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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경고등] 전유성도 떠난 '귀농·귀촌 성지' 경북 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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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24-05-11 07: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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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경고등] 전유성도 떠난 '귀농·귀촌 성지' 경북 청도


유치원 문닫고 초등학교도 폐교위기…귀농·귀촌에도 인구 감소


화양읍 다로리 마을에 12가구 젊은 부부 귀촌…'희망의 불씨'


(청도=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푸른 숲, 맑은 물, 순후한 인심으로 삼청(三淸)의 고장이라 불리는 경북 청도군은 전원주택이 많은 곳으로 이름 나 있다.


코미디언 전유성 씨 등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한동안 터를 잡았을 만큼 살기 좋은 곳이지만 지역 소멸의 회오리를 벗어나기 어렵기는 여느 농촌지역과 마찬가지다.


전유성씨의 경우 청도군에서 '철가방극장'을 열고 10여년간 활동하다 2018년 9월에 전북 남원시 지리산 주변으로 이사한 바 있다.


각남초등학교각남초등학교 [촬영 김용민]


◇ 텅 빈 학교 운동장


서쪽으로 멀리 비슬산이 자리 잡고 남쪽으로 지역 명산인 남산이 솟아 고즈넉한 풍경을 보이는 청도군 각남면 면사무소 소재지에는 각남초등학교가 있다.


지난 7일 오후 3시 30분께 학교 운동장에서는 방과후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두 편으로 나뉘어 풋살 시합을 하고 있었지만 수업 참가자는 남학생 대여섯명이 고작이었다.


여학생 두어명과 10살이 채 안 돼 보이는 남학생은 운동장 한쪽에서 자기들끼리 놀고 있었다.


이 학교 전교생은 모두 16명으로 2학년과 3학년, 5학년은 각 1명밖에 없다.


풋살 수업을 받던 4학년 남학생에게 "동생이 많아야 풋살이 더 재미있지 않겠니"라고 물으니 "동생들은 공을 못 차서 재미없다"는 천진난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윽고 오후 4시가 되자 방과후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아이들 소리가 들리던 운동장은 금세 적막에 휩싸였다.


폐원 전 유치원 교실폐원 전 유치원 교실 [각남초교 홈페이지]


◇ 문 닫은 유치원, 폐교 위기의 학교


이 학교에는 1981년 3월에 병설유치원이 들어섰다.


40년이 넘게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조잘거리던 유치원이 최근 신입생이 없어 문을 닫았다.


유치원생이 없다는 것은 곧 이듬해 초등학교에 들어갈 신입생이 없다는 의미다.


30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100명은 넘었지만, 지금은 학교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현재 전교생 16명 중 6명을 차지하는 4학년이 졸업하는 3년 뒤에는 전교생이 한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매년 1명이라도 신입생이 들어와야 3년 뒤에 전교생 7명 정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인근 학교에 통폐합되거나 분교 전환, 종국에는 폐교에 이르는 사태를 맞지 않으려면 전교생이 6∼7명 아래로 줄어서는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이 학교 천정현 교장은 "먼 곳에 사는 아이들이 입학할 수 있게 자유 학군 지정을 신청하는 등 학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한 마을에는 학교가, 아이들이 있어야 한다"며 "학교가 문을 닫는 순간 마을은 소멸하는 것"이라고 뼈있는 말을 덧붙였다.


청도군 출생 축하 현수막청도군 출생 축하 현수막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 해 신생아 100명도 안 돼


현재 청도군 인구는 약 4만1천여명이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갈수록 줄고 있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는 점점 줄고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는 주민은 갈수록 늘고 있다.


2020년까지만 해도 한 해 청도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100명을 넘었으나 2021년에 93명으로 100명 선이 무너졌다.


반면 같은 해 신생아의 7배에 달하는 650명의 주민이 세상을 떠났다.


이러다 보니 고령자 주민 비율은 꾸준히 느는 가운데 0∼14세 비율은 2021년 5.9%로 6% 선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게 된 이유다.


최근 조사 결과 청도군은 1인 가구율(36.5%), 빈집 비율(20.4%), 재정자립도(8.5%) 모두 지방소멸 고위험 지역 기준을 넘어섰다.


남성현 초교 방과후수업남성현 초교 방과후수업 [촬영 김용민]


◇ "그래도 희망은 있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남성현초등학교는 매일 오후 악기 연주 등 방과후수업을 받는 학생들로 활기를 띤다.


2010년대 초반까지 50∼60명 수준이던 전교생은 2016년 35명까지 줄었다가 이후 조금씩 늘어 2017년 이후 지금까지 40명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인근 학교들은 대부분 학생 숫자가 눈에 띄게 줄고 있음에도 이 학교는 유치원생도 10명이 넘는 등 예비 초등생도 적지 않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절반은 인근 대구, 경산 등지에서 청도에 귀촌한 가정 출신이다.


학교가 자리 잡은 화양읍에 있는 '다로리' 마을에는 최근 7년간 12가구가 귀촌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것도 나이 지긋한 장년이나 노년이 아닌 30∼40대 젊은 부부들이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대도시와 비교적 가까운 지리적 요인과 함께 아이 키우고,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려는 지자체의 노력이 자리 잡고 있다.


청도군은 2016년 파견 전문의가 있는 외래 산부인과, 지난해에는 소아청소년과를 유치하는 등 출산과 육아 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최근에는 '다시, 마을이 시끌벅적'이라는 마을 활력 실험 프로그램을 시행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경북지역 최초로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를 열어 최대 3천만원까지 귀농 정착금을 지원하면서 최근 매년 귀농, 귀촌자가 1천600명을 넘기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른 농촌지역 지자체에서는 볼 수 없는 이런 분위기에도 청도군의 고민은 여전하다.


늘어나는 귀촌·귀농자 숫자만큼이나 초고령자 급증으로 인한 인구 자연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어서다.


청도군 관계자는 "소멸 위기의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 매우 힘든 과제인 건 분명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가족 단위 귀촌·귀농인을 유치하는 노력을 배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yongm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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