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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도 희망의 달이 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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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7-09-23 08: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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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동발달지원계좌(CDA) 씨앗 삼아 ‘꿈’을 키우는 12살 민선이
 
“저에게도 희망의 달이 떴어요”
아동발달지원계좌(CDA) 씨앗 삼아 ‘꿈’을 키우는 12살 민선이


12살 민선이는 다재다능하다. 2년 동안 학교에서 받은 상 18개 이름만 봐도 ‘북한 친구에게 편지쓰기’, ‘교내줄넘기 대회’, ‘교내한자교육평가’, ‘통일 포스터 그리기’, ‘컴퓨터로 예쁜 그림 그리기’, ‘교내 밝고 맑은 동요 부르기 전교 대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학교 성적도 좋고 성격도 명랑해 주위에 친구가 끊이질 않는다. 지난 학기에는 반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민선이는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요. 적성에도 맞다고 생각해요. 우선 중학교에 진학하면 선배 언니랑 학교 밴드부에 가입해 기타를 배우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예술대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노래를 공부할 거에요.”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민선이의 눈은 반짝였다.

원래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민선이에겐 더욱 힘든 길이다. 이혼한 부모로부터 큰 도움을 받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선이는 부모가 이혼한 뒤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다. 2003년 11월에 명진보육원으로 옮겼으니 벌써 4년이 다 돼간다.


800만원과 사회 진출, 그리고 아동발달지원계좌

지방자치단체가 학비나 식비 등을 지원하는 까닭에 지금까지는 잠자거나 먹는데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문제는 보육원에서 나가야 하는 18살 이후다. 대학에 진학하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보육원에서 지낼 수 있지만 진학하지 못하면 보육원에서 나가야 한다. 돌아갈 집이 없는 민선이는 냉혹한 사회에서 스스로 먹고 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불과 6년 밖에 남지 않았다.

다행히 보육원에서 퇴소할 때 아이들은 지자체로부터 퇴소정착금을 받고 있다. 또 후원금을 모은 돈도 받는다. 민선이가 살고 있는 명진보육원의 경우 아이들은 평균 800만원 가량을 갖고 사회에 발을 내딛는다고 한다. 적지 않은 돈이지만 단칸방 하나 구하기 힘든 금액이다.


이런 까닭에 민선이에게 아동발달지원계좌(Child Development Account) 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난 4월에 시작된 CDA 사업은 시설아동과 가정위탁아동, 소년소녀가정아동 등 성인이 되더라도 홀로 자립하기 힘든 아이들이 통장에 가입한 뒤 보호자나 후원자의 후원금 중 일부를 저축하면 정부도 이에 맞춰 최대 매월 3만원까지 함께 저축하는 사업이다. 일종의 ‘매칭 펀드’ 형태다. 만약 3만원을 저축하면 정부도 3만원을 붓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매달 6만원씩 저축되는 ‘기쁨 2배’의 효과를 갖는다.

단 CDA 통장에 저금된 돈은 만 18세가 될 때까지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아이가 18세가 넘어 사회에 진출할 때 학자금과 기술교육비, 취업훈련비, 창업비, 주거마련비 등 자립을 위한 ‘종자돈’으로 쓰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매달 3만원씩 CDA통장에 씨앗 뿌려

민선이도 4월부터 후원금으로 받은 돈을 떼어 3만원씩 저금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금한 돈은 총 15만원으로 정부가 부담하는 15만원까지 더하면 30만원이다. 민선이는 아직 어려 CDA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매달 10일 총 6만원씩 저금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조금씩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민선이의 CDA 통장 만기는 2013년 9월 30일이다. 78개월 동안 꾸준히 돈을 넣으면 이자를 포함해 약 530만원 가량의 돈을 찾게 된다. 어찌보면 적은 돈이지만 민선이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이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이미 세워놨다.

민선이는 우선 이돈을 대학 학비로 사용할 생각이다. 시설에서 지내는 대학생의 경우 한 학기 등록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나머지는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학금도 받아 학비에 보탤 생각이다. 남은 돈은 가수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악기 등을 사는데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민선이가 계획대로만 사용한다면 CDA 통장은 민선이의 꿈을 이루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아이들에게 오늘이 아니라 먼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

이런 까닭에 명진보육원은 아이들이 CDA 통장에 가입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현재 명진보육원에 살고 있는 아이 98명 중 CDA 통장에 가입한 아이는 83명이다. 18살 이상 등 자격이 안되는 아이를 제외한 나머지 아이들은 모두 CDA 통장을 가지고 있다.

황유정 명진보육원 사무국장은 “CDA 통장은 아이들의 사회 진출 종자돈을 늘리는 직접적인 효과 이외에도 어린 아이들에게 오늘이 아니라 먼 미래의 일을 생각하도록 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가입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 차원 뿐만 아니라 자칫 현실의 환경에 매몰돼 꿈을 잃기 쉬운 아이들에게 18년 후 대학에 진학할 즈음 자신의 학업과 사회진출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CDA 통장, 빈곤의 대물림 줄일 것으로 기대

이런 까닭에 CDA 사업이 시작된지 3개월인 6월말 현재 민선이처럼 꿈을 CDA 통장에 담아 키우고 있는 아이의 수는 3만399명으로 CDA 지원대상 아동 3만2362명의 94%에 달하고 있다. 같은 기간 아이들의 통장으로 들어온 금액은 20억7510만원 가량. 정부가 지원한 18억1690만원까지 합하면 CDA에 적립된 전체 액수는 38억9210만원에 달한다.

만약 18년 동안 CDA 통장에 가입하는 경우 최대 3870만원까지 받아갈 수 있다. 부모가 있는 아이에 비하면 적은 돈이지만 맨손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아이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다. 가정환경 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개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사회는 도저히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동안 저소득층 아이들은 ‘빈곤→저교육→저생산성→빈곤’이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했다.

CDA 통장은 개인의 능력과 관계없이 부모에 따라 빈곤을 대물림하는 불합리함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부모가 없거나 있어도 도움을 기대하기 힘든 아이들이라도 조금이나마 비슷한 출발선에서 경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협력하는 새로운 방식의 복지모델이다.

■ 아동발달지원계좌 도움 주려면…



이 사업을 후원하고 싶은 이들은 보건복지부 보건복지콜센터(129), 한국복지재단 희망나눔센터(1588-1940, www.kwf.or.kr) 등으로 연락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가난의 대물림을 막자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CDA사업에 대한 호응이 높다.


작은 도움이 큰 희망 줍니다

올 4월 시작된 아동발달지원계좌(CDA, Child Development Account)는 저소득층 아이가 CDA통장을 만든 뒤 보호자나 후원자의 후원금 중 일부를 저축하면 정부도 여기에 맞춰 최대 3만원까지 함께 저축한다.

이렇게 모인 돈은 아이가 18세가 넘어 사회에 진출할 때 학자금, 기술교육비, 취업훈련비, 창업비용, 주거마련비용 등 자립을 위한 '종잣돈'으로 쓸 수 있다. 아동이 후원자의 후원금 중 일부를 떼내 매달 최대 8만원을 저축할 경우 여기에 정부지원금 3만원이 보태져 실제 매달 11만원이 저축되면 18년 뒤 3870만원의 종잣돈을 찾을 수 있다.









영국 싱가폴 캐나다 미국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아동저축계좌를 운영하고 있다. 용도 제한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영국은 제한이 없는 반면, 캐나다는 대학교육에만 이용할 수 있다. 미국은 집장만이나 대학등록금 등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8세 이후 인출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제한적으로 15세 이상이면서 5년 이상 저축한 아동 중 시·군·구청장이 인정할 경우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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