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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의 노동당 총리, 英 스타머…"낙관론 빠진 토니 블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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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7-05 09: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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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만의 노동당 총리, 英 스타머…"낙관론 빠진 토니 블레어"


인권변호사 출신, 검찰수장 지내…스타성·카리스마 부족하나 추진력 강해


2020년부터 당 진두지휘, 좌파 색깔 지우고 '과감한 중도화' 실용주의


5일 버킹엄궁서 '찰스3세 정부구성 요청' 절차 거쳐 공식 취임


"총리 돼도 금요일 오후 6시 이후에는 자녀를 위한 시간" 공언


스타머 대표스타머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영국 총선 출구조사에서 노동당이 압승, 14년 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되면서 키어 스타머(61) 노동당 대표가 제1야당 당수에서 정부 수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스타머 대표는 5일 보수당 리시 수낵 총리가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직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로부터 정부 구성 요청을 받는 절차를 통해 총리로 공식 취임한다.


스타머는 추진력과 실용주의로 노동당의 14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일군 인물이다. 노동계급 가정에서 자라나 글로벌 대기업과 맞선 인권 변호사 출신이지만, 정계에 진출해 당권을 잡은 이후로는 중도좌파 노동당을 좀 더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인 개인의 카리스마나 스타성을 바탕으로 인기를 끌려 하기보다 정권 교체를 목표로 당을 결집하고 비판에도 굴하지 않고 당의 변화를 추구해 왔다.


AFP 통신은 이런 면을 가리켜 "가차 없는 야심과 강력한 직업윤리로 자신을 영국에서 가장 높은 선출직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역시 스타머에게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나 '제3의 길' 토니 블레어 같은 카리스마는 없다면서도 "보수당 총리 3명의 실패 경험을 기회로 삼아 무자비한 효율성으로 노동당을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짚었다.


토니 블레어(가운데), 고든 브라운(오른쪽) 등 노동당 총리들과 함께토니 블레어(가운데), 고든 브라운(오른쪽) 등 노동당 총리들과 함께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62년 9월생인 스타머는 이번 총선 기간에도 "아버지는 공장 기술자, 어머니는 간호사"라고 거듭 언급해 자신이 노동계급 출신이라고 강조했다. 키어라는 이름은 그의 부모가 노동당을 창당한 키어 하디(1856∼1915) 초대 당수의 이름을 따 지었다.


런던 외곽에서 세 형제자매와 함께 자라는 동안 어머니는 만성 희소병을 앓았고 가정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리즈대와 옥스퍼드에 입학해 법학을 전공했는데, 가족 중에 대학에 들어간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


1990년대엔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의 부인으로 유명한 인권 변호사 아말 클루니와 한 법률사무소에서 일한 적이 있어 친구 사이기도 하다.


맥도날드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환경운동가들을 변호했고, 아프리카·카리브해 지역 사형수들의 항소를 이끌었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한 인터뷰에서 2005년 우간다에서 400명의 사형 선고를 뒤집은 사건을 변호사로서 가장 최대 성과로 꼽았다.


2008년부터 잉글랜드·웨일스 검찰 수장인 왕립검찰청(CPS) 청장으로 5년간 일하며 왕실에서 기사 작위를 받은데 이어 정계에까지 진출하자 일각에서는 그가 '기득권층'에 들어서는데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의 후임 청장인 켄 맥도널드는 그러나 "그는 법조계에서 일하듯 정계에서 일하는 것 같다"며 "화려한 불꽃놀이는 없으나 자료를 완벽히 숙지해 승소율이 높았다"고 FT에 말했다.


50대 늦은 나이로 정계에 입문해 2015년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좌파 성향이 뚜렷한 제러미 코빈 대표와 종종 부딪히는 와중에도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을 지냈다.


코빈이 2019년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2020년 4월 후임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가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는 영국은 물가 급등, 공공서비스 악화, 보수당의 연속 총리 교체로 유권자들의 불만이 쌓여 가던 시기다.


2022년 의회 개원식에서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와 함께2022년 의회 개원식에서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와 함께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스타머 대표는 당내 분열을 다잡고 전임 코빈 대표의 좌파 색채를 쳐내면서 당을 중도로 과감히 이동하며 변화를 추구했다.


그가 2022년 9월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1997년처럼 노동당의 순간이 왔다"고 선언하면서 한 언급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당시 "특권 없이 태어난 사람은 일을 망치고 다닐 여유가 없으며 문제를 고치지 않고 맴돌기만 하지 못한다. 그리고 변화에 맞서지 않는 조직의 습성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선거 유세에서도 "정치는 봉사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며 "국가 먼저, 당은 나중"이라는 철학을 거듭 강조했다.


총선 기간 보수당의 두 배 지지율을 누리면서도 절제되고 신중한 기조로 선거 운동을 이끄는 등 로키 모드를 이어갔다. 리시 수낵 총리가 매주 1차례씩 총 6차례 TV 토론을 하자고 하는 제안을 거절해 2차례로 제한했다.


이런 전략으로 '제3의 길' 토니 블레어가 1997년 총선 압승으로 18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룰 당시처럼 "명나라 화병을 들고 반짝거리는 바닥을 걸어가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만, 블레어 총리는 총선 압승으로 화려하게 취임한 이후로도 2차례 선거를 더 이겼을 만큼 인기를 누렸고 국내외 정세도 이를 뒷받침했지만, 극심한 압박을 받는 재정과 무너진 공공서비스 부문을 물려받게 된 스타머는 그와는 다른 처지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 평론가 존 캠프너는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영국 새 정부는 블레어 정부의 '신노동당' 각본을 따라하고 있지만, 나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며 "키어 스타머는 낙관론이 빠진 토니 블레어"라고 썼다.


또한 실용주의적이고 절제된 스타머의 성향이 노동당을 집권으로 이끈 것으로 분석되지만, 그만큼 노동당의 진보적 원칙과 선명한 색깔을 저버렸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다.


런던 퀸메리대의 팀 베일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로 영국인들이 견뎌온 혼란기를 고려하면, 약간 지루한 것이 대중에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스타머 대표와 부인 빅토리아스타머 대표와 부인 빅토리아 [로이터 연합뉴스]


가족으로는 변호사 출신으로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일하는 부인 빅토리아 여사와 사이에 아들(16)과 딸(13)을 두고 있다.


유대계 가정 출신인 빅토리아 여사는 일을 계속하면서 최대한 정치인의 아내로 대중에 부각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여 왔다. 또한 스타머 부부는 선거 운동을 위해 두 자녀를 카메라 앞에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혀 왔다.


스타머는 치근 한 인터뷰에서 "수년간 금요일에는 오후 6시가 지나면 자녀를 위한 시간을 보내왔고 이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총리가 된 이후에도)어렵겠지만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보수당 등에서는 "파트타임 총리냐"며 꼬집은 바 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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