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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작 "소금"
  • 뉴스관리자
  • 등록 2013-04-18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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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의 40번째 장편소설. 이 작품은 가족의 이야기를 할 때 흔히 취할 수 있는 소설 문법에서 비켜나 있다. 화해가 아니라 가족을 버리고 끝내 '가출하는 아버지' 이야기이다.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자본의 폭력적인 구조가 그와 그의 가족 사이에서 근원적인 화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특정한 누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온 아버지1, 아버지2, 혹은 아버지10의 이야기다.

나는 배롱나무가 있는 폐교에서 시우를 처음 만난다. 시우는 스무 살이 되는 생일날, 눈이 많이 오던 날,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나는 우연히 강경에 갔다가 친구 텁석부리와 함께 한대수의 노래를 좋아하는 옥녀봉 꼭대기 소금집의 신비한 청동조각 김을 만나게 된다. 전신마비 남자와 함열댁, 딸 지애, 선애와 함께 사는 청동조각의 가족은 좀 특이해보였다.

청동조각을 찾아 염전에 갔다가 나는 알게 된다. '선기철소금'의 선기철이 시우의 할아버지 이름이라는 것을. 청동조각 김이 바로 10년 전에 시우를 버리고 사라진 시우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나는 조금씩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염전을 하던 아버지를 도와드리려고 150리나 되는 긴 길을 걸어서 갔다 온 어릴 적 이야기부터 쓰러져 있는 자신을 구해준 첫사랑 세희 누나, 추억은 잊어버리고 돈을 버는 기계로 아버지가 된 이야기까지.

프롤로그: 햇빛 살인
배롱나무
아버지
노래
고아
이상한 가족
짠맛-가출
신맛-첫사랑
연인
단맛-신세계
쓴맛-인생
눈물
매운맛-빨대론
귀가
에필로그: 시인

작가의 말


P.36 : 일종의 그림자, 유령 같은 존재가 바로 아버지였다.

P.52 :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버지는 여전히, 어디선가 그렇게 걷고 있을 것 같았다. 어떤 날엔 낯선 산협 사이로 난 외줄기 벼랑 끝을, 또 어떤 날엔 가뭇없는 허공을 걸어가는 아버지의 꿈을 꾸기도 했다. 아버지 없는 자리는 나날이, 놀랄 만큼 확장되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쳐 무의식 속으로 침전되어버린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하루가 다르게 복원되는 속도도 놀라웠다. 아버지는 수많은 해석의 길을 거느린 놀라운 텍스트였다. 그녀는 그것을 너무 뒤늦게 알았다.

P.83 : “버리긴 뭘 버려요? 아저씨 취했네!” 그녀가 받았고, 만취한 내가 한 번 더 목청을 높였다. “버렸잖아, 지금? 이제 내 인생 살아야 한다, 깃발은 그럴 듯하지만 그게 뭐야, 버리는 거지. 안 그래? 나도 고등학교 때 하란 공부는 안 하고, 아버지 등짐 져 번 돈으로 겨우 시집이나 사서 모은 놈이야. 울 아버지는 시가 뭔지도 몰라. 이 꼬락서니로 살 거면서, 그때 이미 아버지를 내다 버린 거지 뭐. 모든 아버지가 다 그래. 늙으면 무조건 버림받게 돼 있어. 과실을 따올 때 겨우 아버지, 아버지 하는 거라고. 둘러봐. 아버지가 번 돈으로 술 마시는 쟤네들, 쟤들 머릿속에 지금 늙어가는 아버지들이 들어 있겠어?” 그녀의 눈에서 그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강의를 하는 시인인 나는 배롱나무가 있는 폐교에서 우연히 시우를 처음 만난다. 시우는 10년 전에 눈이 많이 오는 자신의 스무 살 생일날에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강경에서 젓갈 가게를 하는 친구 텁석부리와 함께 한대수의 노래를 좋아하는 옥녀봉 꼭대기 소금집의 신비한 청동조각 김을 만나게 된다. 그는 전신 마비 남자와 다리를 저는 함열댁, 척추 장애인인 큰딸 신애, 실명하는 선천적인 병에 걸린 둘째딸 지애와 함께 살고 있다. 그와 만나면서 조금은 특이해 보이는 청동조각 김의 특별한 가족들과 만나게 된 사건을 알게 된다. 어렸을 때 청동조각 김은 염전을 하던 아버지를 도와드리려고 150리나 되는 긴 길을 걸어갔지만, 자신이 염전 일을 도우려고 대파를 잡은 것을 본 순간, 아버지는 그를 바로 돌려보내고, 그는 다시 먼 길을 걸어오다가 쓰러진다. 다행스럽게도 쓰러진 자신을 업고 와서 생명을 구해준 첫사랑 세희 누나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의 젓갈 발효실에서의 추억, 만리동 작업실에서 옷을 만들면서 자장면을 먹고 실밥을 떼어주던 추억들을 듣게 된다. 그러면서 자본의 세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려면, 힘들게 계속해서 돈을 버는 기계로밖에 살 수 없었던 아버지들의 인생을 만난다. 청동조각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소금 자루’를 통해 잊어버렸던 꿈과 소중한 첫사랑과 염전에서 소금을 거두다가 쓰러진 아버지를 기억해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강의를 하는 시인인 나는 배롱나무가 있는 폐교에서 우연히 시우를 처음 만난다. 시우는 10년 전에 눈이 많이 오는 자신의 스무 살 생일날에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강경에서 젓갈 가게를 하는 친구 텁석부리와 함께 한대수의 노래를 좋아하는 옥녀봉 꼭대기 소금집의 신비한 청동조각 김을 만나게 된다. 그는 전신 마비 남자와 다리를 저는 함열댁, 척추 장애인인 큰딸 신애, 실명하는 선천적인 병에 걸린 둘째딸 지애와 함께 살고 있다. 그와 만나면서 조금은 특이해 보이는 청동조각 김의 특별한 가족들과 만나게 된 사건을 알게 된다. 어렸을 때 청동조각 김은 염전을 하던 아버지를 도와드리려고 150리나 되는 긴 길을 걸어갔지만, 자신이 염전 일을 도우려고 대파를 잡은 것을 본 순간, 아버지는 그를 바로 돌려보내고, 그는 다시 먼 길을 걸어오다가 쓰러진다. 다행스럽게도 쓰러진 자신을 업고 와서 생명을 구해준 첫사랑 세희 누나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의 젓갈 발효실에서의 추억, 만리동 작업실에서 옷을 만들면서 자장면을 먹고 실밥을 떼어주던 추억들을 듣게 된다. 그러면서 자본의 세계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려면, 힘들게 계속해서 돈을 버는 기계로밖에 살 수 없었던 아버지들의 인생을 만난다. 청동조각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소금 자루’를 통해 잊어버렸던 꿈과 소중한 첫사랑과 염전에서 소금을 거두다가 쓰러진 아버지를 기억해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 박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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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bumshin
수상 : 2009년 대산문학상, 2005년 한무숙문학상, 2003년 만해문학상, 2001년 동리문학상, 1981년 대한민국문학상,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최근작 : <소금>,<그리운 내가 온다 : 터키, 살며 사랑하며 운명을 만나며>,<사랑 풍경> … 총 99종 (모두보기)
소개 :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여름의 잔해>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토끼와 잠수함》, 《흰 소가 끄는 수레》, 《향기로운 우물 이야기》, 장편소설 《죽음보다 깊은 잠》, 《풀잎처럼 눕다》, 《불의 나라》, 《더러운 책상》, 《나마스테》, 《촐라체》, 《고산자》, 《은교》,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비즈니스》등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3년 현재 상명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소금은, 모든 맛을 다 갖고 있다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
소금은, 인생의 맛일세.” -본문 중에서-

소설가 박범신, 데뷔 40년 40번째 장편소설 《소금》 출간!
‘붙박이 유랑인’으로 동시대를 살아온 아버지들의 이야기!

‘영원한 청년작가’ 소설가 박범신이 2년여 만에 침묵을 깨고, 데뷔하고 만 40년이 되는 해에 펴내는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을 들고 돌아왔다. 《은교》 이후 홀연히 논산으로 내려가, 고향 논산에서 최초로 쓴 것이 이 소설이며,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와 《비즈니스》에 이른 자본의 폭력성에 대한 ‘발언’을 모아 펴낸 3부작 중의 마지막 작품이 《소금》이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를 꼭 둘로 나눠야 한다면, 하나는 스스로 가출을 꿈꾸는 아버지, 다른 하나는 처자식들이 가출하기를 꿈꾸는 아버지로 나눌 수 있었다.”(p.150∼151)라는 글처럼, 이 책은 ‘붙박이 유랑인’으로 살 수 밖에 없는 그래서 ‘가출할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자본의 세계 속에서 우리들의 아버지는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얻고 잃으며 부랑하면서 살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과연 나의 아버지는 가출하고 싶은 아버지인가? 가족들이 가출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인가? 아버지가 되는 그 순간부터 자식들을 위해 ‘빨대’가 되어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선명우의 삶을 통해, 늙어가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과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치사해, 치사해……” 중얼거리며 부둣가에서 일하는 아버지, 베트남전에서 다리가 잘린 채 안개 사이로 절름절름 걸어오는 아버지,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고 소리치는 아버지, 소금을 안고 엎어지는 아버지, 감옥에 간 아버지, 사우디아라비아 모래바람 속에서 일하는 아버지, 가족을 등지고 도망치는 아버지까지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식을 위해 당신들의 꿈을 버리고 상처받고 고생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의 무능을 비판하고, 아버지가 해준 게 없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이 화려한 문화의 중심에서 만 원씩 하는 커피를 마실 때, 늙은 아버지들은 첨단을 등진 변두리 어두컴컴한 작업장 뒤편에서 인스턴트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있는 게 우리네 풍경’이며, 우리는 생산력과 소비라는 거대한 터빈 안에서 불안과 어지럼증을 느끼면서도 그것의 단맛에 중독되어, 체제에 순응하며 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회사나 사회에서 열심히 일했던 늙어가는 아버지들에게는 힘이 없다. 그러하기에 가족과 세상에 대한 섭섭함보다는 ‘세상 끝에 혼자 버려진 것 같은’ 외로움이 더 큰 존재들이 된다.
“아버지가 아버지이기 이전에, 선명우 씨로서……그냥 사람이었다는 거…… 너무 늦게 알아차려 죄송하다”는 시우의 말처럼, 아버지 선명우가 아니라 개인 선명우로 볼 수 있을까? 이 책은 아버지도 어머니도 사람이며, 부모라는 존재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젊었을 적엔 사랑과 꿈과 추억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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