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본에서는 황새와 따오기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들 종(種)의 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반면 다른 종의 복원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다른 종은 복원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건너간 살쾡이, 수달, 산양, 그리고 불곰도 복원 대상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왜 새들만 알고 있을까요?
학명이 ‘Nipponia nippon’이라는 일본명으로 등재된 따오기는 일본의 상징 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1999년 중국이 일본에 한 쌍을 기증한 뒤 현재 107마리까지 증식시켜 놓았습니다. 내년 가을 야생 복귀를 목표로 현재 니카타(新瀉)현 사도(佐渡)섬의 농사를 완전 유기농으로 바꾸고 따오기가 서식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바이오톱(Biotopeㆍ小생활권) 조성에 한창입니다.
환경성 사도황새보호센터 자연보호관 이와세 유키씨는 “내년에 따오기 10마리를 방사하게 되면 이곳의 관광객이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05년에 황새를 방사한 효고(兵庫)현 토요오카(豊岡)시의 쌀 판매가 급증한 것만큼 이곳 사도섬의 쌀도 값 비싸게 팔려나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황새는 따오기보다 앞서 야생 복귀가 이루어졌습니다. 일본은 2005년 9월, 세계 최초로 사람이 사는 마을에 황새 5마리를 방사했습니다. 일본 신문과 방송이 이 광경을 전국 톱 뉴스로 다루었습니다.
이때 일황의 둘째 아들 부부가 야생 복귀식에 참석했습니다. 5마리 중 첫 번째 황새가 들어 있는 상자의 테이프를 자른 주인공이 이들 부부입니다. 일본은 황태자가 다음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 여왕도 왕으로 모셔야 한다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황새 방사식에 참석해 황새를 자연에 돌려 보낸 둘째 며느리에게 태기의 소식이 전해졌고, 드디어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원래 황새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집에 아이를 물어다 준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려오는 그 이야기가 들어맞았다고 일본 언론은 또 한번 황새의 괴력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어 전국에서 아이를 못 낳는 부인들이 황새마을을 찾아오고 있을 정도로 이 황새마을은 유명해졌습니다.
9월 22일과 23일, 토요오카시는 2005년 자연 방사 후 세 번째로 황새 5마리를 또 방사했습니다. 이로써 토요오카시에는 19마리의 황새가 자연에서 번식하며 살고 있습니다. 황새 방사와 함께 이들이 하는 일은 황새가 살아갈 논에 농약을 뿌리지 않는 것과 황새 서식지에 바이오톱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협조를 받아내야 하는 것은 물론 일반국민들의 관심과 막대한 예산 지원이 필요한 일입니다. 일본은 멸종된 황새와 따오기 종의 복원이 자연을 살리고 건강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게 한다는 인식을 온 국민에게 심어 주고 있습니다.
세계자연연맹(IUCN)이 발행하는 자료에 의하면 황새는 일본보다 우리나라에 더 많이 번식하며 살았다고 돼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과거 일본인들은 황새를 조선두루미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본인들이 이제는 이 새를 자신들의 종으로 복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효고현 황새고향공원 연구부장을 맡고 있는 이케다 히로시 교수는 “황새 복원이 작년에 세계에 알려져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이나 네델란드 독일 등지의 연구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지구 상에서 사람이 사는 곳에 종을 복원한 게 황새가 세계 최초라며 감탄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인들은 황새를 더 이상 한국의 황새가 아닌, 일본의 황새로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더구나 황새가 사는 논을 람사르에 인공습지로 등록할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에 한국의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2008람사르총회에 참석해 차기 람사르총회(2011년)를 토요오카시에 유치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습니다.
람사르협약은 자연자원의 보전과 해안 산호초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1971년 이란 람사르에서 채택된 것으로, 현재 154개국이 가입돼 있습니다. 람사르총회는 3년에 한 번씩 열립니다.
일본과 세계는 지금 이런데, 우리의 지자체나 중앙정부는 겨우 먹이 값을 지원하는 정도로 종을 복원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일본인들이 왜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그토록 우기는지 그 이유를 새삼 알 것만 같습니다.
박시룡 :경희대 생물학과 졸, 독일 본대학교 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