판원 제도는 재판원 선임은 기본적으로 배심원 선임과 같은 방법으로 하지만, 평결은 판사 3인과 재판원 6인이 함께 평의를 하면서 각각 1표씩을 행사해 평결을 한다는 점에서 참심제와 유사하므로 배심제와 참심제의 절충적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 장·단점 다른 배심제와 참심제

배심제는 다수의 일반 시민이 직업법관의 관여없이 유·무죄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참심제보다 국민참여라는 취지를 실현하는데 우월한 측면이 있지만, 절차가 엄격하고 국민과 국가기관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반대로 참심제는 배심제보다 비용부담은 적지만, 직업판사가 시민판사의 의사에 사실상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어 국민참여라는 취지가 약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이렇게 참심제와 배심제에 대하여 각각 장단점들이 지적되고 있으나, 어느 한 제도가 절대적 우월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우리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이 판사가 없는 별도의 평의실에서 평결에 임한다는 점에서 독일 등의 참심제도나 일본의 재판원재판 제도와 다르고, 미국식 배심제와 유사하다. 그렇지만 미국과 달리 판사는 배심원의 평결을 참고로 할 뿐, 이에 따르지 않을 수가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의미의 배심재판이라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그만큼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실험적 성격이 큰 과도기적인 것이며, 이 제도의 존속 여부와 그 내용도 앞으로의 운영성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도 성공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 전제돼야

예를 들면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비율이 매우 낮거나, 신청에 비해 허용되는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든지, 배심원의 평결이 판사에 의해 변경되는 비율이 너무 높거나, 홍보나 인식부족 등을 요인으로 배심원 업무 회피비율이 너무 높다든지 하는 등의 이유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이 제도는 과거 일본처럼 실패하고 말 것이다. 또 국민참여재판을 한다고 하면서도 재판의 방식에 실질적인 변화 없이 종전방식과 다름없는 재판을 운영한다면 배심원들은 그야 말로 들러리에 불과하게 돼 이 제도의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될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 취지를 실현하려면, 먼저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석하는 것은 시간적·경제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유죄무죄의 인정과 양형을 정하는데 있어 국민이 참여하는 것은 사법에 있어 국민주권을 행사하는 획기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국민이 감수하고 부담해야 할 의무라고도 볼 수 있다.

사명감을 가지고 지혜롭고, 합리적인 평결을 하겠다는 자부심을 가진 시민의식이 없이는 이 제도가 유지될 수 없다.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성실한 자세로 재판에 임하고 진지한 토론과 설득을 거쳐 합리적인 결론을 내도록 노력하는 태도가 절실히 요구된다.


검찰, 법원, 변호인의 사전준비도 철저히

다음으로 검찰과 법원, 변호인도 이 제도가 잘 시행되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그간 법원에서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관한 법률 해설’ 책자를 발간했고, 대법원 규칙안을 마련했으며, 모의재판, 전담재판부 지정 등을 통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변호인들도 단체 차원은 아니지만 이 제도의 시행에 대해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검찰에서도 ‘국민참여재판 수사공판업무’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며 모의재판, 전담검사 지정 및 교육, 국내외 유명 실무가 초청 강연, 각종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하여 많은 준비를 해 오고 있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예를 들면, 우리 국민의 사법불신이 양형불신에서 비롯한 것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직업법관과 배심원이 적정한 양형을 구체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국민참여재판을 운영해 나가면서 형사사법에 대한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크게 증가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정된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중한 죄는 충실히 심리하고, 경한 죄는 신속하게 처리하는 제도나 유죄인정 답변협상을 제도화해 재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참여재판의 도입으로 장차 공판 과정은 물론 수사를 비롯한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적극적 협조와 법조인 전체의 철저한 준비로 앞으로 이 제도가 국민의 사법참여라는 취지를 달성함은 물론 우리나라 사법제도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신경식 대검 미래기획단장 (ksshin@spo.go.kr) | 등록일 : 200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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