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조국교수의" 조국의 만남 "
  • 뉴스관리자
  • 등록 2013-03-15 18:25:27

기사수정
 


대한민국은 더 나아질 수 있을까? 이명박 정권을 보내며 우리가 수없이 던졌던 암울한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누구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최전선에서 싸워가며 스스로 길을 만들어간 사람들. 대한민국의 대표적 진보지식인 조국 교수가 그들을 만나, 이 시대를 살아갈 희망을 물었다.

「한겨레」에 10개월간 연재된 '조국의 만남'에 초대된 손님들은 한마디로 '세다.' MBC파업에 동참한 김태호 PD, 강정마을을 해군기지로부터 지키기 위해 투쟁 중인 강동균 마을회장, 동료의 죽음을 막고 일터로 돌아가겠다는 절박한 일념으로 싸우는 쌍용차 정리해고자들… 하나같이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싸우는 사람들이다.

그뿐이랴. 걸그룹 멤버에서 사회적 발언을 하는 '개념가수'로 거듭난 이효리, 1980년 그날에 대한 문화적 처벌을 하고 싶었다는 강풀, 야만의 시대에 시인의 근성을 말하는 고은, '잡놈'들의 힘을 말하는 김기덕 등, 분명한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자신의 영역을 파고들어 새로운 장을 연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이 말하는 주제는 다양하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더 나은 삶은 누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 할지 몰라도, 나은 내일을 위해 기꺼이 싸우는 사람들이 희망을 만들고, 결국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이 책이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쉽지 않은 현실에 있었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힘 있고 그들의 싸움을 비관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진보인사다. 따라서 질문에 내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디 부탁드리건대, 이 글을 읽는 분의 정치적 입장이 진보이건 보수이건, 이 손님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시기 바란다. 특히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마음 열기를 고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분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의견 구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박 대통령이 책을 통해서라도 이들을 만난다면 성공적인 국정운영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조국 : 〈무한도전〉이나 김 PD를 싫어하는 분들은 ‘예능이 왜 사회참여 메시지를 던지느냐, 웃음만 주면 되는 것이지’라고 하던데, 이에 대한 답은?
김태호 : 우리가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발언한 건 작년 9월에 했던 ‘스피드 특집’밖에 없어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것을 말했지요. 저는 뛰어난 대본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리얼리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까 예능에 사회현실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고요. 시청자들이 삶에서 느끼는 고통을 외면한 채 억지웃음만 던져준다고 진심으로 웃진 않을 거거든요. 우리가 처음 이 프로그램을 할 때부터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있어요. 우리가 해결책을 제시해주진 못하지만, 듣고 있고 같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거예요.
― “파업 동참 이유? 가슴이 울어서…” | 김태호〈무한도전〉PD
- 알라딘
조국 : 아버지가 교도소에 있을 때 면회 가서 직접 대면했습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텐데.
은수연 : 그때가 출소 1년 전쯤이었어요. 그 사람이 나올 걸 생각하니 너무 무서운 거예요. 엎드려서 기도하고 있는데 그가 등 뒤에 칼을 꽂을 것 같고… 그런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마주쳐야겠구나’ 하고 결심했어요. 그의 전력을 볼 때 출옥하면 또 나를 쫓아와 해코지할 것 같았거든요.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을 거라 마음먹었기 때문에 직접 얼굴 보고 말하러 간 거죠. 저의 경우는 치유 과정에서 가해자에게 쫄지 않는 게 중요했어요. 우리 사회도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너무 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국 : 대단한 용기입니다. 면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은수연 : 가서 “진짜 나한테 할 말 없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는 “할 말 없다. 내가 내년에 나가는데 운전면허증 어떻게 됐는지 엄마한테 알아봐라”이러는 거예요. 협박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나는 그런 얘기 들으러 온 게 아니다. 나는 할 말이 있다. 나는 당신이 망가뜨리려고 해도 망가지지 않았고, 더럽히려고 해도 더럽혀지지 않았다는 걸 말하려고 왔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쓱 들어가버리더라고요. ‘이 기막힌 상황은 뭐야,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했죠. 그날 정말 많이 울었지만, 그때 이후로 칼에 찔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건 많이 사라졌어요.
― “난 더럽혀지지도, 망가지지도 않았어요” | 은수연(가명) 친족성폭력 생존자
- 알라딘
조국 : 저는 ‘범생’의 스펙을 갖추고 있지만, ‘범생’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잡놈’의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범생’이 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패배자’ 취급을 받고 상처받고 쓰러지고 있지 않습니까.
김기덕 : 프랑스 가기 전까지 스스로를 무시했어요, 철저히. 너는 학교도 안 나왔고, 뭐도 못했고 뭐도 없고…. 그런데 프랑스 가서 바뀌었어요. 학력, 혈연, 지연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 있음을 보고 나서 내 속에 축적된 에너지와 정보도 가치가 있다는 믿음을 가졌지요. 세상의 ‘잡놈’들에게 ‘너 자신을 믿어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 “세상의 ‘잡놈’들에게 ‘너 자신을 믿어라’라고 말해주고 싶어” | 김기덕 영화감독
- 알라딘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서울 27일, 부산 23일째 '역대 최장 열대야'…곳곳 밤더위 기승 서울 27일, 부산 23일째 '역대 최장 열대야'…곳곳 밤더위 기승제주는 33일 연속 열대야, 인천도 최장기록 경신 앞둬(전국종합=연합뉴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밤이 돼도 더위가 가시지 않으면서 전국 곳곳에서 역대 가장 긴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 사이 지점별 최저기온은 서울 ...
  2. 尹 "삐약이 신유빈 팬 됐다…민생·안보 대통령 금메달 따고파" 尹 "삐약이 신유빈 팬 됐다…민생·안보 대통령 금메달 따고파"파리올림픽 기념행사 깜짝 참석…"국민에 용기와 자신감" 선수단 격려"밤잠 못 자고 경기 챙겨봐…여름날 시원한 선물 준 선수들에 감사"(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2024 파리 올림픽 기념 행사에 참석해 선수단을 격려했다고 대통령실 정...
  3. 논산소방서, 을지연습·민방위 훈련 연계한 '전국 동시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 실시 논산소방서, 을지연습·민방위 훈련 연계한 '전국 동시 소방차 길터주기 훈련' 실시 논산소방서(서장 김경철)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을지연습·민방위 훈련과 연계해 전국 동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이번 훈련은 민방위 날과 연계해 전국 소방서에서 동시에 진행하며, 긴급차량의 신속한 ..
  4. 물놀이장 찾은 북한 수해지역 어린이들 물놀이장 찾은 북한 수해지역 어린이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 수해지역 어린이들이 지난 16일 평양 문수물놀이장과 릉라물놀이장에서 즐거운 휴식의 한때를 보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2024.8.17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nkphoto@yna.co.kr(끝)
  5. 해상생환훈련 시범 보이는 공군 교관 해상생환훈련 시범 보이는 공군 교관 (서울=연합뉴스) 공군이 지난 14일 경남 해상생환훈련장에서 조종사 해상생환훈련을 실시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공군 교관이 취재진에게 낙하산 견인 훈련 시범을 보이는 모습. 2024.8.17 [공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끝)
  6. '지방소멸 대응' 공주시 임신부 건강관리비 지원·주 4일 출근 '지방소멸 대응' 공주시 임신부 건강관리비 지원·주 4일 출근(공주=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충남 공주시와 공주시의회가 저출생과 지방소멸 위기 대응을 위해 임신부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조성에 나섰다.17일 시의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권경운 의원은 최근 '공주시 출산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
  7. [전국 주요 신문 톱뉴스](19일 조간) [전국 주요 신문 톱뉴스](19일 조간) ▲ 경향신문 = 경찰은 막고, 법원은 조건 달고 윤 정부서 '집회 제한' 늘었다 ▲ 국민일보 = 李 85% 압승… "영수회담 하자" ▲ 매일일보 = 고금리에 빚더미 산업계 줄도산 '비상' ▲ 서울신문 = 두 손 번쩍 ▲ 세계일보 = '일극' 굳힌 이재명 "국정소통 영수회담 하자" ▲ 아시아투데이 = 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