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75세 이상만…" 고령화가 불러온 민간 경로잔치 연령 상향
  • 편집국
  • 등록 2024-05-18 15:32:44

기사수정

"75세 이상만…" 고령화가 불러온 민간 경로잔치 연령 상향


700세대 아파트에 65세 이상만 150여명…비용 부담 늘자 행사 취소하기도


노인 빈곤노인 빈곤 [연합뉴스TV 캡처]


(서울=연합뉴스) 안정훈 이율립 기자 = "입주민들이 점점 나이를 드시니 아파트 관리비로 감당하기 쉽지 않죠. 받는 분한테는 식권 금액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게 모이면 얘기가 다르니까요."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단체 관계자 곽모씨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매년 열린 경로잔치가 올해는 취소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아파트는 매년 '가정의 달'인 5월 입주민 중 고령층을 대상으로 1만∼1만5천원 상당의 식권을 지급하는 행사를 해왔지만, 올해는 관리비 부담 등을 이유로 취소했다.


곽씨는 "지난해 행사 참가 연령을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렸음에도 부담이 커져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고령화로 인해 아파트 단지 등 민간 영역의 경로 행사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노인 주민이 늘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대상 연령을 높이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이다.


경기 부천시의 한 아파트도 사정이 비슷하다.


입주민 단체가 주관하는 고령층 식사 대접 행사의 참여 연령 기준이 기존 65세에서 올해 75세로 껑충 뛰었다. 700여 세대로 이뤄진 이 아파트에 65세 이상만 150여명에 달하자 인원을 줄이기 위해 기준 연령을 높였다고 한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20대는 박모씨도 최근 어버이날을 기념한 아파트의 도가니탕 제공 행사 대상이 '75세 이상'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박씨는 "노인 인구가 폭증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피부로 느낀 순간"이라며 "그나마도 1천6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인데 선착순으로 120명만 받는다고 해서 씁쓸했다"고 말했다.


어버이날 나눔행사어버이날 나눔행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 본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97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9.0%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15년 13.2%, 2020년 16.4%, 2022년 18.0% 등 매년 높아지는 추세로, 내년에는 20%에 도달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는 한 정당이 65세 이상 지하철 무상 이용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간 영역에서 경로행사 등으로 이뤄지는 노인 복지가 줄어드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업의 대상 자체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먼저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대 문턱이 높아지면 노인 복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민간 영역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대해선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메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ug@yna.co.kr


(끝)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계룡시, 국립국악원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성료 계룡시, 국립국악원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성료계룡시(시장 이응우)는 지난 18일 계룡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세계가 인정한 우리 음악과 춤’ 공연을 성료했다. 이번 공연은 궁중예술에서 민간예술까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작품 공연을 통해 우리문화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냈다는 평을 받았다. ...
  2. 논산 수해복구에 '구슬땀'…피해 큰 곳부터 자원봉사자 투입 논산 수해복구에 '구슬땀'…피해 큰 곳부터 자원봉사자 투입(논산=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지난 10일 중부지방 폭우로 광범위한 피해를 본 충남 논산시가 복구작업에 전념하고 있다.논산시는 12일 각 읍면동 사무소를 중심으로 호우 피해 조사를 실시하면서, 자원봉사 인력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시는 이날 육...
  3. 2천㎞ 날아온 후티 드론…이스라엘, 6분간 추적하고도 격추 못해 2천㎞ 날아온 후티 드론…이스라엘, 6분간 추적하고도 격추 못해이집트 영공으로 우회해 지중해 방면서 저고도로 진입한 듯(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의 심장부 텔아비브를 공격한 예멘 후티 반군의 무인기(드론)가 2천㎞ 넘는 거리를 날아와 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
  4. 백성현 논산시장, “매년 반복되는 상습 침수 피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시급” 백성현 논산시장, 농림축산식품부에“상습침수구역 농업생산기반시설 개선 및 확충 지원”요청백성현 논산시장, “매년 반복되는 상습 침수 피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시급” 백성현 논산시장이 농림축산식품부 강형섭 기획조정실장에 “매년 반복되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내 수리시설을 확충하고 개선하는 것이 최우.
  5. 기고"]선거의 무게 참으로 무겁습니다." "선거의 무게 참으로 무겁습니다.  민주주의는 참으로 다양한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먼저 민주주의 하면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는 정치체제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선거에 의한 정치 권력의 교체가 가능한 것을 말합니다.  민주주의는 그 말이 너무나 좋기 때문에 사실 많이 왜곡하여 사용하여 있고 민주적이지 못한 .
  6. 논산시, 600억원 규모 충청남도 지역균형발전사업 선정 논산시, 600억원 규모 충청남도 지역균형발전사업 선정  논산시(시장 백성현)가 국방군수산업도시 조성 등 민선8기 핵심사업비를 확보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충청남도의 ‘제2단계 제2기 지역균형발전사업 공모’에서 3개 사업이 선정되어 총 사업비 600억원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3개 사업은 도 제안사업...
  7. " 다산논어"다산 정약용 선생이 논어를 번역하다, 『다산 논어』는 다산 정약용(1762~1836)이 1813년 완성한 『논어고금주』에 바탕하여 『논어』를 번역, 해설한 것이다. 『논어고금주』는 『논어』에 대한 다산의 주석서로 『논어』를 공자의 원의에 맞게 읽는다는 기획으로 집필되었다. 그 이름이 『논어고금주』인 것은 다산이 이 주석서에서 『논어』의 고주와 금주를 망라하여 좋은 견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