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내리는 가을비가 제법 세차다.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든 농심을 생각하면 그만 내렸음 좋겟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곶감마을을 찾고 싶은 생각이 났다. 빗길을 헤치고 연산면 청동리에서 계룡정심원으로 접어드는 숲길로 향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솔숲길이 청신한 숲내음을 뿜어낸다.
반곡리를 지나 양촌면 소재지 인천리를 지나 곶감마을로 향하는 도로변의 감나무엔 아직도 수확하지 않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풍요한 가을 풍정을 더한다.
곶감마을로 잘 알려진 이메골,, 골목길 여기저기 옛적 모습그대로의 아기지기한 덕장에 매달린 발가벗은 곶감들이 탐스럽다. 막 깍아 매단 큼지막한 곶감은 젊은 여인네의 벗은 젖가슴처럼 탱글거린다.
이미 잘 숙성돼 가고 있는 곶감을 보는 눈길이 손짓을 보낸 듯 입속에 군침이 감돈다. 하나쯤 괜찮겠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성큼 한알을 따다 입에 넣고 우물거려본다. 빗속을 제치고 오기를 잘했다 싶을 만큼 달고 쫀득한 곶감을 우물거리는 입안에선 연신 맛있다는 탄성이 고이고 고인다.
1년이면 한번씩 곶감이 덕장에 매달릴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곤 하는 불청객은 작년에도 저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곶감 도둑이 되고야 만다. 은행나무 잎이 샛노랗게 물든 가을 숲 정취가 청정한 이메골 시냇물 속을 곱게 물들인다. 가늘게 흐들거리는 빗속을 제치고 한줌 숲바람이 콧가를 두드린다. 참 좋은 고향 양촌이다. 슬그머니 되돌아서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한달뒤면 곶감축제가 열리는 양촌천 체육공원 둔치의 아름다운 풍광이 또 시선을 사로 잡는다. 지난 여름 홀딱벗고 뛰어든 그 가을 시내엔 맑디 맑은 물속에 피라미들이 너울 춤을 춰 댄다.
텀벙거리고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일렁이지만 제법 찬기운이 애써 그마음을 말린다.
축제가 열리면 시끌벅적할 둔치.. 밀리서 가까이서 모여든 이웃들이 햇빛촌 양촌에 매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