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의 첫 패자(霸者)로 중원을 호령했던 제 환공(齊 桓公)은 제나라의 16대(15대로 보기도 한다) 임금으로 이름은 소백이다. 양공(환공의 형)을 시해하고 군주가 된 공손무지가 다시 피살되자, 그 자리를 놓고 형인 규와 경쟁해 승리했다. 당시 규의 참모였던 관중(管仲)은 환공을 제거하기 위해 활을 쏘았다.
관중의 화살이 빗나가 혁대를 맞혔지만 입술을 깨물고 죽은 척 한 것이다.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 규와 관중은 방심했고, 환공은 그 틈을 타서 보위를 차지했다,군주의 자리에 오른 환공은 민심을 안정시키고 국정을 쇄신해 제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본래 제나라는 질 좋은 소금과 철의 생산지로서, 유통과 어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그런 나라가 환공이라는 뛰어난 군주를 만나 날개를 단 것이다. 또한 환공은 인재들을 대거 등용해 국가의 역량을 극대화했다.
자신을 죽이려 한 원수 관중을 재상으로 삼았을 뿐 아니라 습붕·영월·성보·빈수무·동곽아 등 ‘다섯 인걸(人傑)’에게 중책을 맡겼다.
천하의 인재들이 너도나도 제나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런데 아무리 훌륭한 인재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믿고 일을 맡기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가 없다. 환공은 신하의 일에 간섭하지 않았고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 주었다.
모함이 들어와도 단호하게 물리쳤다. ‘의심스러운 사람은 쓰지 말아야 하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疑人勿用用無疑)’는 격언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이와 같은 탁월한 용인술을 바탕으로 환공은 패업에 도전한다. 그는 우선, 제후국들의 종갓집이자 ‘천자(天子)’라는 정통성을 가지고 있던 주(周) 왕실을 극진히 예우했다.
이에 주나라 왕은 환공에게 방백(方伯, 제후들의 대표)과 태공(太公)의 지위를 내리고 불의를 정벌하는 대임을 맡긴다. 다른 제후국의 일에 개입하고 이들을 다스릴 수 있는 권위를 확보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홉 차례에 걸쳐 회맹(會盟, 제후들이 회합하여 맹약하는 의식)을 주관, 명실상부 중원의 패자로 자리매김한다.하지만 환공의 영광은 영원하지 않았다. 점점 커진 오만한 마음이 그를 삼켜갔다. 환공은 자신이 세운 공업(功業)이 비할 데 없이 높다고 떠벌리며 궁궐을 더욱 크게 지었고, 장엄하고 화려하게 꾸미는 일에 힘을 쏟았다.
관중의 만류로 그만두기는 했지만 천자만이 할 수 있는 봉선(封禪, 천자가 하늘과 산천에 제사를 지내는 것)을 지내겠다고 고집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주나라의 한 원로대신은 “지금 제나라 군주는 스스로 공이 높다고 으스대며 교만한 마음을 드러내 보이고 있습니다. 대저 달이 차면 기울고 물이 가득 차면 넘치는 법입니다. 제나라에도 머지않아 기울고 넘치는 때가 닥칠 것입니다”라고 예언한다.
환공은 어느 날 병이 위중한 관중을 문안한 자리에서 중보[관중] 이후 누구에게 정사를 맡겨야 하느냐며 포숙아는 어떤가를 물었다,
관중은 포숙아는 선과 악을 지나치게 판단하므로 마땅치 않다며 습붕을 추천 했다,
환공이 물었다,
그러면 역아는 어떻소 ?
주상께서 묻지 않으셔도 신이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역아 수초 개방 세 사람은 가까이 해서는 안 됩니다,
역아는 제아들을 삶아서 과인의 입맛에 맞추었소 이것은 과인을 제 아들보다 더 사랑하는 행동인데 어떻게 의심할 수 있단 말이요?
관중이 말했다,
사람의 인정으로는 누구나 자기 자식을 가장 사랑합니다, 자기 자식조차 함부로 죽일 수 있다면 주상께 무슨 짓인 들 못하겠습니까?
환공이 또 말했다
수초는 스스로 생식기를 거세하고 과인을 섬겼소 이것은 과인을 자신의 몸보다 더 사랑하는 행동인데 어떻게 의심할 수 있다는 말이요?
“ 관중이 말했다,
사람의 인정으론 누구나 자기 몸을 가장 귀하게 여깁니다, 자기 몸조차 함부로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주상께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위나라 공자 개방은 천승지국의 세자 자리를 버리고 과인의 신하가 되어 과인의 사랑에 행복해 하고 있소 부모가 죽었을 때도 장례에 가지 않았으니 이는 과인을 자신의 부모보다 더 사랑한다는 것이오 이를 의심 할 수는 없을 것이요
관중이 답했다,
사람의 인정으론 누구나 자기 부모를 가장 친하게 여기는 법입니다, 자기 부모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인데 주상께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환공이 다시 물었다,
이세사람은 과인을 섬긴지 오래되었소 중보께선 어찌 평소에는 이들에 대해 한마디 말씀도 없으셨소 ?
신이 저들에 대해 말씀을 드리지 않은 것은 주상의 뜻에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물에 비유하자면 신이 스스로 제방이 되어 저들이 범람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제방이 무너지면 사나운 물결이 몰아칠 터이니 주상께서는 저들을 반드시 멀리 하셔야 합니다
환공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기에 그랬겠느냐며 세 사람을 높이 평가했지만, 관중은 그들을 멀리해야 한다고 간언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륜을 저버린 자들이니, 장차 무슨 일인들 못하겠냐는 것이다.
관중이 죽고 재상이 된 포숙아(鮑叔牙) 역시 당장 세 사람을 축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환공은 이들을 잠시 궐에서 내보냈을 뿐, 이내 복귀시켰다. 이들이 없으니 불편하고 즐겁지 못하다는 이유였다. 포숙아가 울화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환공은 요지부동이었다.관중에 이어 포숙아마저 죽자 역아·수초·개방은 본색을 드러냈다. 노쇠한 환공의 눈을 가린 채 국정을 농단했고 이미 늙어 노쇠한 환공을 속이며 권력을 나누어 오로지 했다,
역아 수초 개방은 환공이 기거하는 침전 밖에 담을 높게 쌓아 외부와 단절 시켰고 병이든 환공이 마침내 굶어 죽었으니 재위 43년 향년 73세였다,
관중이라는 걸출한 인재를 써 패업을 이룬 환공이 입안의 혀처럼 구는 역아 수초 개방 세 간신으로 인해 마침내 나라를 망치고 자신도 망쳤으니 오늘 이나라를 경영하는 국가 지방의 지도자들은 다시금 인사는 만사라는 한마디 말의 의미를 곰씹어 볼만한 역사의 한 장이지 싶다,[인터넷신문 굿모닝논산 대표 김용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