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뇌동[伏地惱動]
초왕[楚王]은 오릉[於陵]에 사는 자종[子終]이 어진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그를 대신으로 삼고자 사절을 시켜서 금 백일[百鎰]을 가지고 가서 모셔오라 했습니다,
사절로부터 초왕의 정중한 초빙의 말을 전해들은 자종은 안으로 들어가서 아내에게 말하였습니다,
“ 왕이 나를 대신으로 맞이하려 합니다, 내가 대신이 되면 말 네 마리가 앞에서 수레를 끌고 말탄 호위가 뒤를 따를 것이며 음식은 사방 열자가 되는 상에 진귀한 산해진미가 가득 오르게 될 터인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남편의 말을 듣고 난 자종의 아내가 말하였습니다,
“ 당신은 그동안 짚신을 삼아 살았으니 아무런 하는 일이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왼쪽에는 거문고를 놓고 오른쪽에는 책을 놓고 읽었으니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었습니다,
당신이 대신이 되어 가서 비록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말 탄 호위병이 뒤따른다한들 앉는 자리는 무릎하나 용납하는데 그칠 것이요 음식이 상 앞에 열자가 되도록 차려 놓는다 한들 맛있게 먹는 것은 고기 한 두 가지에 불과할 것입니다,
지금 무릎을 받아들일 자리가 편하고 맛있는 고기 한 두 가지를 위하여 초나라의 걱정을 떠 않게 된다면 어지러운 세상에 해를 당할 일이 많은데 나는 당신이 명을 보전하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자종은 고개를 끄떡이고는 밖에 나가 왕의 사절에게 거절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아내와 함께 집을 나가 남의 집에 들어가서 이름을 감추고 농장의 물대는 일을 도우며 지냈다고 합니다,
정권이 끝나갈 무렵이면 공무원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복지부동[伏地不動]이랍니다, 또 다만 엎드려 눈알만 굴린다는 복지안동 [伏地眼動] 이라는 말이 퍼지더니 요즘은 복지뇌동[伏地惱動] 이라는 말이 유행 한다더군요 정권이 누구한테로 가고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 잔뇌” 만 굴린다는 말입니다, 풀잎사람들의 한숨소리가 하늘을 찌르는데 아무도 걸머지려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귓가에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