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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연과 자공 이야기" 사람을 안다는것이 참으로 쉬운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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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4-14 14: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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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연과 자공 이야기[소설 논어명장면 ]
 
안연과 자공은 공자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 특히 안연은 공자의 유수한 제자 중에서도 인격과 학문 양면에서 으뜸으로 손꼽히고 있었다.
 
그런 안연을 공자는 아들처럼 사랑했다. 오죽하면 “등용되면 나아가 경륜을 펼치고, 물러나면 조용히 도를 지켜나갈 사람은 오직 나와 안회뿐이다”(用之則行 舍之則藏 惟我與爾有是夫·‘술이’편 10장③)라고 하셨으랴.
 
영민함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은 자공은 안연을 부러움 반 질시 반의 눈으로 바라보는 일이 많았다.
 
그러던 중 어느날 자공이 쌀을 구해오자, 안연은 밥 짓는 일을 자청했다. 자로가 불을 지피고 안연이 솥을 걸어 밥을 짓고 있는데, 잠시 다른 일을 하는 사이에 그만 아궁이의 티끌과 그을음이 솥 안으로 날아 떨어졌다.
 
이를 발견한 안연은 즉시 주걱으로 그 부분의 밥을 퍼내버리려다가 아까운 생각이 들었는지 자기가 그것을 먹어버렸다.
마침 개울에서 물을 길어오던 자공이 저만치서 안연이 솥에서 밥을 퍼내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아니, 안연이 밥을 몰래 먹다니!’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선생님이 아직 드시지 않았는데, 어떻게 제자가 먼저 밥에 손을 대는가?’
 
  자공은 기분이 몹시 언짢은 나머지 평소 인정해마지 않던 안연의 인품마저 의심할 지경이 되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최고로 칭송받아온 안연이 스승의 밥에 먼저 손을 댔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사실에 자공은 좌고우면을 거듭하다 결국 공자를 찾아가 에둘러 물었다.
 
  "어진 사람과 청렴한 선비도 곤궁에 처하면 절개를 바꿉니까?”
  “절개를 바꾸었다면 어찌 어질고 청렴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그럼, 안회라면 그 절개를 변치 않을 사람입니까?”
“물론이다.”
 
  공자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자, 자공은 고민에 빠졌다.
 
‘아,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본 바가 정녕 사실이라면 선생님이 받으실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그렇다고 이대로 덮어두는 것도 옳지 않다. 이건 안연 개인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 학단 전체의 신의가 걸린 중대사이다.’
 
자공은 결국 최대한 조심스럽게 공자에게 자신이 본 광경을 털어놓았다. 공자는 자공의 고백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내가 안회를 어질다고 믿어온 지가 이미 오래다. 설사 네가 정확하게 본 것이라 해도 나는 안회를 의심하지 않겠다. 혹 무슨 까닭이 있으리라.”
 
공자는 자공에게 자신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에게 일절 발설하지 말도록 당부한 다음, 조용히 안회를 불러들였다.
 
“회야, 내가 어젯밤 꿈에 선인(先人)을 보았다. 이는 곤경에서 벗어날 것을 알리는 좋은 징조가 아니겠느냐? 선인에게 먼저 젯밥을 올려야겠으니 밥을 다 지었으면 이리로 가져오너라.”
 
그러자 안연이 사색이 되어 대답한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왜 안 된다는 것이냐?”
 
안연이 자세를 고쳐 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사실은 제가 그 밥에 손을 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
 
“제가 밥을 짓는데 그만 부주의하여 티끌과 그을음이 밥솥에 떨어지는 걸 막지 못했습니다. 그 밥을 그대로 두자니 깨끗하지 못하고, 버리자니 아까워 제가 그 부분을 떠먹었습니다. 이런 부정 탄 밥으로는 정결한 제사를 지낼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울상이 되어 곧 눈물을 쏟을 듯한 안연을 보며 공자가 말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알았다. 그런 상황이라면 나도 그 부분을 떠서 먹었을 것이다. 이왕 일이 그리 되었으니 선인의 밥은 따로 짓도록 하자구나.”
안연이 풀이 죽어 돌아간 뒤 공자가 자공을 비롯하여 다른 제자들을 불러 안연이 밥을 먼저 먹은 사연을 설명한 다음 말했다.
“오늘 같은 일이 있을 줄 알고 내가 그동안 안연을 믿어온 것이 아니다.”(이상 <공자가어> ‘재액’편⑦)
 
  그리고 공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제자들아, 기록해두거라.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 눈이겠지만, 눈으로 본 것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믿을 것이라곤 마음이겠지만, 사실 마음도 믿을 수 없을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사람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란다.”(<여씨춘추> 제1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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